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을 위한 첫걸음, 코스 알아보기
큰 풍파가 지나고, 다시 시간의 여유가 생긴 저는 브런치 앱에 쌓인 여러 차례의 복귀 요청(이라 쓰고 글 업로드가 되지 않는다는 경고)을 다시 마주하였습니다. 제가 겪었던 자전거 여행의 경험을 소소하게나마 공유하기 위한 시리즈인데, 이렇게 첫 삽만 떠놓고 지어지지 않는 휑한 공터의 건물처럼 내버려 둘 수는 없죠.
감사합니다!
우선은, 대략적으로 어떤 코스들이 있는지를 크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스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정할지, 구간별 길이와 난이도는 어떠한지 등을 알아둬야 세부적인 계획을 짜는 데에 더 도움이 되거든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코스의 종류를 알아보는 것에는, 자전거길을 직접 관리 담당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전거 행복나눔'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코스들에 대한 공식 정보들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컴퓨터를 활용하기 어렵다면, 스마트폰의 '자전거 행복나눔' 앱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종주를 하는 중에는 위의 공식 홈페이지보다는 앱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앱으로 코스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이용하여 코스를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합시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진행하면서, 저는 아라자전거길, 한강종주자전거길(서울구간), 남한강 자전거길 일부, 새재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 일부는 인증을 받았습니다. 위 코스들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예전에 제가 작성했던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운동이든 게임이든, 뭐든지 처음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법입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방향이죠. 제가 거주하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의 코스부터 시작해서, 점점 먼 곳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형태로 계획을 짜는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1. 남한강 자전거길 (충주댐 인증센터)
남한강 자전거길은 서울에서 국토종주를 출발한 사람들에게는 본격적으로 국토종주를 시작하게 되는 분기점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팔당대교 인증센터에서 시작하여 충주댐 인증센터에서 끝나는 전체 길이 약 130km 정도 되며, 조금 버겁다 느낄 정도의 업힐도 곳곳에 포진해있습니다. 그래도 양평군립미술관까지는 경의선으로 이동 및 복귀가 가능하고, 이후 충주에서도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집으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강천보에서 비내섬을 거쳐 충주 탄금대로 이어지는 약 60km의 구간을 제외하면, 크게 어려운 구간이 없습니다. 저는 국토종주 때 충주댐 인증센터 외에는 모두 인증을 하였으므로, 충주댐 인증센터만 다녀오면 됩니다. 코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2. 낙동강 자전거길 (안동댐 인증센터)
경기권에서 출발한 라이더들에게 큰 절망(?)을 선사하는 낙동강 자전거길입니다. 이화령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새재 자전거길의 험난한 코스를 지난 라이더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선사해주는 환장... 이 아닌 환상의 코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여정이 끝나가는 즐거움과 보람이 있고 경치도 매우 멋집니다.
원래는 안동댐에서 시작하여 낙동강 하구둑으로 이어지는 약 330km의 매우 긴 코스이지만, 저는 안동댐 인증센터를 제외한 모든 인증을 마쳤으므로, 충주댐 인증센터와 마찬가지로 저기만 다녀오면 됩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인증센터(박진고개 정상의 구름재 인증센터)도 만드는 중이고, 자전거길이라고 보기 힘들었던 몇몇 마의 업힐 구간(다람재, 무심사, 영아지 고개 등)들은 새로 길을 내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이전의 제 국토종주 시리즈에서도 다뤘던 코스들이라면, 아래부터는 처음 가보는 코스들입니다. 벌써부터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 아라 자전거길, 새재 자전거길 등 이외의 코스 상세 정보는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3. 북한강 자전거길
북한강 자전거길은 서울과 경기권에 거주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밝은 광장 - 샛터삼거리 - 경강교 - 신매대교로 이어지는 전체 길이 약 70km의 어렵지 않은 코스로, 난이도도 쉬운 편이면서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잘 담고 있는 웰메이드 코스입니다.
이 코스의 장점이라면,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담고 있는 코스라는 점입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의 여정이 주는 자전거 여행의 매력이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변화와 기가 막히게 맞물리면서, 같은 코스임에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그 감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코스가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코스인데, 각 계절을 대표하는 풀과 꽃이 경치를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덕분에 언제 가든 길이 지겹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압도적인 접근성과 편의성입니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거의 모든 코스가 경춘선 전철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경춘선 전철 라인은 유명한 관광지와 여행지들이 다수 포진해있습니다. TV를 통해 유명해진 양수리의 두물머리부터 가평역 인근의 남이섬 등등, 관광지가 매우 많아서 인프라가 매우 좋습니다.
