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에선가 걸어놓은 빨래에 석양이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_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마 미리 저, 이봄
#시칠리아
겨울에 시칠리아행을 두고 많이 고민했다. 어쩌면 한 번뿐일 수도 있는데 뜨거운 태양 아래 생기를 머금은 모습을 보고 싶었다. 오랜 고민 끝에 가고 싶을 때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행을 하면서 겨울이라 유감을 표하는 현지인 두 분을 만나기는 하였다.
타오르미나를 한 바퀴 둘러보고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해를 쬐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겨울이라 보여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다. 시라쿠사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며 만난 스태프는 여름이 아니라 볼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었다.
하지만 여름과 결은 다를지라도 겨울이 내어주는 한 켠은 호밀빵 같은 매력이 있었다.
모디카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으레 그러하듯 꼬마열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본 후에 초콜릿 가게에 들릴 참이었다. 운행 시간을 알아보려고 들린 관광안내소에서는 비수기라서 꼬마열차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생각해 둔 유명한 초콜릿 가게로 갔다. 예쁜 포장지에 싸인 초콜릿이 가득한 쇼케이스는 온데간데없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골목을 따라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마을의 모양새가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성당 옆에 있는 가게 외관이 마음에 들어 들어갔다. 초콜릿을 보고 눈을 반짝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사 들고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은은한 비누향이 바람을 타고 왔다. 막다른 골목에 빨래가 나부끼고 있었다. 라구사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대로변의 조그마한 카페에 갔다. 가방을 멘 학생들이 삼삼오오 카페로 들어와 주인아저씨와 미소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겨울이었기에 느린 호흡으로 도시의 내밀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