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정말 커지고 있을까?

불완전한 자료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들

오늘은 질문을 하나 던져보려 한다.

주제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한국 드라마 수출 관련 데이터는 후행적인 데다, 글로벌 OTT의 매출 인식 지역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탓에 이제는 그것만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고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려워졌다


최근에 Parrot Analytics가 발간한 <What Audience Loved in 2025>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는 이제 특정 지역의 '수입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수요 구조 안에 편입된 핵심 장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은 80~90개국에서 동시에 상위권에 오르며, 시즌 공개 시점마다 대규모 수요 피크를 만들어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TV 시리즈가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 수익 약 80억 달러를 창출했다는 추정치는, 한국 드라마의 성공이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 플랫폼 수익 구조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수요'임을 보여준다.


다만 지역별 편차는 여전히 크다.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범죄·서바이벌·디스토피아 같은 특정 장르물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뿐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면, 장르와 IP에 따라 수요 강도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정리하면, 한국 드라마는 이제 세계 시장의 변방이 아니라 상위 그룹에 속하지만, 영어권 콘텐츠 대비 보편성은 아직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다.이게 왜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이미 가성비를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제작비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추락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해 제작비 경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러한 분석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제한적이며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애프터 넷플릭스>의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 드라마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적 수요를 형성하고 그에 걸맞은 가격표를 달아야 한다. 이 맥락에서 한국 드라마가 전년 대비 시장에서 어느 정도 확대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은 향후 시장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데이터다.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입맛에 꼭 맞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결국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유추하거나 해석해 내는 수밖에 없다.


오늘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자료는 Flixpatrol이 매 분기 제공하는 Preference 데이터다. 개별 국가의 시청자들이 시청한 영상물(영화와 TV 쇼 모두 포함)을 제공 지역(Region of Origin)별로 구분하고 이를 백분율로 표시한 자료다. 예를 들어 2025년 1분기에 아르헨티나 시청자들이 본 영상물 중 8.59%는 아시아 콘텐츠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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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의 결정적 한계는 아시아 영상물을 국가 단위로 특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국 콘텐츠(Local) 여부는 판단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제외한 아시아 콘텐츠가 중국인지, 일본인지, 한국인지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시아 영상물 비중은 72.8%인데, 자국 콘텐츠(7.18%)를 제외하면 외산 아시아 콘텐츠는 65.62%에 달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중국은 물론이고 태국 드라마나 필리핀 콘텐츠 등 역내 아시아 콘텐츠의 비중이 생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65.62%의 구성물을 예측하지 못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를 벗어나면 그나마 해석은 쉬워진다. 한국과 일본(특히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아시아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Flixpatrol의 아시아 영상물은 사실상 한국 콘텐츠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무방한 합리적 추론이다. (최근들어 중국 드라마가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으나 아직은 비중면에서 미약하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아르헨티나의 아시안 영상물 8.59%의 대부분은 한국의 실사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해석상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제로 2025년 1분기와 2026년 1분기 자료를 비교해 보자.


선호도가 기록된 총 90개국 중에서 아시아 콘텐츠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상위 9개국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홍콩(동남아시아), 스리랑카·파키스탄·몰디브(남아시아), 모리셔스·나이지리아·케냐(아프리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2025년 1분기 56.55%에서 2026년 1분기 65.48%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해당 국가의 자국 영상물을 제외했음에도 이 정도 상승은 눈에 띄는 수치다.


상승한 9개국의 공통점이 흥미롭다. 동남아·남아시아·아프리카라는 지역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 국가들은 대체로 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자국 콘텐츠 생산 역량이 제한적인 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 콘텐츠가 '저변 확대'되고 있는 시장이라기보다는, 이미 아시아 콘텐츠 친화적인 시장에서 비중이 더 짙어지는 '심화' 현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즉,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기보다는 기존 팬덤이 더 견고해지는 흐름일 수 있다.



오히려 하락 국가가 더 주목할 만하다. 중앙아메리카의 바하마·코스타리카·자메이카, 그리고 페루에서 아시아 콘텐츠 비중 감소가 뚜렷하다. 북유럽의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서도 감소폭이 크고,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인도와 인도네시아다. 두 나라 모두 아시아권임에도 하락폭이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46%대에서 39%대로, 인도는 18%대에서 9%대로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 두 나라는 자국 콘텐츠 생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외산 콘텐츠가 자국 콘텐츠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입장에서는 단순한 선호도 하락이 아니라, 현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의 급락도 주목할 만하다. 두 나라는 원래 아시아 콘텐츠 비중이 높지 않았는데(7~6%대), 2026년 1분기에는 거의 바닥 수준(1~2%대)으로 떨어졌다. 오징어 게임 시즌 공개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반짝 수요'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장은 킬러 콘텐츠 없이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콘텐츠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는 핵심 거점 국가들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멕시코·아르헨티나·브라질·스페인 모두 감소폭이 큰 나라들이다.


이 차트가 사실 가장 뼈아프다. 미국의 경우 4.6%에서 0.6%로 급락했는데, 이는 단순히 오징어 게임 효과의 소멸이라고만 보기엔 낙폭이 너무 크다. 달리 이야기하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예외 사례를 제외하면 관심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브라질과 멕시코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중남미가 아시아 콘텐츠의 가장 안정적인 비영어권 서구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 방어가 향후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남미는 전략적으로 더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보인다




Again. 이 자료는 아시안 영상물에 대한 자료다. 그리고 아시안 영상물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일부 국가의 아시안 영상물까지 다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1~2%p의 작은 변화라면 한국 영상물의 증감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5%p 이상의 변화폭이라면 그 증감이 한국 영상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변수는 있다. 한국 콘텐츠의 비중은 변화가 없더라도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콘텐츠의 감소로 전체 수치가 하락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2025년 1분기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작품이 있었던 반면, 2026년 1분기에는 그에 준하는 임팩트를 가진 콘텐츠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북미 시장의 변화는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차트가 함께 말해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아시아 콘텐츠, 특히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수요는 <오징어게임>과 같은 킬러 영상물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그 기반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상승하는 시장은 이미 친화적인 시장이고, 하락하는 시장은 일시적 수요가 빠지거나 자국 콘텐츠가 치고 올라오는 시장이다. 보편적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한 숙제가 아직 크다는 점을, 이 데이터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현재의 숫자로 결론을 확정하는 것은 무리다. 해당 분기에 히트작이 없었던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에는 분기를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그러면 한국 영상물의 위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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