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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Jun 28.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꿈값을 감정으로 받는 신박한 후불제 시스템

펀딩사이트 텀블벅에서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던 이 책은 1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 1위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멤버 정은 20쇄, 옥은 480쇄, 은은 525쇄의 책을 구입했다고 인증했다. 525쇄면 대체 몇 권을 판 걸까? 대체로 25만부를 팔면 1억 정도의 인세를 받는다던데 얼마의 돈을 번걸까...쿨럭. 이런 세속적인 질문을 떠올리며, 우리도 뒤늦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신드롬에 동참했다.

전체적인 감상평과 함께 왜 이 책이 그토록 많이 팔렸을까에 대한 각자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은 _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현장감이 있었고, 모든 장면을 상상했으며, 때로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읽었다. 완전히 빠져서 읽게 만든 여러 요소들이 베스트셀러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영 _ 처음 읽어보는 신선한 책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에 무리없이 신비한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영어 이름을 쓴 게 신의 한수였다.

옥 _ 영어 이름 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녹틸루카 등 사람 아닌 동물들이 함께 나온다. 이런 판타지적 설정이 몰입감을 더했다. 사실 꿈에 대한 이야기(죽은 사람이 나온다거나 등등)는 신선한 건 아니었지만 뒤쪽으로 배치해 구성의 묘를 살렸다. 

우 _ 작가의 이야기 구성능력이 뛰어나다.

달 _ 이 책의 주요 독자가 20~30대 여성이라고 했는데, 그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땡기는 책은 아니었는데 그런 독자마저도 설득에 성공한 잘 만든 책이다. 영어 이름을 사용한 것도 전 세계에 수출하려는 빅픽처 아니었을까?

정 _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꿈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고 많을 줄 몰랐다. 우리가 꿈에 관해 알고 있는 상식들을 잘 연구해서 대중들이 먹기 쉽도록 풀어서 떠먹여 준 게 베스트셀러가 된 주효한 이유같다.

현 _ 게다가 백화점 설정 자체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야기가 심각하지 않아서 좋았다. 읽는 동안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며 배웠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픽한 2개의 명대사는 이러하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트라우마 환불요청 / 144p)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yesterday와 벤젠고리/231p)

이 소설에는 신박한 판타지 설정이 많이 나온다. 눈꺼풀저울, 숙면캔디, 흑백 얼룩이 생겨 떨이로 파는 꿈, 감정을 스프레이로 뿌리는 장면, 꿈 예약판매 등등. 이 중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신박한 설정은 바로 꿈값을 감정으로 받는다는 시스템이다. 그것도 후불로. 평범한 에피소드들이 이런 세계관 안에 들어가니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중에는 나라면 선불제로 받을 거라고 하는 이도 있었고, 후불로 받기 때문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꿈값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동양적인 사고라고 한다. 우리는 일생에 몇번 정도는 꿈을 사거나 판 경험이 있고,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김유신 누이의 설화(보희문희 이야기)나 개국신화 등에서 꿈을 사고 팔아서 운명이 바뀌는 이야기 하나쯤은 알고 있다. 이는 서양에선 낯선 개념이라고 한다. 

이어 이 책에 나온 꿈 중 사고 싶은 꿈을 이야기했는데, 퀵 슬럼버의 범고래가 태평양을 유영하는 꿈이 2표를 얻었고, 와와 슬립랜드의 살아있는 열대우림과 아영이 꾸었던 짝사랑하는 상대가 나오는 설레는 꿈 등이 나왔다. 숙면캔디를 먹고 숙면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책 내용과는 관련없지만 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각자 꾸었던 인상적인 꿈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베스트3를 꼽자면.... 

고3 수능 이틀전, 모든 문항을 다 찍어서 만점 받은 은은 이를 통해 쪽집게 과외를 하게 되고, 승승장구하다가 로또번호 쪽집게까지 사업분야를 넓혔는데, 로또번호를 하나도 못맞춰서 도망다니다 깼다고 한다. 깨고 나니 "아, 이번 수능 망했구나"하는 현타가 왔다고. ㅋㅋㅋ 

달은 30년 늙는 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약을 먹을 때가 왔다는 판단을 하고 남편에게 약을 먹겠다고 하니 남편이 선뜻 그러라고 하여, 약을 먹고 죽음을 기다리며 누워있는 꿈을 꿨단다. 그때의 기분, 남편이 옆에서 손 잡아주는 느낌 등이 생생해서 꿈을 깨고 난 뒤에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손이 저렸다고 한다. 

현은 3.1운동이 한창인 현장에 있었는데, 자신이 만세를 부른 것도 아닌데 일본 경찰이 총을 쏘고 자신이 총을 맞아 죽는 꿈을 꿨다. 죽을 때 쓰러지면서 "아...이건 꿈이야"하는 자각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꿈을 꾸고 난 뒤의 감정은 분노와 안도감이었다고.

이 외에 괴나리봇짐을 지고 명의를 찾아 다니며 돌다리를 뛰어넘는 꿈, 싸우다가 맞을 차례에 깨는 꿈, 강의를 앞두고 강의실을 못찾아 뱅뱅 도는 꿈, BTS와 친구가 되는 꿈 등 다양한 꿈이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이야기했다.

은 _ "그래, 결심했어" 처럼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모습을 꿈으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오는 '타인의 삶'과 비슷한 꿈이지만 그보다 훨씬 잘 팔릴 것 같다.

영 _ 낯선 세계를 모험하거나 동화 속 주인공과 노는 꿈 등 아이들 전용 꿈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은 어린이 날, 생일, 크리스마스 등 대목이 많아서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다.

우 _ 아무래도 남자니까 몽정을 위한 꿈제작자로 나서 보고 싶다. (야한 꿈은 달러구트 시즌2나 외전으로 나오는 것도 재밌을 듯)

달 _ 다이어터들에게 팔 수 있는 먹는 꿈, 혹은 꾸고 나면 지금의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느낄 수 있게 하는 꿈.

옥 _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되어보는 꿈.

정 _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벌레, 더위, 습기 같은 거 없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만한 갈등없는 힐링 꿈.

 



2021. 6. 26.(토) 오전 10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ZOOM

참여자 _ 은, 옥, 정, 현, 우, 영, 달 (총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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