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8일
검색 엔진에 다음 로고가 떴다.
'내일 새벽, 블러드문 감상하기'.
새벽 3시가 절정이라고 한다.
새벽 3시에 US 오픈 테니스 남자 결승전 중계를 한다.
야닉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대결이라 무조건 보려던 참인데 잘 됐다.
새벽 2시 50분에 알람을 맞추었다.
보통 이 시간에 일어날 일이 없는데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어나야 한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잠이 들어서인지 진동이 울리자마자 눈을 떴다.
반쯤 뜬 눈으로 거실로 나가 달을 찾았다.
달이 안 보인다.
고개를 빼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없다.
시간을 잘못 알았을지도 모르니 인터넷 기사를 다시 찾아보았다.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댓글이 보인다. 아.....
소파에 앉아 중계 채널을 틀었다.
경기가 시작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다.
혹시나 하고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달이 선명하게 보인다.
지구 그림자를 살짝 벗어난 부분이 금테를 두른 것 마냥 너무도 환히 빛났다.
전체가 붉게 물든 보름달을 보는 게 다 일거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알카라스 선수가 야닉 시너 선수의 1세트 첫 게임을 브레이크 하였다.
충격적인 전개에도 도무지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창가로 가서 달을 보았다.
출근하고, 밥을 먹고, 청소하고, 잠을 자고,
내가 매일을 살아가는 집인데 다른 세계가 되어버렸다.
경기를 보다가도 몇 번이고 창가를 왔다 갔다 하였다.
달이 지구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날이 밝고 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 여름밤의 꿈같다.
오늘 나는 분명 우주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