첫 번째 인증센터인 밝은광장 인증센터는 경의선 운길산역으로부터 불과 150여 m 거리에, 종점인 신매대교 인증센터는 그보다 조금 더 멀긴 하지만 5~6km 정도만 자전거를 타면 춘천역에 도착합니다. 게다가, 중간의 샛터삼거리와 경강교 인증센터 전후로도 경춘선 전철이 촘촘하게 잘 배치가 되어있습니다.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고, 늘 가던 코스가 지겹다면 방향을 바꿔 반대로 코스를 짜도 집에 돌아올 때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코스인 덕에, 한강만큼은 아니지만 북한강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항상 많습니다. 서울에서 거의 정확히 100km 안으로 떨어지는 길이에, 출출할 때 먹는 닭갈비 한 점과 막국수 한 젓가락은 한 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싹 날려줍니다!
4. 오천 자전거길
오천 자전거길은 충북 괴산의 행촌교차로에서 시작, 괴강교 - 백로공원 - 무심천교를 거쳐 세종시의 합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약 105km의 코스입니다. '오천'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다섯 개(五)의 하천(川)을 따라간다는 의미에서 그 이름을 붙였다는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이 있습니다. 쌍천, 달천, 성황천, 보강천, 미호천 다섯 개의 하천이 제법 자연스럽게 충북 괴산과 증평, 청원과 세종시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강을 따라 달렸다면, 이 코스부터는 거의 대부분을 하천을 따라 달리게 됩니다. 덕분에 경치도 다른 자전거길의 웅장함과 장엄함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조그마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흔히 명절 때 시골로 귀향하는 분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시골의 정취가 길에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겠죠?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새재 자전거길과 금강 자전거길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코스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천 자전거길의 양 종점이 완벽하게 새재 자전거길과 금강 자전거길의 처음과 끝에 닿아있지는 않습니다. 행촌교차로 인증센터는 이화령 업힐의 가장 아래에 있어 사실상 새재 자전거길의 한가운데이며, 합강공원 인증센터는 세종보 인증센터와 대청댐 인증센터 사이에 있으며, 금강 자전거길의 시작인 대청댐 인증센터로부터는 거의 3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이전 국토종주 때 행촌교차로 인증센터를 실수로 지나친 바람에, 좋든 싫든 이화령을 한 번 더 넘어야 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줴엔장! 다른 분들은 국토종주 때 꼭 잊지 마시고 행촌교차로 인증센터를 들러서 인증을 해주세요! 그러면 괴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되니 시간과 거리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저는 문경에서부터 출발을...)
그리고 오천 자전거길부터는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자전거를 가지고 이동하는 일정이 추가됩니다. 자전거 일정을 짤 때 오가는 교통편도 고려하는 등, 변수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5. 금강 자전거길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청댐에서 출발, 세종보 - 공주보 - 백제보 - 익산 성당포구 - 금강 하구둑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약 150km의 금강 자전거길입니다. 대전의 대청댐을 지나 세종, 공주, 부여, 논산을 살짝 거쳐 익산을 지나 군산에 도착하는 코스입니다. '금강'의 금(錦)은 비단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금강은 서해의 군산만에 가까워질수록 그 강물에 반사된 노을이 비단처럼 곱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행정수도와 광역시인 대전, 세종을 지나 문화유적이 많은 공주와 부여를 지날 때의 대비가 주는 즐거움, 점점 커지는 금강의 물길을 따라가는 군산으로의 여정을 기대하게 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이 코스 역시 무난하고 멋진 자전거길이지만, 세 가지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대청댐 인증센터의 애매모호한 위치입니다. 대청댐이 대전 소재지이긴 하지만, 댐이다 보니 인근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내릴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세종의 버스터미널과 대전의 버스터미널 모두 대청댐과 엄청나게 먼 거리에 위치해있고, 그나마 가까운 KTX 신탄진역은 KTX에 자전거를 싣는 것에 제약이 많이 있어 제게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금강 자전거길만 종주를 할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이 대청댐을 들렀다 다시 돌아오는 동선 낭비가 예상되어 실제로는 180km 정도를 라이딩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두 번째는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 이후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산길(?)입니다. 느닷없이 산으로 라이더를 안내한다고 하는데, 그 경사와 험준함이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법 많은 업힐을 올라가 본 저이지만, 이런 정체불명의 임도 코스는 아직도 긴장을 하게 만드는군요...
