산타클로스는 유죄

산타와 관계가 틀어지다.

by 헤르메스

연말이 다가오면, 어린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큰 무기가 생긴다.

바로 산타클로스다. 적어도 몇 달간은 산타의 선물을 핑계로 착한 아이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산타.png

몇 달 전 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없단다. 마트에 다 있는데, 선물은 필요 없단다.


그러더니 산타 할아버지를 폴리스에 리포트해야 한단다.

초대받지 않고 남에 집에 몰라 들어오는 것은 나쁜 행동이란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잠들기 전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근다.

산타의 선물 때문에 자기 마음과 다르게 착하고 싶지 않단다. 아이는 아직 네 살이다.


이렇게 산타와 아이의 관계가 틀어졌다.

그러면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뭘 받기 원하냐고 물으니, 장난감 유모차란다.

며칠을 물어도 산타가 집에 오는 것은 영 마뜩잖은 모양이다.

결국 산타 할아버지도 마음이 서운하여 올해는 안 오신다고 이야기해 줬다.


유모차.png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나는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 유모차를 하나 사서 선물해 주었다.

다행히 정말 좋아한다.


아직은 산타를 기다리는 동심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의 독특한 사고에 허탈 웃음이 나다가, 문득 크리스마스 트리에 양말을 걸어 놓았다면, 산타가 집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반짝이는 등을 켜 놓은 트리를 살펴보니, 양말은 걸려있지 않다.

그러니 작년에도 산타는 우리 집을 무단 침입한 것이 맞는 듯싶다.


장난감 유모차.png


한여름의 크리스마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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