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지, 암스테르담의 교회들
16세기 유럽은 가톨릭교의 쇄신을 요구하는 칼뱅의 종교개혁으로 들썩였다. 상인 중심인 암스테르담이 칼뱅주의가 주장하는 ‘직업 평등’과 ‘부자의 사회 환원 의지’와 잘 맞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암스테르담은 대부분 개신교를 믿지만, 현재는 개신교와 카톨릭이 공존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상태이다.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교회와 성당을 한데 모았다.
어부의 수호성인인 성 신터클라스에게 봉헌된 가톨릭 성당이었다가 종교개혁 후 개신교회로 변경되었다. 거친 파도 위에서 인생을 마감한 이들의 무덤이 있는 교회는 항해자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기도가 이어지는 곳이다. 지금은 홍등가 중심에 있어 타락하는 인생을 구원하려는 기도로 채워진다.
유럽의 성당들이 아무리 높게 지어져도 구교회는 ‘넓게’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암스테르담의 연약한 지반 때문. 내부는 화재로 인해 재건되어 장식이 간소하다. 지금은 현대 미술의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교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무려 600여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그사이 대화재로 전소되었다가 황금시대를 맞아 상인들의 모금으로 새로 단장했다. 담 광장에 있는 신교회는 암스테르담 왕궁 옆에서 왕실 행사를 진행해왔다. 네덜란드의 초대 왕과 여왕의 즉위식과 왕위를 물려준 베아트릭스 여왕의 즉위식, 현재 국왕인 빌렘 왕세자의 즉위식과 결혼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신교회는 왕궁보다 낮게 지어졌다. 타 유럽 국가를 비추어보면 왕권이 강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네덜란드 왕궁은 시청으로 사용된다. 시청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 시민의 권리와 가치가 종교보다 높다는 뜻을 상징한다.
중세 네덜란드의 상류층이 다니던 교회로 베아트릭스 여왕의 결혼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또한 렘브란트의 무덤이 있어 렘브란트의 팬은 꼭 방문하는 여행지다. 안네의 일기를 보면 15분마다 종소리가 들렸다고 적혀있는데 바로 서교회의 종탑인 문트 탑에서 울렸다. 문트 탑은 가이드투어를 통해 매 시간 8명만 입장이 가능한데, 암스테르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망대다.
종교개혁이 진행되고 천주교가 금지된 16세기 암스테르담. 독실한 가톨릭신 신자였던 부유한 상인 하르트만은 자신의 저택 다락방을 몰래 비밀 교회로 개조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년 동안 이곳은 누구에게도 용케 들키지 않고 네덜란드 가톨릭 신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네덜란드의 종교적인 배경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
19세기에 지어진 성당이지만 매우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첨탑이 양쪽에 우뚝 서 있고 가운데 파사드에는 장미 문양의 창으로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외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매일 열리는 미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내부를 관람하고 싶다면 오후 3시 이전에는 방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