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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리퍼 Oct 03. 2023

그래도 계속 해보자는 말 밖에는

배우 차영남 이야기

시도에 시도를 더하는 <차영남> 


seezn(시즌)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신병' 본 사람들은 주목해보자.

말년 병장 '심진우' 캐릭터로 나온 배우이자 작가이자 요식업 사장님이자 한 아이의 아빠인 가장으로도 활약중인 프로 N잡러 차영남님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힘을 정말 많이 얻고 왔다. 도전을 꿈꾸는 모든 트리퍼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안녕하세요, 구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주세요!
ⓒ TRIPPER

안녕하세요, 자주 넘어지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유일한 재능인 차영남입니다. 트리퍼 독자분들과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목적지를 이탈해 낯선 골목에 들어서기를 좋아하는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설렘이 되길 바랍니다! 


N잡러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배우, 요식업, 작가, 유튜브까지요! 여러 가지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제가 배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의 대답이 될 거 같아요. 사람의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직업도 다양하게 갖기가 쉽진 않죠.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단기간 내에 타인의 삶을 깊게 연구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간접적으로나마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해 보고 살펴보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의 삶을 이해해야하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다른 직업군을 가져보는 것들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결국엔 다 경험이 되니깐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당연히 돈 때문이죠. 저는 플랜 b,c까지 있어야 해요. 플랜 b가 없으면 a를 함부로 실천하지 않아요. 최소한의 경제력은 갖춰져야 배우 활동을 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이 오디션을 보러 갈 수 있고, 촬영장에 갈 수 있어요. 특히나 정산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생계 유지비를 가지고 있어야만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거겠네요?

맞아요. 너무 절실해도 안 되는 일도 있잖아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할 때가 많죠. '열심히 하겠습니다'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특히나 나이가 30대가 넘어가면서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엔 n잡을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컸어요. 연기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장사를 하나, 촬영 준비는 어떻게 하지? 그래서 제가 없어도 가게가 돌아가게끔 세팅을 했어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아스론가 카페 같은 경우 모든 알바생이 다 배우들이에요. 첫 번째 고용 조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촬영이 생기면 빼준다 였거든요. 저도 20대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가장 커다란 고충이 이거였거든요. 제가 영화를 하나 찍게 되서 3일정도 빠진다고 했을때  사장님께서 '무슨 영화인데?' 라고 물으면 단편영화인데 알 리가 없잖아요. 이 상황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운거죠. 그래서 누군가가 오디션을 보러 가거나, 촬영이 생기면 대체 근무자가 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죠.  실제로 모두가 촬영이 생겨서 아무도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은 적도 있어요. 


연기만 하다가 새로운 직업을 만나게 됐을때 어떤 점이 크게 달랐나요?
ⓒ TRIPPER


저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진짜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카페 사장을 해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다른일 이더라구요. 다른 직업이에요. 바라보는 시점 자체가 다르더라구요. 바리스타였을 때는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게 중요했어요. 그렇지만 사장의 자리면, 이 가게가 어떻게 해야 유지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관점이 달라요. 마치 배우가 ‘나 연기 잘해야지’랑 감독은 '비가 오면 어떡하지?’ 이런 차이예요. 영화를 찍을 수 있느냐, 아니면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느냐의 차이더라구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직업군이 있으면 연기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배우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작품이 있을 때까지 버티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는 거죠. 이 안에서 압박이나 방해나 조언, 충고들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내가 배우와 다른 직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지를 제 인생에서 나름대로 테스트 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연기랑 닮아 있는 점은 뭘까요 ?

연기는 관객이라면 요식업은 손님이죠. 충족시켜 주는 것이 교집합이예요.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을 연극처럼 마주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내어드린 음식과 술을 마시고 들어왔을 때보다 더 기분 좋게 나갈 수 있느냐 , 무언가 영향을 받고 나갈 수 있느냐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장사가 더 어려워요.

영화는 한번 찍고 편집이 되면 더 이상 제가 손 쓸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만 장사는 매번 매 시간 다른 분들이 오시고 그분들의 입맛이 다 다른데 제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메뉴를 내놓는 건데도 반응이 다 다르니까요.


연기에 호흡,발성,발음 기본이 있듯이 가게에도 기본이 있어요. 청결,음식의 맛,서비스 이런것들이 있는데 요즘 시대는 퍼스널리티를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 즉 매력이 뭘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도 '내가 가진 파스타의 매력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하는 세상 인 것같아요. 새로운 경험과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고민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걸 넘어서는 클래식 이즈 베스트라는 말도 꼭 기억해야 하고요.


