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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Oct 18. 2018

예술은 궁극의 목표이다

인생이란, 예술을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바꾸는 작업

  문득 이런 말을 들었다.


예술은 궁극의 목표이다.


  저 말을 들은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명료하게 떠올랐다. '아, 그렇군...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저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예술의 순간을 목격할까? 여태껏 만나온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첫 예술적 경험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 높은 격식의 예술품을 감상했을 때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을 때와 같은 문화적 경험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서 던지면 그 대답의 범주가 사뭇 달라진다. 자신의 인생에서 아름다웠던 경험을 말해보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야구를 하며 처음으로 변화구를 던진 순간, 처음으로 도전한 요리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는 순간까지. 그러곤 다시 물어본다.


  당신의 그 경험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쉽게 내리진 못했다. 오히려 쉽게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그들에게 있어 예술은 실재하는 결과물이어야 하고, 자신은 해낼 수 없는 영역의 특별한 무언가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여있는 것만 같다.


마르셀 뒤샹 "샘". 1917 


  그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순간은 아마 그들이 현대미술품 앞에 섰을 때일 것이다. 남자화장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위의 소변기를 보자. 방향만 바꿔서, 그리고 거짓된 작가의 필명이 왼쪽 아래에 적혀있는 게 전부다. 저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거드는 말이 있다.


  저런 건 나도 하겠다!


  실로 맞는 말이다. 소변기를 살 돈과 검은 잉크만 있다면, 저 작품은 몇 개든 만들 수 있다. 과연 저 작품만 그럴까?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들어진 것들이며, 잭슨 폴록의 작품은 유화물감을 거대한 캔버스에 마구잡이로 뿌려놓은 것으로만 보인다.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품을 접하고 느낀 궁금증과 황당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 이후 그들은 곧바로 자신이 예술적 감각이 없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작품 이면의 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나 박물관 곳곳에 놓인 각종 해설에 기대고 만다.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외치던 당당함은 이내 사라져 없고, 여전히 '예술은 어렵구나'라는 탄식만 속에 되뇌며 예술과 더욱 멀어져 버린다.


  필자 또한 현대미술을 처음 접했던 중학생 시절에는 '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욱 심하게 그것들을 부정하는 동시에 남이 정해준 답을 보며 불안함을 지우는 노력을 반복한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읽게 된 한 미술 관련 책에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실마리를 찾았다.


  그림을 그린 것, 삶을 이해하는 요인으로 삶의 방식(modus vivendi)을 창조하기 위해 예술을 한 것, 살아 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작품들을 창조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 뒤샹, 예술가로서 살아오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며

  

  뒤샹의 저 대답은 내게 있어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줬다. 그에게 있어 예술이란 인생 그 자체였던 것이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작품의 구성요소가 되어, 결국에는 인생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삶의 목적이었다.


  뒤샹이라는 인물이 과연 그림이나 조각을 할 줄 몰라서 저런 작품들을 남겼을까? 노력만 더해진다면 일정 수준의 작품은 누구나 해낼 수 있다던 유명한 화백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뒤샹은 자신이 남긴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 속에 '예술'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숨겨놓았다. 뒤샹의 파격적인 다다이즘 작품이 세상에 선보여진 이후, 미니멀리즘과 같은 수많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알아차릴 틈도 없이 갑작스레 변해버린 미술의 패러다임에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저것은 예술이 아니며, 쓰레기일 뿐이라 폄하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일련의 작업을 쉼 없이 이어나갔다. 그들의 작업 자취에 남아있는 이야기는 간단했다.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구겨놓은 철판도 예술이다. 인생에서 감동적이었던 순간들 역시 예술이다. 자신이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황홀한 기분 역시 예술이다. 자신이 노력하여 얻어낸 결과물들 역시 예술이다. 예술은 자신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이 한 모든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예술가들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대미술이 겪고 있는 수많은 비판들 역시 현대미술의 일부이며, 예술이다. 한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시련과 비판들 역시 그의 인생의 일부이자 예술일 수 있다. 예술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며, 그것을 예술로써 받아들일지 말 것인지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족적을 별 쓰잘 것 없는 것이라 폄하하던 모든 사람들은 단순히 미술 분야로서의 예술과 담을 쌓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간직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품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분의 인생은 아름답다.


  예술을 영어로 하면 'Art'다. Art는 인간이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전반적인 것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개개인의 인생은 반드시 가치를 지니며, 그 가치는 어떠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떠한 어려운 지식도, 복잡한 개념도 아니다. 스스로의 인생을 예술로 여기는 생각, 예술을 삶 그 자체이자 궁극의 목적으로 여기는 인식. 예술은 여러분의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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