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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Jun 26. 2021

#0. 또다시, 프롤로그

자전거 국토종주, 이제는 그랜드슬램이다!

  2020년, 느닷없이 전 세계를 강타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저 역시 바이러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취직도 잘 안 되고, 돈도 점점 떨어져 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 저는 지난 젊은 날(?)의 모험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2020년의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 자전거와 함께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했습니다. 짧았던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제게는 지금까지도 흐뭇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딱히 뭔가를 얻기 위해 시작한 국토종주는 아니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열정과 끈기, 이를 바탕으로 굵어진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직장으로의 새로운 이직까지.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자전거 국토종주.


    국토종주를 마친 이후로, 글을 쓰는 지금 시점으로 약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자전거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됐냐고요? 네, 저는 자전거에 더더욱 심취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여전히 저는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열심히 회사를 다닙니다.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자전거 여행객으로서의 즐거운 생활을 즐기고 있죠.


바뀐 제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풀어나가겠습니다.


  국토종주, 취직 이후에도 부지런히 자전거를 탔습니다. 한강, 안양천, 홍제천, 중랑천, 탄천 등등 자전거길로 연결된 서울 구석구석을 여기저기 다녀봤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기도의 스폿들(헤이리 예술마을, 임진각, 팔당댐, 두물머리, 양평 등등)도 다녔습니다.


  약 몇 개월 정도는 즐겁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요? 너무 빠른 시간에 갔다 올 곳들을 대부분 다 다녀온 탓인지, 더 이상 새롭게 다녀올 곳이 없습니다. 매번 가는 길만 가게 되니,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입문 2개월을 갓 넘긴 시점에 국토종주를 해버려서 그런지, 서울 인근 정도는 계획이나 준비 없이 그냥 쓱 다녀올 수 있는 담력이 생긴 탓인가 봅니다.

  한강과 경기도의 잘 닦인 도로와 쾌적한 환경은 항상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매번 다녔던 길을 반복해서 다니려니 점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죠.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 공허함...


  그러던 어느 날, 길었던 야근을 마친 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하던 중 책상 앞에 놓인 작은 수첩을 하나 발견합니다. 국토종주할 때 샀던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수첩이었죠. 한동안 펼쳐볼 일이 없었기에, 저는 무심하게 수첩을 펼쳐봤습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펼쳐본 수첩이었습니다만, 수첩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제 마음에 다시 모험의 불을 지피기 시작합니다. 바로...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자전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공식 자전거길을 정복했음을 인정해주는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의 인증 페이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633km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수많은 자전거길들이 아직 한참 남아있었죠. 매일 의무적으로 서울 경기권에서만 자전거를 타던 제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감정으로 가득 부풀어 오릅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자전거로 누벼볼 수 있다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미친 듯이 연기를 뿜어댑니다. 하지만, 제가 그랜드슬램을 목표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인증서와 메달


국토종주를 모두 마친 사람에게는 위와 같이 인증서와 메달이 제공됩니다.


  과연, 상 받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게다가 이 상(엄밀히 말하면 인증서)은,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이 사람은 자전거로 뽕을 뽑았습니다.'라고 인증을 해주는 것입니다. 저렇게 메달과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저의 머리에는 온통 그랜드슬램 생각뿐이었습니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단순히 인증서와 메달을 갖고 싶어서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닙니다(진짜..?). 자전거 국토종주가 30대를 앞에 둔 20대 마지막의 저에게 주는 선물이라면, 그랜드슬램은 30대를 출발하는 저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인 셈이죠.


  제 성격상, 하고자 하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계획과 실행에 옮기는 편입니다.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가 생겼으니 바로 행동에 옮겨야겠죠? 신이 난 저는 그 이후로 주변 사람들한테 '자전거로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하겠다.'라고 동네방네 광고를 하고 다녔습니다. 일단 주변에 소문을 많이 내야,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목표를 완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저는, 자전거와 함께 다시 머나먼 길을 떠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떠나기 위해서는, 계획을 세워야겠죠? 적절한 계획은 실행에 자신감을 더해주는 법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30대를 시작하는 저에게 주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그랜드슬램을 향한 계획을 세워보기로 합니다.


  그랜드슬램의 시작을 위해, 저는 우선 길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무료했던 자전거 취미에 새로운 즐거움을 더해줄 그랜드슬램의 시작을 알리는 위대한 첫걸음을 뗀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계획이 뭔데?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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