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1일
개미, 아니지 크기가 크니까 왕개미다.
공원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긴다. 고개를 숙이니 왕개미 두 마리에 눈에 들어온다.
한 마리는 사람 발에 밟힌 탓인지 배가 눌려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무슨 일이지?
물음표가 떠오르고 가만히 지켜본다.
배 부분을 콕콕 찌르고는 몇 걸음 물러나 연신 더듬이를 비벼댄다.
몇 번이나 찌르고 비벼대기를 반복하다가 제법 멀리 가기에 가버리는가 했다.
다시 돌아와 찌른다.
어머나 바닥에 눌어붙었던 배가 바닥에서 떨어지며 공중으로 번쩍 들린다.
이제 어쩌려는 거지?
돌아가는 상황이 점점 흥미롭다.
제 몸집만 한 동료를 들어 올리기 버거운지 아등바등 애를 쓴다.
그러다 그만 보도블록 사이 틈으로 떨어뜨린다.
주춤하는가 싶더니 힘껏 물어 들어 올린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멀어져 가는 개미를 눈으로 좇는다.
어디 가는 거지?
나도 따라나선다.
바람에 중심을 잃어버렸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날려와 내 신발에 부딪혔다.
놀라서 쳐다보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벌써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무성한 정글(잔디)을 넘고,
험준한 바위(조경석)를 넘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돌계단)을 넘는다.
장애물 앞에 망설임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힘들 만도 한데 한 번도 쉬지 않고 나아간다.
어디 가는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감탄하며 녀석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울타리 너머로 사라지며 40여분의 여정이 끝났다.
가슴 뭉클한 동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