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 개정 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4/4)
보편적 시청권 관련해서 마지막 글이다. 시장의 대세감은 물량에서 나온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이어지는 것이라면 차곡차곡 빌드업을 하면서 대세감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특정 기간 동안 펼쳐지는 스포츠 중계라면 인지하고 시청하고 공감하는 데까지 빌드업을 하기에는 힘들다. 그래서 소위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업자들은 대부분 파상공세적으로 제한된 시간에 펼쳐 놓는다. 그물망도 이런 그물망이 없다. 어디든 TV 비슷한 것을 접촉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노출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KBS, MBC, SBS가 공동으로 Korea Pool을 구축했을 때 올림픽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지상파 온리 가구 3% 내외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고, 편성 등을 엄청나게 잘해서도 아니고, 세 개의 방송사가 공동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jtbc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고전한 것도 <치지직>이란 제한된 온라인과 20번대 채널 하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스포츠 채널 정도에서만 올림픽을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jtbc 말대로 하이라이트 등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KBS, MBC가 거절한 탓도 크다.
앞서 살펴본 BBC는 멀티플렉싱을 통해 24개 채널을 송출했던 과거에 비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무제한 하이라이트를 방송함으로써 올림픽이란 국가적 행사에 대한 국민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결국 보편적 시청권 문제도 공동중계이든, 단독 중계이든 어떻게 대세감을 확보하고, 이 대세감을 수익으로 환전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공동중계는 최소 채널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지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온라인 시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역시도 반쪽일 테니 말이다. 이 맥락에서 NBC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일단 단독 사업자다. 1988년부터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어서 그 어느 회사보다도 노하우를 확보한 사업자다. 그런데 코드 커팅으로 인해서 NBC나 기타 채널을 통해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50%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도 독점 중계를 유지하는 사업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인상된 중계권료에 부족함 없이 수익을 거두기도 하는 사업자다. 심지어 NBC가 2024년 파리 올림픽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생존 방정식이 무엇인지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동계올림픽 중계 역사상 최고의 광고 수익을 확보한 것이 헛된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채널사업자의 상황이 우리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NBC는 파편화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단순히 TV 채널에 머물지 않고, 가능한 모든 채널을 하나로 연결하는 '토털 네트워크(Total Network)' 전략을 구사했고, 이를 데이터화하고 광고 수익화 했다. 그러니 아무리 한국과 다른 생태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참고할 것이 있지 않겠는가? 이 글에서는 올림픽 중계와 관련된 NBC의 전략을 간략 버전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Full 버전은 연락 주시길)
먼저 중계권료와 시청자수(시청률), 그리고 광고 수익부터 살펴보자.
1960년 CBS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중계를 한 이후로 ABC가 1960년대와 1970년대 올림픽 중계를 독점하다시피 하다가 1988년부터 NBC로 무게추가 넘어갔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는 하계 대회를, 2002년부터는 동계 대회까지 아우르며 독점적 입지를 굳혔다.
1988년 올림픽 중계 이후 NBC는 시대적 변화에 직면해야 했다. 1988년부터 2004년까지는 걱정할 거리가 없었던 시기다. 호황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다. 특히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미국 자국 개최의 이점과 21.6이라는 경이로운 가구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계권료 대비 가장 압도적인 수익성을 기록한 해이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이 TV 앞에 모이는 '본방 사수'가 광고 수익을 결정짓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지표였다.
