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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2024년 7월 8일

by 경희

주말에 연극 '나혜석'을 보았다.


헤이딜러 광고에서 이정은은 말한다.

"여러분 절대 밖을 보지 마세요. 주어진 틀에서만 사는 거예요. 얼마나 아늑해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적당해 보이는 것을 선택해서 사는 거예요."

수지는 응답한다

"싫은데, 우리에겐 생각보다 많은 선택권이 있어요."


나혜석은 주어진 틀 너머의 세상으로 나아가 몸소 부딪히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순탄치 않은 길에서 넘어지고 찢겨도 자신의 목소리를 따랐다.

결연한 행동에 찬탄하다가도 홀로 맞서는 그녀가 안쓰러워 마냥 응원하기가 주저된다.


모델이자 배우 장윤주의 인터뷰(퍼스트룩 2018년 3월호)가 떠올랐다.

'개척? 그게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데. 난 왜 만날 맨 앞에서 바람을 다 맞아야 해?'


휴, 격하게 공감한다.

차디찬 바람을 맞다 보면 문득 회의감이 찾아오는 때가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나 왜 이러고 있나.


이어지는 장윤주의 말.


'단, 거창한 목표를 세우진 않을 거예요. 예전엔 나만 중요했다면 이제는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있거든요.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며, 행복한 밸런스를 맞춰가려 해요. 그렇게 조화롭게,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맞아, 거창한 결과를 바라는 게 아니다.

몸부림치지 않으면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을 뿐이다.

하염없이 몰아치는 비에 지치고 힘들면 쉬어 가도 좋겠다.

지붕 아래 모여 함께 무지개를 상상하고, 물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뛰놀며 말이다.


누구도 나아가지 않은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며 나혜석도, 그녀를 사랑한 주변 사람들도 상처받고 괴로웠다.

가시덤불에 꽃 한 송이 피워 보듬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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