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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02. 2021

여행준비의 기술

코로나 시대에 읽으면 위험한 책 

이스탄불 마우스 패드, 몽골 낙타인형, 페루 라마인형, 여권 등을 책과 함께 찍은 인증샷으로 서로의 얼굴을 대신하며 카톡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모임 회원들 중에는 1년 동안 세계일주여행을 다녀온 이도 있고, 같은 여행모임의 멤버도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여행을 잊어버리거나 여행에 관한 생각을 뇌에서 봉인해두었다가 <여행준비의 기술>을 읽는 바람에 폭발적으로 여행 가고 싶어져 괴로웠다고들 증언했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각자의 여행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야기 나눠본 결과 엑셀파, PPT파, 드물게 아래아한글파가 있었다. 폰의 구글맵이든 프린트한 지도든 지도에 체크해서 가는 사람도 있었다.

라마와 함께하는 여행 준비의 기술 

Q 여행이 사라진 삶을 뭘로 메꾸고 있나요?

넷플릭스,  여행적금, 과거 여행 추억(사진첩 탐방), 뮤지컬, 연극, 쇼핑, 가족들과의 시간, 요가, 산책, 달리기, 다큐멘터리, 외국드라마, 국내여행, 마켓컬리 시식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의외로 여행의 빈자리가 크지 않다(여행 안좋아하는 집콕족)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행적금이나 여행계를 드는 사람들은 통장에 돈이 쌓이고 있다 했다. 반대로 여행을 안가 카드값 굳을 줄 알았더니 역대 최대로 질러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공통적인 의견은 여행기를 읽지 않게 되었다고.  어차피 읽어봐야 못나가니까.

우리나라는 1989년 여행 자유화가 되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중단되기 전까지 32년 정도만 여행이 자유로웠다. 우리는 운좋게 그 시기를 경험했던 세대이고, 앞으로도 코로나는 없어진다기보단 갑상선이나 당뇨병처럼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니 어쩌면 우리가 해외여행을 겪은 마지막 세대일수도...ㅠ.ㅠ


Q 나의 여행준비 스타일은요?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정, 진 _ 일정과 동선, 교통편.

윤 _ 맛집. (너무 유명한데 말고 블로그 인터넷을 찾아 찐인가를 판별)

은, 옥 _ 즉흥적

영 _ 특산품, 기념품, 도시브랜드 

달 _ 휴무와 교통편 확인, 지도에 별찍기

현 _ 도시별 여행기 읽어보기 


Q 여행 가서 꼭 가는 나만의 장소가 있나요? 그 중 추천하는 곳? 

정 _ 묘지, 미술관 (바르셀로나 유대인 공동묘지, 지브롤터 해협 공원 묘지 추천)

현 _ 전망대, 높은 곳

달 _ 서점, 도서관, 공원, 마트, 시장 (코펜하겐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추천)

윤 _ 특산물 맛집

은 _ 다리 (통연 연화도 출렁다리 추천)

옥 _ 공원, 마트 

영 _ 재래시장 

우 _ 산, 강, 밭


Q 여행 가방 쌀 때 꼭 넣는 세 가지 물건이 있다면?

정 _ 여행노트, 책, 카메라 

현 _ 우산, 나무젓가락, 커피믹스 

은 _ 마이링, 필름카메라, 우비

영 _ 까스활명수, 얇은 옷

달 _ 카메라, 마스크팩, 에코백

옥 _ 핸드폰, 현지 술 

윤 _ 바르는 마스크팩

우 _ 관광안내 지도, 책, 3단우산 (요즘은 아미나이프, 랜턴, 건전지 등)

정이 여행에서 모아온 인형들 (터키 수니춤, 홋카이도 타조, 몽골 낙타, 일본 개구리, 바르셀로나 부엉이, 터키 문어, 빈 종 등)

Q 여행 수집품이 있나요?

정 _ 손가락만한 인형들

영 _ 식료품, 책갈피, 엽서 

달 _ 그림책, 엽서, 마그넷

윤 _ 비누 


Q 각자의 마지막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윤 _ 강릉 / 뉴욕

정 _ 강릉 / 헬싱키-빈-부다페스트

달 _ 고성 / 신혼여행 ㅠ.ㅠ

영 _ 경주 / 헬싱키-빈-부다페스트

옥 _ 강릉 / 발리

은 _ 밀양 / 대만

현 _ 제천 / 헬싱키-빈-부다페스트

우 _ 가평 조무락 계곡

영의 기억에 남은 여행의 한 장면 -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 

Q 여행지에서 기억나는 한 장면을 이야기해주세요.