그러나 2012년 런던을 기점으로 2021년 도쿄에 이르기까지 NBC는 시대적 전환기에 직면하게 된다. 2010년이 사실상 코드 커팅이 시작된 해이기도 했고, 점진적으로 넷플릭스, YOUTUBE 등 새로운 미디어들이 시청자의 관심을 확보하던 시기다. 더구나 도쿄 올림픽 때는 팬데믹과 무관중 경기, 그리고 대중의 시청 습관 변화가 맞물리며 TV 가구 시청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중계권료 지불액은 14억 달러에 육박했으나 시청률이 반토막 나며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이 대목에서 신기한 마법이 작동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광고 수익은 17.6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디지털 광고와 스트리밍 통합 패키지가 TV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One Platform이 처음으로 도입된 시기이기도 하고, 대규모 라이브 이벤트가 없었던 시기에 수천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유일한 라이브 콘텐츠를 무기로 광고 예산을 폭발적으로 집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2024년 파리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대회는 새로운 시스템이 완성된 시기다. 단순히 시청률 하락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스트리밍 서비스인 Peacock과 SNS 크리에이터를 중계의 핵심 허브로 끌어들였다. 파리 올림픽에서 시청자 수가 3,000만 명 선을 회복했다. 광고 수익도 역대 신기록을 기록했다. 2026년 동계 올림픽에서는 중계권료 상승폭을 훨씬 상회하는 광고 매출 성장을 이루어내며 동계 대회 사상 최대 수익을 경신하였다.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TV 시청률은 과거보다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밀한 타기팅과 통합 도달률 덕분에 전체 상업적 가치는 오히려 극대화되었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아마도 어떻게 이게 가능해?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시청률 하락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했고 그래서 올림픽 중계권료를 지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죽을 쌍인데, 왜 이들은 시청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올림픽 중계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 결국 운영 전략의 문제다.
가구 시청률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광고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149%에 달했던 수익률은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으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26%로 다시 반등하였다.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개최된 것은 팬데믹으로 인한 연기 때문인데, 당시 TV 시청률이 최악(8.8)이었음에도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는 디지털 광고 단가의 폭등과 더불어 'One Platform' 전략이 광고주들에게 실질적인 도달률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수익률은 114%로 도쿄 대회에 비해 약 12% p 하락하였다. 이는 광고 총액($19억) 자체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모인 중계권료($16.7억)가 도쿄 대비 약 19%나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즉, 광고 수익의 성장세(약 8%)보다 중계권 확보 비용의 상승세가 훨씬 가팔랐던 것이 수익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일 뿐, 결핍의 조건에서도 광고 수익은 증가했다는 게 중요하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 채널 믹스다. 대세감은 바로 이 채널 믹스에서 나오기도 하고, 시청자가 존재하는 접점을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TV 중계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채널은 뻔했고, 그 소수의 채널에 어떻게 중계 시간을 배분해야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광고 수익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파편화되었고, 더 이상 특정 채널, 특정 서비스에 갇혀 있지 않는 것이 시청자고 소비자다. 그래서 지금은 시청자가 TV를 보지 않는 순간에도 올림픽 콘텐츠에 노출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상파 NBC는 프라임타임 쇼를 통해 국가적 서사와 감동을 전달하는 대형 이벤트의 역할을 수행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Peacock은 '모든 경기의 생중계'를 모토로 전문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큰 틀을 짰다.
NBC가 가진 유일 OTT인 Peacock에서 선보인 '골드 존(Gold Zone)' 채널은 메달이 결정되는 결정적 순간만을 큐레이션 하여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또한 한 화면에서 4개의 경기를 동시에 보며 선택할 수 있는 멀티뷰 기능도 스트리밍 세대에게는 효과적이었다.
