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하세요?

2025년 9월 15일

by 경희
진정한 모험가는 모험이 구현되는 장소나 내용, 규모보다 모험의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라 믿는 까닭이다.

_줍는 순간, p. 315, 안희연 저, 난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가끔 놀러 가요.


이제 날도 제법 선선해졌으니 오늘은 요리를 해 볼까 합니다.

전날 마트에 가서 장을 봤지요.

새송이버섯, 고구마, 닭가슴살, 화이트 와인, 어묵.


오랜만에 카레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햇양파는 속까지 단단해서 칼로 써는 재미가 있어요.

써는 게 재미있어서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 보니 다소 많네요.

괜찮습니다. 어묵 볶을 때에도 양파가 필요하니까요.

고구마와 새송이버섯도 손질합니다. 색을 내려고 당근을 집었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생당근은 좋아하지만 익힌 당근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조금 지쳤지만 기세를 몰아 다음은 어묵을 볶아 보려고 합니다.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 보고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양념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매번 할 때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데,

양념을 하고 비로소 태를 갖추면 참 뿌듯하고 감개무량하답니다.

다음 날에도 먹으려고 남겨두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야금야금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습니다.

괜찮습니다. 또 만들어 먹으면 되죠.


제법 고단합니다. 기분도 전환할 겸 책을 챙겨서 카페에 갑니다.

창 너머로 벚꽃나무가 보이는 자리, 제가 이 카페에서 좋아하는 자리인데 이른 점심시간이라 마침 비어있습니다. '줍는 순간'이라는 책을 며칠 전부터 흠뻑 빠져서 읽고 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찰나의 순간과 마주침에서 풀어내는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점심시간을 지나니 카페가 시끌벅적해져서 나왔습니다. 산책을 할까 하다가 졸려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낮잠을 자고 싶지만, 세면대와 수전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오늘을 넘겨버리면 다음 주말까지 마음이 불편한 채로 지내야 합니다.

그건 못 견디겠으니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납니다.


집이 정돈되어 있으면 오늘도 고생했다, 수고했다 다독여주는 듯해서 위로가 됩니다.

폭 안긴 채로 씻고, 먹고, 보고, 쓰고, 그리면서 나를 채워갑니다.


드라마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번 회차 내용이 요리 경합이라서 상당히 궁금하거든요.

내용이 내용인 만큼 그냥 보는 것보다는 먹으면서 보면 좋겠습니다.

닭가슴살은 스테이크 시즈닝을 툭툭 뿌려준 후에 굽고, 여기에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입니다.


이렇게 주말에는 나를 보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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