마지막 세 번째는 바람입니다. 바닷가를 향해 가는 코스들은 거의 높은 확률로 맞바람이 있습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1년 정도 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바람은 아직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코스 길이도 긴 만큼, 체력 안배를 잘해야겠습니다.
자전거 코스도 어느덧 전라도까지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6. 영산강 자전거길
담양댐 - 메타세쿼이아 길 - 담양 대나무 숲 - 승촌보 - 죽산보 - 느러지 관람전망대 - 영산강 하구둑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약 150km의 영산강 자전거길입니다. 이제는 충청권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전라도 구간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메타세쿼이아와 죽녹원으로 유명한 대나무의 도시 담양에서 목포로 가는 여정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자전거 아우토반이라든지 자전거 하이웨이 같은 표현을 통해 '자전거도로계의 고속도로'를 표방하고 있는 모양이긴 한데, 얼핏 전해 듣기로는 도로포장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엉덩이가 미친 듯이 갈려나간다는 후기가 많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우회로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는 구간이라고 하는데, 직접 가보기 전에는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저 '관람 전망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느러지 관람전망대 인증센터는 주의할 대상입니다. 관람전망대는 대대로 높은 곳에 위치하고, 높은 곳에 위치한 인증센터는 자전거로 업힐을 올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슬쩍 검색해보기로는, 여기도 만만치 않은 임도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이런 구간들이 꼭 하나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식 인증 구간은 아니지만, 담양댐 인증센터에서 섬진강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연결노선이 약 25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보통 시간 여유가 되면 영산강과 섬진강을 모두 종주하는 분들이 이 연결노선을 이용한다고는 하는데, 오천 자전거길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섬진강 자전거길의 기점과 닿아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금강의 경우에는 대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일부 버스 노선이 금강 휴게소를 거치기도 하고 지인들과 종종 대전을 가는 경우가 있어 제법 익숙한 편인데, 영산강은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예전에 가족과 함께 담양에 놀러 가 본 적도 있고, 나주는 제 증조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곳이라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에 나주에서 먹었던 나주곰탕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종주할 때에 들러서 먹을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먹어보고 싶군요!
7. 섬진강 자전거길
전라도의 마지막 종주코스, 섬진강 자전거길입니다. 섬진강 생활 체육공원(구 '섬진강댐') - 장군목 - 향가유원지 - 횡탄정 - 사성암 - 남도대교 - 매화마을 - 배알도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약 150km의 코스입니다. 재미있게도, 금강 - 영산강 - 섬진강은 모두 총길이가 150km 안팎으로 비슷하네요.
이 종주코스는 다녀온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국내 자전거 종주코스 중에 최고다'라는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평이한 길, 섬진강과 지리산이 자아내는 멋진 풍경, 쾌적한 도로 환경, 맛있는 먹거리까지 모든 것들이 완벽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구례부터 매화마을 전후로 펼쳐지는 수많은 볼거리와 관광거리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화개장터, 벚나무 터널, 섬진강 기차마을 등, 작은 강폭이 광양으로 가면서 넓어지는 웅장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는 후기가 있군요.
이외의 특징이라면, 섬진강 생활 체육공원 기준 광양의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완만한 내리막 경사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주변의 경치가 눈에 훨씬 잘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다녀오는 일정만 잘 짠다면, 정말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전라도 음식을 많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홍어를 제외하면 모두 제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코스를 돌 때는 꼭 백반집을 들러 밑반찬을 많이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8.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 - 경북 구간)
대망의 동해안 자전거길입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삼척 원덕읍 임원 인증센터까지 약 240km, 울진 은어다리에서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약 80km로 전체 인증센터 17개에 총길이는 약 320km에 달하는 코스입니다. 인천-부산으로 이어지는 국토종주를 제외하고, 다른 종주코스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난이도가 혼자서 5점입니다. 이화령 업힐이 있는 새재 자전거길이 4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코스의 난이도는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됩니다. 코스들 사이의 거리도 결코 짧지 않으며, 동해안 특유의 강한 바닷바람과 정신없이 몰아치는 낙타등 코스가 라이더의 다리 근육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고 합니다. 별도의 자전거길 없이 대부분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코스라서, 옆으로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신경 쓰면서 라이딩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관광객도 많기 때문에, 안전에 더더욱 유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역경과 고난만큼의 보상도 충분한 구간입니다. 수시로 어촌을 드나들기 때문에 식사 해결이나 숙소 선택 등에서 제법 자유로운 편입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식사 때마다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도, 해안을 따라 달리며 아름다운 바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제주도 자전거길과 함께 가지는 유이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종점인 고성 통일전망대는 장소가 주는 인상 때문인지 '비로소 종주가 끝났구나' 하는 느낌을 얻습니다.
