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집으로 이미 우리 독서모임의 인기 작가였던 장류진이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를 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암호화폐, 그 중에서 이더리움을 소재로 세 명의 직장여성이 '달까지 가자'를 외치며 투자하고 돈을 버는 이야기. 한번 잡으면 한달음에 내달리게 되는 이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줌으로 8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줌 모임은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아니니까요.
- 전체적인 감상평과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는 감상평이 대부분. 개중에는 언제 망할까를 기다리며 조마조마하게 읽은 사람들도 많았다. 주변에 암호화폐를 하는 지인이 있거나 자신이 해보기도 했던 사람은 뜨끔해하며 읽기도 했다고.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제주도 여행 가서 파국으로 치달았다가 지송이가 "나 얼굴은 포기못해"하는 장면이 많은 표를 받았다. 놀라운 반전이랄까 의외랄까, 그때부터 비호감이었던 지송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이도 있었다. 그 외에 방을 보러 가서 한뼘씩 치수를 재는 장면, 세 명이 맥주 사다놓고 회사에서 야근하는 장면, 점 보고 나서 팀장이 딴 사람들은 나가라고 하던 장면 등이 추천되었다.
- 코인이나 주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혹은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대체로 이 모임 사람들은 간이 작은 사람들. 주변에서 하는 사람을 보거나 망한 사람을 본 이야기들이 주로 나왔고, 실제로 암호화폐를 사서 폭락하는 경험을 했던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주식해서 번 만큼 암호화폐로 까먹었다고. 주식을 했던 사람들은 몇 명 더 있었다. 그 중에서 윤의 경우가 바람직해 보였다. 적금 대신 주식을 갖고 있는데, 내가 제품을 써보고 좋으면 그 회사의 주식을 찾아보고 산다고. 지금까지 적금 수익률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20% 수익이라니! 적금 이자률 1%의 시대에 이런 모범적인 사례가!
- 다해가 바랐던 화장실과 방 사이의 '턱'이나 새로 얻은 1.2룸의 0.2 공간처럼 살면서 내가 최소한으로 바랐던 것이 있다면?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진은 1인용 소파에 앉아 맥주 마시고 책 읽고 하는 게 로망이어서 좁은 원룸에도 1인용 소파를 들였는데, 거기 앉았던 기억은 없고 언제나 짐이 쌓여 있었다고. 결국 이번에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데도 그 1인용 소파는 처분하고 왔다고 한다. (우리 이런 거 하나씩은 있잖아요? 빨래걸이가 된 헬스기구라든가. ㅎㅎ) 우는 빨래 널 공간을 항상 원했고, 지금도 빨래와 한 공간에 기거하고 있다며 줌 카메라를 돌려 널린 빨랫대를 보여주었다. ㅋㅋ 정은 서울살이 최초에 전선이 발에 걸리지 않는 크기의 방을 원했고, 그런 최소한의 바람은 이사하면서 달라지다가 현재는 렌지 후드를 타고 옆집의 음식 냄새가 넘어오지 않는 방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욕실문이 안으로 열리는 집도. 욕실문이 밖으로 열리면 턱이 있어도 욕실물이 넘친다. 윤은 다해와 반대로 방문턱이 없는 집을 원했고(청소기 돌리기 힘들어서) 지금은 방문턱이 없는 집에 살고 있다. 은은 이사간 집에 물구나무 서는 공간이 없어서 아쉽다고. 만약 다해네 집처럼 0.2평 공간이 있었다면 자기는 분명 물구나무 서는 공간으로 활용했을 거란다. 영은 채소를 키우고 싶다고. 사실 예전 살던 집에 채소 키울 공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공간에 짐을 쌓아놓고 거들떠도 안봤다. 그러니 사람이란 항상 나에게 없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고. 달은 혼자 살 때 보일러가 말썽이라 따뜻한 물이 15분만 나오고 안나와서 덜덜 떨며 샤워를 했다. 지금은 다행히 온수 콸콸 나오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옥은 테이블 놓은 공간이 부러워서 집이 좁은데도 테이블을 샀다고. 지금은 큰 평수로 이사가서 그 테이블이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초심이 떠올라 버릴 수가 없어서 이사할 때도 들고 왔다고 한다.
이요가 그린 '달까지 가자' 표지 스케치
- 돈 때문에 부딪혔던 한계, 치사했거나 구질하거나 좌절했던 경험 등을 풀어봅시다
다양한 경험들이 풀려 나왔다. 레노마 12만원짜리 가방이 갖고 싶어 초코파이로 한끼를 떼운 경험, 대학원 다닐 때 가족들로부터 원조를 받은 경험, 7개월 일한 직장에서 5개월치 월급을 못받고 쫓겨난 경험, 백수시절 돈이 없어 아무도 안만나고 산 경험, IMF에 동생 등록금을 못해줘서 가슴 아팠던 경험 등등.
- 내 옆에 은상같은 존재가 있다면 믿고 따라갈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은상이라면 함께 "가즈아~" 라고 할 수 있을까?
은상은 이 소설의 세 여자 가운데 이더리움을 제일 먼저 했던 사람이고, 나머지 두 명의 여자들을 끌고 '달까지 가자'며 돈을 벌어준 사람이다. 우리는 지송이거나 다해였지 은상은 될 수 없는 사람들. 다들 자신이 얼마나 간이 작은지 간증하는 시간이었다. 은상처럼 "가즈아~"라고 할 수 있으려면 자신이 돈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렇지만 자기가 그렇게 많이 번다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정보제공은 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딱 그 정도. 장군님은 못되는 사람들이다. ㅎㅎ
- 설탕에 굴린 달달한 결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결말에 대해 유일한 남자 회원이 이견을 보였고, 나머지 여자들은 대체로 만족했다.
진은 제주도 돌탑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게 가짜였으니 당연히 뒷부분도 비극일 거라고 예상했다가 아니어서 좋았고, 3억 정도의 돈이 적당한 금액이라서 해피엔딩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옥은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앞부분의 이야기가 다 꿈이었다고 할 줄 알았다고. ㅎㅎㅎ 정은 이제껏 한국소설들은 왜 다들 그렇게 루저의 서사였을까 의심하게 만든 혁신적인 결말이라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3억이나 33억을 번 소설 속 주인공들보다 그들에게 3억을 나눠줄 수 있는 작가 장류진이 가장 부러웠다고. 달은 이 소설의 주 독자인 20~30대 여성들을 위한 좋은 결말이었다고 했다. 희망적이고 해피엔딩이니까. 특히 이후에 지송이가 가장 잘 살았을 거라고. 대만 흑당으로 사업해서 100억은 벌었을 거라고. ㅎㅎ 윤은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마지막에 안정적으로 세이프존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영은 기존 문법이나 클리셰를 피해간 결말이라 느꼈고, 전작을 통해 작가 자체가 산뜻한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기에 안심하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 앞으로 나에게 도약과 상승의 기회가 있다면 무엇을 갖거나 이루고 싶은가? (분에 넘치는 것이라도 마음껏 이야기해보기)
이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는 어찌나 비슷한 대답들을 제출했는지... 집, 작업실, 가게, 공방, 건물 등등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가끔 차(자가용), 내가 후원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 여유와 시간 등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역시 코로나 시대, 쾌적하고 널찍한 공간, 방해받지 않으며 뭔가를 할 수 있는 생산적인 공간에 대한 꿈은 이 시대의 공통적인 욕망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