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는 비수기대로

2025년 10월 22일 벨라지오, 바레나(2025년 2월 중)

by 경희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바레나에 도착하였다.

벨라지오로 가는 페리를 타려면 선착장까지 조금 걸어가야 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저기가 매표소인가 보다. 표는 왕복으로 구매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직원분이 내 카드를 보더니 옆에 있는 직원분을 쿡 찌른다. 맞아요, 귀여운 건 못 참아요. 저도 같은 맘으로 추가금을 내고 미니언즈 캐릭터 카드를 골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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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가게와 식당은 문을 닫아 한산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골목 탐방을 나서려는 찰나 바로 목표물이 눈에 들어온다. 스카프 가게다. 엄마가 재질을 궁금해하셔서 여쭈어보니 주인아저씨는 실크이고, 꼬모(Como)가 실크로 유명하다고 덧붙이셨다. 돌아가는 페리를 타기 전에 다시 들러 스카프를 골랐다. 크기와 디자인을 두고 고민하느라 시간이 꽤 흘러서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인상을 찌푸리기는커녕 하하 호호 웃고 있다.


가방이 눈에 들어와서 가게로 들어갔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색감이 고급스러운 가방이 많다. 가방 안에 조그마한 조명이 있어서 내부를 환하게 볼 수 있는 가방도 있다. 연신 감탄을 하며 둘러보다가 사야겠다고 거진 마음을 먹었는데, 이미 짐으로 가득 찬 캐리어가 떠올랐다. 좋은 물건을 만나 감상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주문하였다. 둘 다 토마토로 주문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지만, 토마토소스는 기분 좋게 상큼하다. 옆 테이블에는 7명 남짓 되는 청년들이 한 사람 당 피자 한 판을 앞에 두고 신나게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게, 맛이야 아무렴 어때.


든든하게 식사를 했으니 뷰 포인트를 따라 걸어본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호숫가는 지금은 호젓하기만 하다. 벤치에 앉아 고요함에 젖어든다. 여행하는 중에 이런 순간들이 의외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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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시간이 남아 커피를 한 잔 하면 좋겠다.

호숫가에는 흰 천막 아래에 야외석이 멋들어지게 마련되어 있다.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광장이 나타났다. 커피가 가능한지 물으니 옆 가게로 가라고 한다. 에구머니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옆 가게로 가니 모녀로 보이는 두 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엄마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였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따라오는 따스한 미소가 있다. 야외석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한적한 오후를 즐기고 있으니 잠시나마 여기 주민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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