이곳은 그간 자전거를 탔던 저에게 있어서는 종합 테스트를 하는 곳입니다. 일단 가는 것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하겠습니다. 강한 바람, 끝없이 반복되는 업힐 등등 여러 난코스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코스를 끝냈다면, 나머지 코스는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고난과 역경은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어느덧 강원도와 경북 구간을 지나, 대망의 마지막 구간인 제주도 환상종주 자전거길입니다.
9. 제주환상자전거길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주환상자전거길입니다. 용두암 - 다락쉼터 - 해거름마을공원 - 송악산 - 법환바당 - 쇠소깍 - 표선해변 - 성산일출봉 - 김녕성세기해변 - 함덕서우봉해변을 돌아 다시 용두암으로 이어지는 약 240km의 순환코스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안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구조라서 출발지와 도착지가 동일합니다. 각 인증센터는 제주도에서도 손에 꼽는 유명한 해변과 관광지들을 거치게끔 되어있으며, 반시계로 도는 덕분에 가는 내내 바다를 즐기며 일주를 할 수 있습니다. 군데군데 식당도 많고, 숙소도 마음만 먹으면 5분 거리 내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좋습니다.
이 코스는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겠습니다. 그냥 '제주도'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국민 관광지인 제주도가 선사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며 문자 그대로 자전거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즐기는 제주도 여행, 생각만 해도 행복한 웃음이 지어지는군요!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에 가는 것입니다. 제주도로 가는 방법, 자전거를 가져가는 방법, 비용 문제 등등... 제주도는 가는 여정 자체가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몸 하나만 가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자전거를 가져갈 방법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네요.
게다가, 변덕이 심한 제주도의 날씨를 얕봤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바람이 매우 많이 불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인데, 기껏 힘들게 방문한 제주도에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그만큼 속상한 일도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구상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제주도 종주는 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경치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충분히 즐기고 올 예정입니다. 마지막 여정에 즐기는 여유로운 제주도의 풍광,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길고 긴 코스 파악이 비로소 끝이 났습니다. 코스를 파악했다면, 종주를 다녀올 일정을 정하고 준비물을 생각해야겠죠? 종주 일정은 매번 바뀔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정하는 것이고, 준비물은 자전거 용품과 종주 수첩, 그리고 중간에 먹고 마실 간식과 물 정도가 되겠습니다. 준비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 확인해주세요.
사실, 가장 신경을 쓸 것은 바로 '어떻게 종주코스까지 가느냐'입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가는 종주길이야 어차피 제가 사는 집에서 바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면 되지만, 앞서 알아본 종주코스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제각각입니다. 금강 자전거길의 경우, 자전거를 가지고 대전에 내려서 군산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 군산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야 합니다. 제주도처럼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매일 버스시간이나 비행기, 배편이 일정한 시간에 맞춰 운행하므로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합니다.
종주코스까지 가는 방법도 문제이지만, 소요 시간을 잘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 생활 중이라 예전처럼 3일 이상의 시간을 넉넉하게 낼 수 없기 때문에 빠르면 당일치기로, 아무리 오래 걸려도 1박 2일 안에는 모든 코스를 소화해야 합니다. 종주 도착지의 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버스의 막차 시간이 생각보다 매우 빨리 끊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인 부분은, 제가 사는 서울은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지역을 모두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체력과 일정만 허락한다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스는 어렵지 않게 다녀는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이 듭니다...?
요약하자면, 시간과 일정을 고려하여 일정을 짤 수 있는 명석한 지략,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인내심을 함양한 덕, 이 모든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그야말로 지덕체, 모든 요소가 다 갖춰진 자만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