아스론가는 을지로에 자리 잡고 있잖아요? 저도 방문해 봤지만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니고 정말 서치를 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공간이더라구요.
ⓒ 아스론가 인스타그램


위치에 대한 걱정은 있었어요. 코로나 시기기도 했구요.  고민을 하다가 여기서 잘되면 다른 데서도 잘되겠다라는 모험 심리가 발동했어요. 사실 을지로는 랜드마크라고 할 게 없어요. 노포도 많고 새로운 와인바도 많은 다양한 계층의 문화를 즐기는 다양한 연령층이 있죠. 사람들이 뷔페 찾아가듯이 여러 가지 원하는 것들을 골라서 선택하는 매력이 있어요. 


가장 커다란 매력은 새로 지은 호텔 사이에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건축물들이 공존한다는 상반된 매력이였어요. 아스론가 공간에 있다가 나오면 마치 그 시간이 마법처럼 끝난 기분이 들어요. 영화 미드나잇인 파리처럼요.


Q 최근엔 볼보이07이라는 곳을 이태원에 내셨는데 을지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거 같아요. 
ⓒ 볼보이07 인스타그램


제가 기억하는 20대 때의 이태원은 청춘, 젊음 그자체였어요. 제가 대전 사람인데 상경해서 이태원에 왔을 때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많은 외국인은 처음 본거죠. 다양한 세계음식들을 판매하잖아요. 인도음식부터 키르기스스탄 음식까지요. 다양한 문화들이 섞여 있어서 궁금증이 많이 갔던 동네예요. 해외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주잖아요. 


을지로랑 이태원 중에서 구독자분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


제가 운영하는 아스론가, 볼보이 모두 골목 중간에 있어요. 제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마주친 후쿠오카의 골목길이 있거든요. 그때가 인상 깊어서 글로 쓴 적이 있는데 목적지를 이탈한 사람들은 원래 가고 싶었던 방향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라고 적었죠. 


전 그 여행지가 특별했어요. 블로그나 인스타를 찾아보지 말고 오늘 하루는 나의 모험심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이끌리는 곳을 들어가봤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모든 순간이 만족스럽고 완벽하길 바라면 다른 도전을 못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가게들도  줄서서 먹는,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편안하게 언제나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래요. 모두들 골목길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로서, 배우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나요?


첫번째는 20년 전부터 똑같은데 소소한 일상을 관찰해요. 저는 되게 염세적이면서도 긍정적이에요.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거든요. 우리 모두 다 늙어가잖아요. 생명을 위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지에 집착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남아 있는 인생을 재밌게 살아가야 한다고 봐요. 번아웃이 올 거 같은 극강의 위기를 즐겨요. 어떤 방법으로 헤쳐나갈지 궁금해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단하게 힘든 일은 아니였구나 생각하게 되잖아요. 여행을 자주 가서 그곳에서 글을 써서 영감을 얻곤 해요.


그럼 추천 해 줄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


강원도의 조용한 바다를 좋아해요. 강릉 쪽에 사근진이라는 해변이 있어요. 경포대나 주문진은 사람이 많잖아요. 여기는 편의점 하나 숙소 하나 있어요. 사람이 그만큼 없는데 바다를 바라보고 걷고 있으면 파도의 소리가 되게 크게 들려요. 파도 소리의 강약이 되게 불규칙하게 들리는데 그게 감정의 동요를 만들 때가 많아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생각도 정리가 되고 마음이 진정됩니다.


작가님의 글들을 보면서 저도 많은 힘을 얻었는데요.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항상 소개할 때 '자주 넘어지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나는 게 재능인 사람이다' 라고 말해요. 1등 하는 분야도 없고 연기도 글쓰기도 어디 가서 상을 받거나 엄청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고 줄 서는 장사도 해본 적이 없어요. 언제나 3등 4등 삶을 살았던 사람인데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항상 내가 하는 것을 즐거워해요. 실패하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실패를 극복하려고 하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맞추지 말고 각자가 원하는게 있으면 온전히 이뤄 볼 수 있도록 자주 도전하며 실패도 해보고 다시 일어나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실패한 삶도 실패 나름의 즐거움이 있거든요.



'차영남'

인스타그램 : (링크)

유튜브 : (링크)

아스론가 : (링크)

볼보이 07 : (링크)

도서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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