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컨드 윈도'를 독식하며 시장을 평정하다

넷플릭스, 글로벌 1사 체제를 꿈꾸나?

이제는 좋기만 하지 않다. 아니 두렵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스트리밍의 춘추 전국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얼마 전 넷플릭스가 WBD의 인수를 결정했다는 기사가 미처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전에, 넷플릭스와 관련된 두 건의 기사가 또 나왔다.

소니와의 스트리밍 독점 계약을 갱신했다는 것아 첫번째고, 유니버셜의 실사물에 대해서 '사실상' 스트리밍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것이 두번째다. 이로서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5대 제작사 중 디즈니(21세기 폭스 포함)와 파라마운트의 영화를 제외한 3곳의 스트리밍 우선 방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2차 윈도 시장이 모두 넷플릭스로 평정되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씩 찬찬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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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D 딜에 세상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열일을 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소니 픽처스와의 글로벌 독점 계약을 갱신함과 동시에, 유니버설 픽처스와의 실사 영화 계약을 1년 앞당겨 실행시킨 것이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이라는 강력한 창에 더해, 5대 제작사 중 3개의 독점 스트리밍권을 확보해 명실상부 '세컨드 윈도의 절대 군주'가 되는 셈이다. 단순한 콘텐츠 수급 계약을 넘어서서 경쟁자란 싹이 자랄 조건 자체를 지워버리는 셈이다.


우선 소니와의 계약을 살펴보자.

2021년 넷플릭스는 소니 픽처스와 Pay1 독점 계약을 맺었다. Pay1은 영화가 극장에 개봉된 후 첫 번째 유료 윈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Pay(유료) 1(첫 번째)이다. 그때로 돌아가보자. 2021년도는 글로벌 시장이 OTT 열풍으로 홍역을 앓던 해였다. Disney는 Disney+를, WBD는 HBO Max를, Paramount는 Paramount +를 내세우면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콘텐츠를 회수해 갔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사 OTT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소니는 넷플릭스의 구세주였다. 당시 30억 달러는 비록 미국 시장만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충분히 돈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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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는 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미국 시장으로 한정되었던 조건을 지우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되, 계약금은 약 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조가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이 천문학적인 계약은 단순한 콘텐츠 수급을 넘어서 경쟁사를 무력화시키는 무기가 된다. WBD 콘텐츠의 완벽한 독점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소니까지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는 것의 의미를 상상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한 <스파이더맨>, <베놈>, <쥬만지>, <고스트버스터즈>, 그리고 향후 공개될 <젤다의 전설> 실사판 등 텐트폴 영화들은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약 18개월 동안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스트리밍 된다. 소니는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유일하게 자체 종합 OTT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이 점을 파고들어 소니의 모든 최신작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이 갖지 못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소니만 플랫폼 경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인 셈이다.


그것뿐이었을까? 남아 있는 경쟁자의 아픈 손가락을 물었다. 소니가 판권을 보유한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영화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핵심 퍼즐이다. 팬들은 MCU의 전체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 디즈니+를 구독해야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솔로 무비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넷플릭스를 거쳐야만 한다. 디즈니+는 Pay2로서 넷플릭스 18개월간 독점 기간이 지나야 겨우 방송을 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소니와의 동맹을 통해, 자체 스튜디오 없이도 경쟁사의 핵심 IP를 인질로 잡는 효과를 가지 셈이다. 이는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로의 이탈을 막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로는 충분히 정당하다. 심지어 MCU의 김을 빼는 대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유니버설 픽처스와의 딜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해 2021년에 합의했던 '2027년 발효' 조항을 2026년으로 앞당겨 실행하기로 한 양사가 새롭게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이 변화의 배경을 설명하려면 아마존을 이야기하지 않을수 없다. 원래 유니버설 실사 영화의 Pay1 권리는 아마존이 2026년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넷플릭스 유니버설 픽처스 실사 영화의 Pay1 권리를 가져오려면 아마존과의 원만한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아마존의 007 방영권을 넷플릭스가 확보했다는 내용을 상기시켜보자.


