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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림엽서

2024년 7월 4일

by 경희
작은 그림엽서. 가장 심플하고 가볍게 작품을 소유하는 방식이었다

_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p.41, 신미경 저, 상상출판


2019년 여름, 오르세 미술관에서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특별전이 진행 중이었다.

이름도 작품도 생소한 화가의 그림에

무심하게 다가갔다가 푹 빠져들었고

열병에 들뜬 사람 마냥 쉬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세상 진지하게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두 장의 엽서를 골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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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없는 실용적인 옷을 입은 여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단한 몸을 의자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있는 아이의 머리 위에는 꽃이 만발하지만,

앳된 여인의 옆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 놓여있다.

여인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싶다. 환한 미소로 삶을 긍정하는 여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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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의 당참이

나와 닮았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오면

나를 위해 멋지게 차려입고

카페에 가서 커피에 달콤한 케이크를 곁들여 먹으며 대수롭게 않게 맞이해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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