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를 초대하고 먼저 떠난...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by 이요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은 두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난 뒤 자신의 부모에 대해 쓴 글로 시작된다. 김영하를 오래 읽어왔고 편애하는 이, 김영하를 잘 모르고 에세이는 처음 읽는 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 책을 읽고 난 후 부모에 대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단 한 번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참석자 전원이 끝까지 책을 다 읽고 온 날이었다.


Q 책을 읽은 소감

효 _ 여기 실린 글들을 구독 서비스로 먼저 받아봤다. 그때도 단정하게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요즘 내 인생을 한번 돌아봐야 할 시기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잘 살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윤 _ 역시 김영하라고 생각했다. 내 입맛에 맞는 에세이였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걱서걱한 지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건조하게 바라보고 글로 써서, 역시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은 _ 고향 다녀오는 무궁화호에서 4시간 동안 독파했다. 기차 안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창문 너머 계속 풍경이 지나가는데, 마치 인생이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책 읽는 나에 취해 독서 시간을 즐겼다.

달 _ 김영하의 책은 한권 밖에 안 읽었고 작가에게 큰 애정이 없다 보니, 어떤 부분은 재밌는데, 어떤 부분은 덜컹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글이 솔직한 부분은 좋았으나, 새로운 부분은 없었다.

옥 _ 이번 독서모임을 한다고 읽다 보니 예전에 읽은 책이었다. 내용과 제목이 어울리지 않아서 까먹은 듯. 그만큼 흐르는 책, 즉 기억에 남는 책은 아니었다. 에피소드들은 귀엽고, 김영하 답다고 느꼈지만, 내게는 <여행의 이유>가 더 재밌었다.

현 _ 작년에 읽었는데, 나를 위로하는 책으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때 당시의 나를 해방시켜줬다고 할까? 가슴으로 공감하는 이야기였고, 나는 이렇게 글을 못쓰니까 그런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 _ 김영하의 책은 <검은 꽃> 이후로 처음이다. 윗 세대의 옛날 이야기를 원래 좋아하므로 이 책도 좋았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세상으로 나를 초대하고 먼저 다른 세계로 떠난 두분에게'라는 서언이었다.

정 _ 자신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던 김영하가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시자 이제서야 부모에 대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다. 이 책은 부모님이 계시냐 아니냐에 따라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다.


Q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된 적 있나요?

약 3명 정도가 이 책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할머니가 아빠의 친엄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거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알고보니 피난 오기 전에 북에서 결혼을 하셨다는(그 분이 할아버지를 찾아오기도 하셨다거나) 등의 이야기였다. 자신이 입양되었거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고 있을 때, 그것을 끝까지 비밀로 해야 할지 알려주어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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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책에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 에피소드를 읽으며 떠오른 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봅시다.

정 _ 아버지가 군대로 들어온 위문품 전축을 형제들에게 주지 않고 군방송실로 보낸 에피소드가 나온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마이마이로 음악을 들었다. 그때 유행이었는데, 아빠가 일본 출장 갔다가 아이와 카세트플레이어를 사오셨다. 나는 당연히 날 위한 선물인줄 알고 기뻐했는데, 아빠가 자기 꺼라면서 안주셨다. 결국 고등학교 시절에는 못듣고, 대학 가서 대구 가면서 아빠 몰래 빼돌려 음악을 들었는데, 술 마시고 잃어버렸다.

은 _ 언제 작가가 되는가? 꾸준하게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는 에피소드를 보고 찾아봤더니 내가 오래 전에 운영하던 블로그가 살아있었다. 그 블로그의 제목이 '될 때까지'였다. 오랜만에 읽으니 오글오글한 글도 많았지만 때로 괜찮은 글도 눈에 띄었다. 어린 나이에 '될 때까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열심히 글을 썼던 내가 떠올랐다.

옥 _ 나이드신 아빠가 예전과 달리 어릴 때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국민학교 때 부모가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시켜주지 않아서 먼 거리를 걸어 다녔다는 이야기, 어릴 때 공부 대신 때리면서 일을 시켰다는 이야기 등등. 나이 들어 부모가 되어보니 더더욱 그때 자신의 부모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 어린 시절에 맺혔던 감정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아빠가 이런 글(김영하가 쓴 것 같은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달 _ 요가의 송장자세(사바사나)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영하는 송장자세를 좋아한다지만, 나는 송장자세를 할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하도 생각이 많다 보니 요가갈 때 아예 생각할 걸 들고 가기도 한다. 요가하는 시간은 내 몸의 통증을 알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요가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우면서도 좋다.

윤 _ 31p에 '평범한 인간의 생일은 왜 축하하는 것일까? 그것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환대의 의례일 것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좋은 곳에 온 사람들끼리의 환대하는 것은 쉽다. 원치 않았지만 오게 된 곳, 막막하고 두려운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야말로 값진 것이다'는 부분이 17년 가까운 내 고민을 해결해줬다. 나는 생일을 왜 축하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말에 값하는 인생이 되고자 생일에 기부하곤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며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효 _ '기대와 실망의 왈츠' 부분을 읽으며 엄마와의 에피소드가 기억났다. 한창 반항기였던 중2때 생일 전날, 엄마에게 반항하느라 나는 왜 태어났을까 따위의 못된 말을 적어서 일기장을 놓고 나간 적이 있다. 엄마가 그 일기를 보고 상처받았는데, 따로 내색은 안하셨지만, 그때 이후로 우리 가정의 유구한 전통인 생일날 탕수육이 없어졌다. 또 아빠와는 정서적으로 교감이 안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아빠가 군대시절 문집을 만들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만약 그때 감성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더라면 내가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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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정 _ 30대 때 결혼할 뻔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랬더라면 틀림없이 이혼을 했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세상 풍파를 더 겪었으므로 작가 데뷔가 몇년 빨라지지 않았을까?

옥 _ 스페인어를 전공했는데, 그때 와인 수입업체에 취직하는 사례가 많았다. 만약 그랬다면 일을 잘했을 것 같다. 왜냐면 요즘 와인을 좋아하고 즐겨마시기 때문이다.

현 _ 한때 방송작가 쪽을 잠시 기웃거린 적이 있는데, 만약 했더라면 예능 작가로 잘 나가지 않았을까?

우 _ 96년 경에 아버지 집에서 살 수도 있었다. 만약 그때 부유한 아버지 집에서 살았더라면 (드라마처럼) 외국에 나가 공부했다거나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은 _ 만약 내가 이과에 갔다면 도형이나 건축 등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건축 전공을 했을테고, 어쩌면 유현준 건축가 밑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달 _ 워낙 성격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필터링을 해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라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결국엔 지금과 비슷하게 글 쓰는 일을 했을 것 같다.

효 _ 첫 직장을 그만 둔 후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어느 영화 커뮤니티에서 정모를 하기에 가봤는데, 찐영화 팬들의 열기에 뒷걸음질 치고 다시는 나가지 않았다. 그때 용기를 내서 계속 나가고 했더라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윤 _ 옷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 학창시절엔 하루에 10장씩 옷 입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IMF 때는 알바비로 포토샵 학원에 등록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디자이너 옆에 있고 싶어서 AE와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비누 만들면서 색 내고 모양 만드는 게 결국 그림 그리는 업으로 돌아온 것 같다.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 복복서가

2026년 3월 21일

참석자 : 정, 옥, 현, 우, 은, 달, 효, 윤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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