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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Feb 13. 2021

명랑한 은둔자

첫 ZOOM 독서모임 

<명랑한 은둔자>를 쓴 캐럴라인 냅은 1959년생의 저널리스트로, 신랄하면서도 공감가는 글을 쓰다가 40대에 사망했다. 평생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고, 그녀가 쓴 중독에 관한 3부작은 유명하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남자보다 개가 좋아>가 그것이다. 우리는 그 중독들을 비롯한 그녀 생의 전반이 담겨 있는 <명랑한 은둔자>를 읽었다. 

이번 모임은 최초로 줌(ZOOM)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얼굴을 못본지 한참이라 단톡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멤버들이 줌 링크를 타고 모여들었다. 

각자 명랑한 은둔자를 들고 인증샷 ㅣ


Q 책을 읽은 느낌, 총평을 이야기해봅시다.

작가가 궁금해서 사진을 찾아보거나 구글링을 해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작가에게 묻는 질문은 똑같다는 걸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파고 들려는 부분이 집요하고 대단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구글링 결과 캐럴라인 냅에 이어 쌍둥이 여동생도 사망했다고 한다. 즉 모든 가족이 오래 살지 못하고 다 죽었다. 다들 그녀가 파파걸이라는데 동의했고, 유년 시절 부모와 맺는 관계는 평생을 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90년대에 부모가 죽고, 혼자 살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등 여러 부분이 비슷해서 공감간다는 정과 그런 삶을 동경하지만 나와 정반대편에 서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다는 윤 등 그녀에 대한 느낌의 스펙트럼은 넓게 펼쳐져 있었다.


Q 나는 홀로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영이 요즘은 혼자 있어도 접속되어 있는 시대라며 그런 의미에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은은 혼자 있는 시간의 70% 이상을 TV를 보고 있다고 깨달았고, 정은 단톡방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줘야 혼자 있는 루틴이 잘 돌아간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고립감 역시도 길어지고, 진정으로 고립되어 있음의 힘듦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배우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기혼녀 3인방은 과거 혼자 살 때, 직장 다니고 혼자 있는 주말이나 밤에 완전히 무너져 가라 앉아 있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되거나 술을 마시게 된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다른 방에 딴 사람이 있거나 누군가 다른 사람들(하다 못해 TV속 연예인이라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Q 나는 어떤 것에 중독되어본 적 있나요?

달 _ 사람, 추리소설, 반전영화, 방탈출게임 

영 _ 밀가루, 커피 (이에 모두들 야유를 보냈다. 왜냐면 영은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사람이므로. 그에 굴하지 않고 영은 스트레스 받을 때 과자를 자주 먹는데 과자봉지 뜯는 소리를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릴 때가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계속 야유를 보냈다)

은 _ 밀가루, 식탐, TV, 종이접기, 쿠키런과 루미큐브 등의 게임 (한번 시작했다 하면 코피가 날 때까지 손가락에 습진이 생길 때까지 하는 은은 자신의 이런 성향을 알고 아예 시작을 안한다고.)

옥 _ 폭식

윤 _ 밀가루 (스스로 떡자빵녀라고 하는 윤은 건강상의 이유로 건강검진 수치를 보고 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가족이 있어서 먹고 싶은 욕구는 채우고, 남는 것은 가족들을 주면서 건강은 지키는 전략)

정 _ 투닷, 고스톱 등의 게임 (투닷을 전세계 랭킹까지 갔다가 핸폰 바꾸면서 지운 적 있음)


Q 나는 상실감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회피하나요? 극복하나요?

이 질문에는 잠파와 술파가 나뉘었다. 혼자 침대 위에 누워 멍때리거나 하룻밤 자고 나면 감정이 가라앉고 정리가 된다는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나 술마시고 울고불고 한 다음에 정리는 한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없었던 일처럼 취급하고, 연상되는 것들도 차단한 다음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의 질문들은 이 책에 나온 여러 에피소드들을 보다가 떠오른 질문으로, 책의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쉬웠던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었다.


Q 지금 사는 동네가 좋나요? 내가 정착한다면 어디서 살고 싶나요?

정 _ 책에 나온 것처럼 샌프란시스코 갔을 때 아름다운 집에 반해 정착하고 싶었다. 그러나 영어가 안되므로, 대신 샌프란처럼 바다가 있는 동해안에 작업실(1년에 두세달 머물 수 있는)이 있고, 집은 현재 사는 동네 위주로 서울 서부권에 있으면 좋겠다.

