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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2024년 8월 19일 영화 '빅토리'

by 경희

필선이와 친구들은 동네 골목에서 상대 축구부 학생들과 시비가 붙는다.

다음날, 교무실 분위기는 험악하다.

상대편 학교에서 온 선생님은 다친 학생들의 집안을 들먹이며 관련 학생들은 퇴학 처리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퇴학 이야기에 교장선생님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필선이 아빠가 들어오신다. 기세등등한 선생님에게 고개를 조아리다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무릎을 꿇는다. 필선이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필선이를 쫓아온 아빠는 필선이에 묻는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냐고.

필선이는 아빠에게 묻는다. 세상이 그리 어렵냐고.

저만치 멀어지는 필선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빠는 말한다. 세상이 어렵다고.


아빠라고 자식 앞에서 고개 조아리고 무릎 꿇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겠는가.


작업 반장인 필선이 아빠는 회사 간부와 동료들 사이에서 위치가 애매하다. 간부 앞에서 동료들 입장을 전달하다 치이고, 동료들 앞에서 회사 입장을 전달하다 또 치인다.


이것 참,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이 쓰라린다.

세상 앞에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 보이는 필선이 아빠이지만 힘차게 응원하고 싶다.

애달픈 삶이라 할지라도 내려놓지 않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얼마다 대단하고 박수받을 일인지 말씀드리고 싶다.


저어기 필선아, 나도 세상이 어려워.

언젠가 너에게도 그런 날이 온다면 노트에 적어둔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그리고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학자 허준이, 서울대 졸업 축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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