은 _ 최근 날좋은 새벽녘에 친구랑 자전거로 반포대교까지 다녀왔는데 2시간쯤 반포 찍고 돌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영 _ 카파도키아에서 하늘에 열기구가 둥둥 떠가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달 _ 최근 고성여행 때 거의 숙소 안에만 있었는데 혼자 일찍 일어나서 해뜨는 모습을 한 시간 정도 보면서 사진 엄청 찍었는데 파멍하던 그 기억과 그때의 뷰가 기억나네요.

정 _ 하코다테에서 방파제 너머로 봤던 태평양. 두달 뒤 3.11 대지진으로 그곳이 해일에 휩쓸렸음. 


Q 코로나가 끝난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영 _ 코펜하겐

윤 _ 라비에라 

정 _ 크로아티아 

옥 _ 포르투갈

여행 가서 먹는 음식 대신 여행책 랜선 모임하면서 먹는 콘프레이크와 찰떡 

Q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은?

기억에 남는 음식이란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시작은 술이었다. 도쿄 에비스에서 먹은 에비스 흑맥주 덕분에 맥주의 세계에 눈을 떠 그 전까지 맥주를 안좋아하다가 여행 이후 맥주만 먹는다는 사람이 둘 있었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난데없는 사케를 맛있게 마셨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케양조장 투어를 마치고 사케를 사들고 왔다고. 요즘은 제주나 양양 등에서 수제맥주 투어를 하고 펍에서 마실 수 있다.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는 프랑스 여행에선 어떤 빵집에 가도 빵이 맛있다는 정보, 삿뽀로의 마루스시에서 초밥을 맛있게 먹고 화끈한 리액션(오이시이~~~)으로 주방장이 쓴 머릿수건과 비슷한 손수건을 선물받았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바르셀로나 시장의 미친 돼지라는 식당이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준다고 해서 당장 미친돼지를 검색했더니 강릉 미친돼지 고깃집이 나왔다. ㅋㅋㅋ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문어요리는 쫄깃하다기보단 부드러워 별미다. 그로테스크한 음식으로 머리까지 달린 제주 꽁치김밥이 언급됐다.

맛있는 음식보다 맛없는 음식에서 할 말이 더 많았는데,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소금소태처럼 짠 음식이 많다는 데 다들 동의했다. 필리핀 세부로 신혼여행을 갔던 이는 냄새와 맛이 입에 맞지 않아 여행 내내 수박주스만 마셨다 했고, 필리핀에서 먹은 족발튀김이 느끼하고 맛없어서 남편에게 쿠사리 맞은 이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전차 종점의 100년된 아이리시커피 펍에서 볶음밥은 절대 먹지말라는 이에게 다들 왜 아이리시커피 마시러 가서 볶음밥을 먹었냐고 의문을 표했다. 바르셀로나의 우동집에서 세상 가장 맛없는 우동을 먹은 기억, 방콕에서 맵고 짠 새우후라이를 먹은 기억들이 소환되었다. 

Q 섬북동 멤버에게 여행지를 추천해 주세요.

이 질문에는 독보적인 답변자가 두 명 있었다.

달은 모든 멤버들에게 코펜하겐을 추천했다. 영에게는 커피들고 공원 가게 코펜하겐을, 은에게는 자전거의 도시 코펜하겐을, 윤에게는 로얄 코펜하겐과 뱅앤올룹슨과 레고의 도시인 코펜하겐을, 옥에게는 코펜하겐에서 미슐랭 투어를, 정에게는 미술관과 가구 박물관이 있는 코펜하겐을, 현에게는 코펜하겐의 전망 포인트 투어를 추천했다.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코펜하겐과 그 안의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을 추천해주었다.

모두에게 코펜하겐을 추천한 달은 자신에게도 추천해달라 했고, 와인을 좋아하니 조지아, 아기자기한 마을을 좋아하니 친퀘테레 등이 추천되었다. 

세계일주여행의 경험이 있는 옥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맞춤투어를 추천했다. 

윤에게는 의외로 극단적인 걸 좋아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아프리카 투어를 추천했고, 몽골을 좋아했던 현과 정에게는 페루 우아리스 투어를 추천했다. 낙타에 짐 싣고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풍경이 엄청 좋다고. 달은 포르투갈을 좋아하니 스페인의 고성인 파라도르에 묵으며 투어하는 걸 추천했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은에게는 스위스 베른을 추천했다. 베른에 젊은이들이 많고 자전거를 많이 타며 작은 강에서 후룸라이드 타듯이 가방에 공기 넣어서 둥둥 떠내려가면서 놀 수 있다고 한다.  

다들 코로나가 끝나면 북유럽 북투어라도 가자고 했고, 진짜 그런 여행이 추진되면 회사를 때려치겠다는 과격파도 나왔다. 일단 당분간 해외는 어려울 듯하니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풀리면 가평 조무락계곡부터 가보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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