아마존이 MGM으로부터 확보한 거의 모든 이유에 가까운 007이다. 심지어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윌슨이 IP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아마존 MGM은 007과 관련해서 방영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새로운 작품의 제작 등을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5년 2월, 브롤콜리와 윌슨 남매와 아마존MGM이 새로운 합작사를 설립했고, 이 때 창작 통제권은 아마존MGM이 가지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 2021년 MGM 인수 이후 4년만에 007에 대한 창작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아마존이 2025년 12월 넷플릭스에게 007 방영권을 준 것이다. 이번 유니버설 딜까지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경쟁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무조건적인 독점'보다는 '철저한 비용 효율화(Cost Efficiency)와 수익화'로 노선을 급선회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사가 보유한 핵심 IP인 <007 시리즈>를 경쟁자인 넷플릭스에 공급하여 현금을 확보하는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유니버설과의 2026년까지의 Pay1 계약을 양보해서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유니버설 실사 영화에 대한 Pay1 권한을 행사하게 하고, 대신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미니언즈>, <슈렉> 등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었던 넷플릭스 내 유니버설 라인업을 <위키드: 파트 2>, <쥬라기 월드: 리버스>, <메간 2.0>, <분노의 질주 11>과 같은 초대형 실사 블록버스터로 확대된다. 최근에 급작스럽게 넷플릭스에 쥬라기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이유가 풀린 셈이다.


단 이번 구조는 제한적 독점에 가깝다. 2021년 합의된 '공유 윈도(Shared Window)' 모델인 "피콕(4개월) → 넷플릭스(10개월) → 피콕(4개월)"을 그대로 따른다. 자사 OTT를 가지고 있지 않은 소니 영화의 경우 Pay1 권리를 18개월 동안 보유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셈이다. 아무래도 피콕이라는 자사 OTT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유니버설의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최적의 조건을 만든 셈이다. 피콕의 유료 가입자는 2025년 기준 약 4000만 명 정도다.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 규모가 3억에 가까워진 상황이고, 북미에서만 하더라도 피콕의 2배가 넘는 9천만 명 정도라는 감안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넷플릭스 독점으로 간주될 수 있는 조건이다.


피콕은 가입자 기반이 약하다. 따라서 대중에게 있어 유니버설의 영화가 '실질적으로' 풀리는 시점은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순간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계약이 1년 조기 실행됨으로써 넷플릭스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차기작이나 제임스 완의 호러 신작 등 유니버설의 2026년 라인업을 공백 없이 수급할 수 있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소니의 독점 라인업에 유니버설의 흥행작들을 더하고 WBD의 제작물까지 감안하면, 매월 끊이지 않는 블록버스터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누가 이걸 이길 수 있을까? 이 정도 되면 넷플릭스는 이제 미디어 시장의 블랙홀 그 이상이다. 소니의 '독점 딜'과 유니버설의 '조기 실행 딜'이 결합되면서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2곳의 최신작을 독점 혹은 준독점적으로 공급받는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여기에 WBD 인수까지 고려하면 총 3곳의 제작한 콘텐츠의 '사실상' Pay1 권리를 확보하는 셈이다. 과거 케이블 TV 시대에 HBO가 누렸던 '영화 프리미엄 채널'로서의 지위를 넷플릭스가 글로벌 스트리밍 시대에 완벽하게 재현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디즈니의 영화는 디즈니+로 가지만, 그 외 할리우드의 주요 블록버스터들은 결국 넷플릭스로 모인다." 이 인식은 무섭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구독 서비스를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그 선택지는 필연적으로 넷플릭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 플랫폼들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외부 수급을 통해 라인업의 공백을 메우고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구조를 사실상 완료한 셈이다.


반면, 파라마운트+나 피콕 같은 중소형 플랫폼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핵심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소비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독자 플랫폼은 존재 이유를 상실해가고 있다. 어쩌면 파라마운트 +와 유니버설의 통합이든, 디즈니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하든 양 강 구도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가 필요해졌다.


물론 넷플릭스의 광폭 횡보 역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니에게 지급하는 독점료와 유니버설에게 지급하는 라이선스 비용은 연간 수조 원에 달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구독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광고 요금제가 버티고 있으니, 상쇄시킬 수단 역시 가지고 있는 셈이다.


소니와 유니버설을 통해 넷플릭스는 영화 산업의 유통 경로를 통제하는 '세컨드 윈도의 절대 군주'로 군림하게 되었다.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만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고, 그 나머지는 넷플릭스의 조건에 맞추어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


넷플릭스는 또 한 번 영토를 넓혔다. 영상산업이 시장에 등장한 이후 가장 강력한 제국이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전진하고 있다. 유럽으로 진출한 몽고군에 대한 두려움이 이에 비할까? 이제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보거나, 아니면 극장에서 보거나"라는 단순 명료한 양자택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데프콘 3을 넘어서 2로 향하는 시장이고, 절대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도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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