각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TV는 거실의 축제용으로, 모바일은 개인의 취향 저격용으로 역할을 완벽히 분리하면서도 전체 시청 경험은 하나로 연결되도록 설계했었다. NBC가 가진 모든 자산을 활용하되, 철저히 기능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어디로 가든 올림픽이 있다는 대세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곧 매체 영향력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우리처럼 분절되어 있거나, 중복하거나 하는 것들은 효율성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적어도 상업방송인 NBC가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제법 돈맛 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거나, 돈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NBC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인 통합 광고 솔루션인 One Platform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One Platform는 '광고 인벤토리의 통합 관리'와 '중복 없는 도달(Unduplicated Reach)'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광고 판매가 특정 시간대의 방송 슬롯(Slot)을 파는 방식이었다면, 이 시스템은 광고주가 원하는 '특정 오디언스'를 모든 기기에서 추적하여 광고를 노출한다. 기술적으로는 NBC의 모기업인 컴캐스트(Comcast)의 셋톱박스 데이터와 Peacock의 로그인 정보를 결합한 '아이덴티티 그래프(Identity Graph)'가 그 핵심이다
광고주가 TV 광고와 디지털 광고를 따로 구매하던 번거로운 과거 방식에서 벗어난 기술적 혁신이다. NBC는 광고주에게 "TV에서 몇 명이 보았느냐"는 단일 질문 대신, "당신의 타깃 고객이 TV, 모바일, 태블릿 중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정확히 노출시켜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광고주들은 이제 더 이상 TV 시청률이라는 단일 지표에 의존하지 않고, NBC가 보유한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통합 도달률'을 구매하게 된다. NBC가 TAD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광고주가 고소득층 SUV 잠재 구매자를 타기팅하고 싶다면, 시스템은 사용자가 TV(셋톱박스 ID), 스마트폰(모바일 광고 ID), 태블릿(Peacock 계정) 등 어떤 기기로 접속하든 동일 인물임을 식별한다. 이를 통해 해당 시청자가 TV로 개막식을 볼 때나 이동 중에 스마트폰으로 하이라이트를 볼 때를 정확히 파악하여 중복 없이 광고를 집행하며, 광고 빈도(Frequency)를 최적화함으로써 광고주의 예산 낭비를 막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데이터 클린룸(Data Clean Room)' 기술이 활용되었다. 광고주(예: 자동차 브랜드)가 가진 고객 데이터와 NBC가 가진 시청 데이터를 개인정보 노출 없이 안전하게 대조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우리 브랜드 사이트를 방문했던 고객'이 현재 어떤 올림픽 종목을 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이러한 정밀도가 뒷받침되기에 시청자 수가 도쿄 때처럼 줄어들더라도 광고주가 느끼는 실질적인 구매 전환 효과는 극대화된다. 당연히 광고 단가는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NBC은 "누가 보는지 모르는 1억 명"보다 "정확히 타기팅된 1,000만 명"의 광고 가치가 상업적으로 훨씬 우월하다는 사실을 미디어 시장에 입증해 보였다.
결국 파편화된 시청자들을 데이터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이 시청률 하락 속에서도 새로운 상업적 기회를 찾은 계기가 되는 셈이다.
편성방식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OBS가 제공하는 신호는 자막이나 해설이 없는 '국제 신호(Clean Feed)'이며, 이를 각국의 사정에 맞추어 재구성하는 것은 철저히 중계권자의 몫이다. 물론 부가서비스와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은 중계료에 따라서 달라진다. 재정규모가 작은 군소 국가의 중계권자들은 OBS가 주는 국제 신호를 받아서 자국에서 해설만 덧붙이는 수준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NBC는 Top-Tier 중계권 자다. 그래서 NBC는 OBS가 전송하는 국제 신호에 자국의 시각을 입히는 '유니래터럴(Unilateral)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NBC는 경기장에 OBS 카메라 외에도 자신들만의 카메라를 수십 대 별도로 설치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해 자국 선수의 표정이나 가족의 반응을 단독으로 잡아낼 수도 있고, IBC(국제방송센터) 내에 가장 큰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해서 독자적인 서사를 구성할 수도 있다.
NBC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들만 보유한 '금기된 접근권(Credentials)'을 크리에이터들에게 전면 개방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취했다. 약 30명의 대형 크리에이터로 구성된 'Creator Collective'를 결성하고, 전통적인 미디어 취재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허용되던 방송국 전용 중계석 옆자리, 선수촌 내부 식당,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등에 대한 접근 권한(Credentials)을 부여하였다. 이는 IOC의 엄격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오직 NBC와 같은 최고 등급 RHB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공간 점유권'과 '인증권'을 활용해 크리에이터들을 공식적인 중계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올림픽 하이라이트 푸티지를 자신의 채널 성격에 맞게 재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함으로써,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공식적인 창작 파트너'로서 고품질의 2차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영역을 열어주었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개인 팬덤’이 올림픽이라는 거대 IP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결과를 낳았다. 크리에이터들은 IOC가 선호하는 엄격한 경기 결과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라이프스타일'과 '인간적 서사'에 집중하였다.
