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나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식으로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권리'의 일상적 어법이 법학적으로 항상 올바른 주장은 아닙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동성애'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동성애를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의 수많은 근거들 중 하나는 동성애가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오늘은 그 주장을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하나만 분명히 하고 넘어갑시다.
'동성애 금지'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분명히 침해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행복추구권의 보호내용 중 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내밀한 사적 사안에 관하여 공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어떤 삶이 좋거나 바람직한지 국가나 사회의 다수가 판단하고 강요해서는 안 되고 각 개인이 주체적으로 삶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연애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개인의 사적 사안에 해당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동성애자가 동성 간 성관계를 하는 것도 비슷한 차원에서 그들의 권리를 실현하는 행동입니다. 행복추구권은 일반적 행동의 자유도 보장합니다.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영역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횡단보도에서 느닷없이 물구나무를 설 자유나,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자유도 포함됩니다. 에이즈에 취약할 수 있는 동성 간 성관계를 즐기는 것 또한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포함됨은 마찬가지로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동성애 혐오론자의 주장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동성애 허용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를 가진 종교의 신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성애 금지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제한합니다. 반면 동성애 허용은 그 자체로는 누구의 권리도 제한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동성애자를 동성연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동성애를 허용하고 있지만,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를 처벌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와 동성애 혐오가 모두 자유로운 사회입니다.
하지만 동성애 허용을 동성애 혐오를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개신교를 포함한 일부 종교 신자들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추구와 관련 있는 사항을 외부에 표현하는 모든 행위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모든 의식, 예배, 설교, 행사가 포함됩니다.
특정 종교의 경전에 동성애 혐오 취지의 교리가 등장하고, 이를 근거로 목사가 동성애 혐오발언을 포함한 설교를 교회에서 진행했다고 합시다. 종교의 자유는 이러한 신앙 활동의 내용적 측면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근거로 한 국가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러한 동성애 혐오발언은 종교의 자유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흔히 알려진 차별금지법의 내용은 이러한 차원에서 일부 종교 신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한(Einschränkung)'을 넘어서 제한의 양상이 헌법규범을 위배하는 '침해(Verletzung)'로 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후에 '차별금지법' 기획에서 다루겠습니다.
다만 지금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일부 종교 신자들의 종교의 자유가 동성애 금지를 함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동성애 혐오가 나빠서가 아니라, 이들의 종교의 자유가 동성애자의 권리와 구체적으로 충돌하는 국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들의 종교의 자유의 보호에 대한 호소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동성애 자체의 금지는 다른 층위의 주장이기 가능한 일입니다.
2. 동성애 허용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마찬가지의 차원에서, 동성애 허용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 자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동성애자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한다고 볼 여지는 없습니다. 동성애 혐오발언이 행복추구권의 파생 권리인 명예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명예권의 보호법익은 '동성애자 집단'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한 동성애자 개인'에 대한 혐오라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기본권은 주관적 공권이기 때문에 전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동성애자 집단'은 그 성질상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동성애자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발언은 언제나 허용됩니다. 더구나 동성애자 개인에 대한 혐오발언이 금지되는 것도 동성애 혐오론의 내용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해당 개인에 대한 명예가 그 구체적 방법을 막론하고 손상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시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성애 허용이 동성애 혐오론자의 표현의 자유를 곧바로 침해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논의가 차별금지법의 제정 여부로 옮겨가면 기본권 충돌이 함축된 사안으로 성질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3. 동성애 허용은 동성애 혐오론자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
동성애를 허용하는 사회는 당연히 공교육에서 동성애 혐오론을 가르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동성애를 이상하지 않은 것, 적어도 개인의 자유에 맡겨진 문제로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동성애를 포함한 젠더 이슈에 대한 진보적인 주장을 교육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동성애 혐오론자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자녀교육권은 그 성질상 부모의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98헌가16등 판례에서 관련 사실을 판시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부모의 자녀교육권이란 자녀의 행복이란 관점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교육하는 것이 자녀의 행복에 기여할 것인지, 동성애 혐오론을 교육하는 것이 자녀의 행복에 기여할 것인지, 내용적인 판단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논쟁적인 문제이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공교육은 한국의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녀의 행복에도 기여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의 행복추구권은 분명히 헌법상 보호되는 가치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정에 충실하자면 공교육에서 동성애 금지 주장을 함축하는 동성애 혐오론을 가르치는 것은 분명히 어색해 보입니다. 동성애 혐오 교육이 부모의 자녀교육권에 의해 보호되는 영역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하여서는 공교육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동성애 허용을 넘어서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동성애 허용이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결론: 동성애 허용은 어떤 종교인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볼 때 동성애 허용 자체는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습니다. 동성애 허용과 동성애 혐오론자의 '혐오 활동'이 양립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성애 금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중요한 내용들과 분명하게 충돌합니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않는 것을 허용이라고 볼 때, 우리나라 헌법 정신은 동성애를 명백히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동성애 혐오도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허용' 혹은 '금지하지 않음'은 '장려'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한국 정부는 당뇨병 환자가 매 끼니를 빅맥으로 때우는 것을 허용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동성애 혐오론자는 종종 그 둘의 차이를 혼동하곤 하지만 이 점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