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대결 101ㅡ빨리빨리>
내가 근무하는 현장엔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힘들다는 기준이 무엇일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가르침은 잘못되었다
힘든일은 천한일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천한일을 기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쓸데없고 고고한 선비정신덕에 이 자리에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성실을 품팔고 있다
뿌띠와 소핍은 캄보디아 청년이다
둘다 180이 훌쩍 넘는 장신이고
깊게 쌍꺼풀이 진 눈에 긴 속눈썹. . 잘생기기까지했다
한국온지 얼마안됐는데 소핍은 400만원을 부모님께 송금했고 고향에 근사한 집을 장만하게 됐다고 한다
항상 웃는 이유가 왜인지 알게됐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이 둘은 가끔 '퐐리퐐리' 이러면서 웃는다
빨리빨리의 캄보디아 버전이 퐐리퐐리이다
외국인인 두 청년의 눈에 효율과 생산성이 제일의 목표인것마냥 퐐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들의 모습이 우스웠나보다
그래라 내가 봐도 웃기다 마음껏 조롱해도 된다
예전의 우리는 그때도 빨리빨리였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이나 남겨진 유산, 그림등을 볼때
우리 민족은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느리게 살던 민족이었다
속도와 경쟁이 느림을 최악의 덕목으로 추락시켜버렸고
빨리빨리는 일본말 유도리와 한국말 대충대충도 가치있는 언어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산업화의 숨막히는 속도에 우린 여기까지 달려왔고
아직도 브레이크없는 자동차처럼 달려가려한다
그러나 이제 그 질주의 끝이 어딘지 살펴보아야 할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얄팍한 자존감으로 무시했던 동남아의 청년들에게 더 큰 조롱을 받을수도 있다
*
멋진 페벗님 한분이 숨이 막힐듯 해서 한국을 떠나 프랑스의 어느 소도시에서 새삶을 꾸린다고 한다
고향같은곳이라고 표현하며 그 고향같은곳이 한국이 아님을 미안해하기도 한 참 착한분이다
그분이 그곳을 택한 이유가 그곳은 시간이 느려서임이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난 확실히 졌다
예전에 느림에 관해 끄적거린 낙서를 이곳에 가져다 첨부해본다 아름다운 결단을 한 벗님이 부럽기도 하거니와 그분의 새로운 여정이 찬란하기를, 그리고 소망하는 대로 느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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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정오의 태양이 석양이 될때까지
시계바늘이 두배는 느리게 움직이기를
시 한편을 천천히 읽어도 될시간이
지나고서 주문했던 커피가 나오기를
지나가던 아이가 눈을 마주치고
멈추어서서 영원같은 웃음을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노래가 낡은 스피커에서
한번 더 흘러나오기를
오로지 서둘러야 할것은 그리운이에게서 온
편지의 답장뿐이기를
이 모든것을 하고도 오후 세시가 되지않기를
저녁은 일찍 차리고 두시간이 넘도록 천천히 먹고
작은 기타를 꺼내 아르페지오로 와인을 마시기를
나의 하루가 매일 매일 한시간씩 길어지기를
그리곤 시계가 놓여 있던 자리에
시간이 멈춰진 그림 하나 걸어놓기를
나와 그대의 마음속 시간의 바람이
따듯하면서도 시원하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