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3일 이탈리아 피엔차
몬테풀치아노에서 머무르다가 근교 피엔차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버스 승강장을 찾아가는데 맞게 찾아가는지 싶다. 남의 집 앞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니 도로만 휑하니 있다. 승차권을 발권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기사님께 직접 지불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해 본다. 구글에서 알려준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초조해진다. 과연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각고의 기다림 끝에 버스에 탑승하였다. 아뿔싸 상황을 보아하니 버스에서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다. 대체 승차권은 어디서 사야 했단 말인가. 버스에서 내리자니 다음 버스는 언제 올지도 모르겠고-모르긴 해도 배차 간격이 클 게 분명하다-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결심하였다. 말로 할 수 없으니 버스기사님께 혼신의 힘을 다해 간절한 눈빛으로 호소하였다. 기사님, 제발요. 영겁 같은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야호!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버스에는 중고학생으로 보이는 또래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이방인이 벌이는 소동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터이다. 겨우 한숨 돌리고 자리에 앉으니 오~하고 짓궂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란다.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그보다는 버스를 탔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버스에서 내려 여기 묻고 저기 물어서 승차권부터 구입하였다.
이후부터는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을 따라가니 너른 평원이 내려다보였다. 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나와계셨는데 매일 이런 풍경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평소라면 내지 못했을 용기를 내어 이곳에 당도하기를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