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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Apr 21. 2021

가족끼리 왜 이래

아무리 소원해도 가족은 관리해야....

이 얼마만의 오프라인 모임인가! 올해 첫 오프모임인듯도 하다. 4명 이하면 오프 모임을 하겠다는 발제자의 선언에, 그렇게 성사되라고 누군가 참았는지 딱 4명이 참석한다고 손을 들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북촌 한옥카페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마스크를 끼고, 독서모임을 했다.

이번주의 책은 사회부 기자가 쓴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과 친족 간의 소송을 통해 해체되고 있는 혈연중심주의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4명 중 절반은 미혼, 절반은 기혼, 기혼 중 절반은 무자녀. 이렇게 다양한 가족 구성원과 살고 있는 멤버들이 모였다.

먼저 책을 읽은 전체적인 소감부터 들어보았다.

윤 _ 어렵지 않아서 이틀만에 수루룩 읽을 수 있었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내가 관심있는 이혼 부분부터 읽었다. 참 쉽지 않구나 하는 걸 느꼈다. 부양료 청구 소송 부분 읽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옥 _ 내가 참 나이브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가족끼리는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니까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과 상대방(부모 혹은 배우자, 형제 등)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소송들이 결국 평생에 걸친 억울함이 표현되는 거라는 데 동의한다. 책에선 에필로그가 가장 좋았다.

정 _ 재미있게 읽었고, 실용서로서 좋은 책이라고 본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꼭 참고하겠다. 

포 _ 이 책 읽으면서 한 가지 느낀 건, 아무리 안보고 살아도 가족은 관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다가 나중에 배다른 혈육이 나타난다거나 빚이 상속된다거나 하면 골치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적인 소감을 나누면서 유산상속 이야기가 나왔다. 혈연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의 사회가 되려면 유산 상속 제도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정의 과격한 주장에 다른 멤버들이 그렇게 되면 수많은 유산상속 꼼수가 실행될 거라고 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지금도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쪼개서 준다거나, 자식 명의로 건물이나 가게를 사고, 대출금을 매달 부모가 갚아주는 식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 모임 멤버들은 자식(이 있지도 않지만)이나 형제 등 혈연에게 노후를 기대기보다 나이 들어 친구들과 가까이에 모여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시설도 아닌 타운하우스도 아닌, 그 중간 어드메쯤 잘 맞는 사람들과 모여 늙어가면 좋겠다. 꿈이 아니기를....ㅎㅎ

이 책에 나온 우리나라 법 중에 타당하게 생각되는 것과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 책을 읽고서야 왜 이런 법이 생겼는지 많은 부분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간통죄가 폐지된 배경에 대해서도, 이혼과 배상을 묶어놓았기 때문에 간통죄가 오히려 경제권 없는 여자들에게 불리한 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중 유책주의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낳지 않은 아이를 두고 계약하는 혼전 계약, 부모가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미리 결정해놓는 유산상속 등이 왜 무효인지도 잘 알 수 있었고, 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모아 부양의무자 규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전에 우리가 [외롭지 않을 권리]를 통해 알게 된 것처럼 부양의무자 규정 때문에 도움받아야 할 사람들(독거인, 장애인 등)이 도움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으니까. 출산률이 떨어진다, 애 낳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이라도 잘 지키자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이혼은 유책주의보다는 파탄주의로 가야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선대의 꼬인 혈연으로 인해 내려온 유산(땅)과 장남이라서 받게 되는 선산, 형제가 상속받아야 하는 부모님의 집, 부모의 빚 상속 등 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다들 뭉개지 말고 지금이라도 알아보고 전문가 상담을 하라는 해답을 내놨다. 이게 남 이야기일 때는 쉬운데, 내 이야기가 되면 참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주말 아침부터 가족과 상속과 혈연과 이혼과 부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리 소원해져도 가족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사고친 건 없는지 정도는 관리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결론을 맺었다.ㅋㅋ



가족끼리 왜 이래 (박민제 | 동아시아)

일시 _ 2021년 4월 17일 오전 10시 30분

참석자 _ 포, 정, 옥,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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