예를 들어, 뷰티 크리에이터는 올림픽 선수들이 땀을 흘려도 유지되는 메이크업 기법을 소개하고,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는 선수촌 식단이나 이탈리아 현지 문화를 조명하며 올림픽을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 세터로 규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를 추종하는 강력한 팬덤은 올림픽을 '국가 대항전'이라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내가 신뢰하는 창작자가 참여하는 일상의 축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더구나 올림픽에 관심이 없던 MZ세대들을 자연스럽게 NBC의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입구 역할을 하였으며, 방송사가 직접 제작하기 힘든 방대한 양의 바이럴 콘텐츠를 비용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한 콘텐츠의 배포에서도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났다. 중계권 독점을 강조할 경우 이들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도 자사의 플랫폼에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NBC는 참여 크리에이터들에게 올림픽 하이라이트 푸티지를 본인의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 채널에 직접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단순히 영상을 퍼 나르는 것이 아니라, NBC가 제공한 소스를 자신의 채널 문법에 맞게 재편집하여 게시하였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가 생산한 콘텐츠는 1) 크리에이터의 개인 채널은 물론이고, 2) Peacock의 크리에이터 전용관 그리고 3) NBC의 공식 SNS 채널에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리포스팅하거나 협업 콘텐츠로 게시했다. 앞서의 채널 대세감을 디지털 영역에서도 확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파리 올림픽 기준 약 10억 회 이상의 소셜 미디어 조회수를 기록하였으며, 이들 크리에이터의 팔로워 중 상당수가 Peacock 결제로 이어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는 중계권자가 가진 독점적 권한을 '통제'가 아닌 '개방과 연결'의 도구로 사용했을 때, 어떻게 기존의 방송 문법을 넘어 팬덤 기반의 새로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대세감을 만들 수 있었던 방식이기도 했다.
이처럼 NBC는 항상 기록을 갱신하면서 올림픽 중계를 사업다운 사업으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시청률의 추세적 하락과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NBC가 2036년까지 올림픽 중계권을 연장하며 집착하는 이유는 스포츠만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힘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의 채널 사업자들이 OTT들과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 무이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실시간 생중계는 희소성을 가진 상품이다. 디지털 시대에 대부분의 콘텐츠는 VOD로 소비되지만, 스포츠는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유일한 콘텐츠이다. 광고주들에게 올림픽은 수천만 명의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집단 주의력의 장'이다. 이러한 희소성 덕분에 스포츠 생중계의 광고 단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플랫폼 홍보 효과(Halo Effect)로서도 썩 괜찮은 수단이다. 티빙이 야구로 가입자를 모았듯이 올림픽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Peacock의 가입자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리고, 다른 정규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툴이다. 2주간의 올림픽 기간 동안 확보한 고객 데이터와 가입자 정보는 대회가 끝난 후에도 NBC의 다른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거대한 자산이 된다.
자 정리를 해 보자.
NBC의 사례는 코드 커팅이라는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채널 사업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실시간 올림픽 경기 중계를 디지털과 연결하고, 팬덤을 가진 크리에이터와 협업해서 대세감을 만들었다. 노출이 아니라 TV를 보지 않는 이들에게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고, 이를 광고 수익으로 바꾸었다.
그동안 수없이 이야기하는 기술을 실제로 산업과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NBC는 단순한 방송 중계권자가 아니라, 시청자의 모든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광고주와 연결하는 '통합 비즈니스 허브'로 진화시킨 셈이다.
시청자 규모는 줄어도 상업적 성장은 가능하다는 이 역설적인 성공을 우리는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NBC는 시청률이 떨어져서 광고 수익이 줄고, 그래서 중계권료를 낼 수 없다는 절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보게 만드는 방식과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우리에겐 눈에 보이는 제약만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러니 보편적 시청권 논의에서 국부유출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겐 정책적 상상력은 물론이고, 사업적 상상력도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럼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새로 정립할 때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총 4개의 글을 통해서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조건들이 뭔지 어렴풋이 그려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기대하며 이것으로 보편적 시청권 개정 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끝낸다.
(이래놓고는 5번 글을 다시 추가했다)
보편적 시청권 개정 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1) 일본의 J-콘소시움과 보편적 시청권
2) 중계권 혼란과 BBC의 중계권 편성
3) 유럽이 정한 보편적 시청권 이벤트
4)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둔 NBC 중계사업
5) 월드컵은 단독 중계를 해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