달 _ 나는 소속감이 강하고 익숙해지면 바로 적응하는 사람이라, 예전의 자취방도 좋았고, 지금의 집도 좋다. 서울의 직장에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바운더리 안의 동네에 정착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안산의 아파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영 _ 원래 내 집 욕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집을 갖고 싶다. 최근 이사한 동네에 동네 친구가 없어서 얼른 다른 동네로 가고 싶었는데, 최근 친구가 근처에 이사왔다. 그러니까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친구들과 가까운 곳인 것 같다.

은 _ 밀양에서 살아봤는데, 나는 서울이 좋다. 지금 사는 집도 좋은데, 한강이 가깝고 집 안에 들어가면 동굴 같은 분위기라서 좋아한다. 앞으로 살고 싶은 집도 주변에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가까이 있어 따릉이 타면 바로 한강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서울 마포구, 성수동 쪽이 그런 곳이다.

옥 _ 남편은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파트 키드인데, 나는 주택에서도 살아봤다. 그래서 나는 시골의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있는데, 남편은 두려워한다. 설득해보려고 한다.

윤 _ 단독주택에서 오래 살아온 내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쥐, 벌레, 개 등의 습격과 수도 어는 것 등등 정말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난다.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 중랑천도 있고, 아파트인 것도 좋다. 다만 여기에 내 작업실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Q 나는 옷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나요?

정 _ 내가 옷을 제대로 입고 나갈 때는 주로 비즈니스 미팅 때인데, 무난한 옷을 입는다. 글을 쓰는 작가라고 튀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싫다. 나는 튀는 사람이 아니며 사회적인 사람이고, '당신과 일하면 좋겠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한 때는 옷으로 유능한 사람이라는 걸 보이고 싶었는데, 그럴 재주가 없었고, 요즘은 그 유능함은 말과 태도로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윤 _ 회사 사람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갈 때 내가 차려입어주기를 원한다. 커리어 우먼처럼 슈트를 입고 좋은 가방을 들고 가면 나로 인해 회사의 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렇게 입고 간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옷은 캐주얼하고 편한 옷이다. 그렇게 입고 가면 회사 사람들이 안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모임 나올 때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고 온다.

달 _ 나는 옷을 통해 입체적인 사람,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나타내고 싶다. 샤랄라한 원피스도 입지만 힙한 청바지도 입고 다양한 룩을 입어서 어떤 것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옥 _ 키가 작고 체구가 작아서 작고 귀엽다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었는데,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 그래서 검정색, 무채색, 징 달린 가죽재킷 등 락시크한 옷을 주로 입는다. 중성적이고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노력하는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옷을 입는다.

은 _ 옷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뇌구조 자체에 옷이 없다. 그냥 아무거나 주워입고 다니는데, 그것이 어쩌면 남들 눈에는 남 눈치 하나도 안보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도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는 소리를 듣고 친구들도 그런다. 그래서 면접, 결혼식 등 행사 때 괴롭다. 옷을 제대로 입어야 하니까.

 

Q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달 _ "내가 남자로 태어난다면 좋겠어"라는 말을 무척 많이 하고 다녔다. 어릴 때는 내 외모도 마음에 안들고 그랬으니까.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인기가 많을 자신이 있다. 옷도 잘 압었을테고, 더 인정받고, 훌륭한 사람이 될 기회가 많았을테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남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여자인 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은 _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다. 어릴 때부터 남자보다는 여자가 선택의 폭이 넓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남자는 치마 입으면 안되지만 여자는 치마, 바지 다 입을 수 있고, 남자는 머리 길면 이상하게 보지만 여자는 숏컷, 긴머리 다 할 수 있다. 아마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굉장한 한남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여성 차별 같은 거 잘 모르는데, 남자로 태어났다면 최악의 한남이 되지 않았을까?

윤 _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잘 살았을 것 같다. 기득권을 충분히 누리고, 연애도 많이 하면서.

옥 _ 지금보다 운동을 많이 했을 것이다. 또 자유분방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사고도 많이 치고 다니고, 그래서 아마 지금보다 힘들지 않을까?

정 _ 장강명 처럼 기자가 되었을 것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도 서울로 대학을 보내줬을테니까. 남자가 되어서도 책은 많이 읽을 테니까 아마 남자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Q 마지막으로 '명랑한 은둔자'를 패러디 하여, 나를 '00한 00'로 정의내려 보자.

옥 _ 소심한 독설가

달 _ 꿈꾸는 현실주의자

은 _ 꿈꾸는 계산기

윤 _ 정착한 방랑자

정 _ 성질급한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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