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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Jul 20. 2016

VidCon2016, 세 가지 키워드

- VidCon2016 읽기 (1)

#1. 입국심사다.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다. VidCon에 참석하러 왔다고 답했다. 뭐라고? VidCon? 이란 반응이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대형 콘퍼런스가 있다고 말했다. 아 그래? 콘퍼런스란 말보다는 컨벤션 센터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모양이다. 입국 심사장에서 알아서 CES 방문했냐고 묻는 그림이 아니다. INTX(미국 케이블 쇼의 다른 이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느낌이 ‘어?’ 했다.


#2.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는 부산하다. 10대들과 유튜브 셀럽들의 조우가 1층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에 맞추어 환호는 덤이다. 곳곳에서 ‘와’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2층에는 각종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3층에는 전문가들이 모여 시장을 조망하고 있다. 키노트 발표와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YouTube 수장의 선언은 3층에서 이루어졌지만,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1층에서 북적대는 팬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VidCon에 대해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규모에서 실망했고, 내용에서 실망한 듯하다. 인플루언서로서 유튜브 셀럽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지만, 줄을 선 규모나 내용 면에서 국내보다 못하다는 게 그들의 판단인 듯싶었다. 실제로 도티나 잠뜰을 보기 위해서 늘어선 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MCN과 관련해서 전 세계 최초, 최대의 잔치라고 하는 곳이 고작 이런 정도냐란 의아심이 대화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사람에 밀려서 움직여야만 했던 CES나 MWC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꽉 찬 느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눈빛과 말빛으로 내년에는 다시 올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반전은 항상 숨어있다.


일단 참여 구성원이다. 1층 플로어의 색깔이 White다. African-American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 LA라는 지역 특성을 감안할 때 지나칠 정도로 White의 비율이 높다. MCN이 백인 중심적인 콘텐츠도 아닌데,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더구나 10대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그림이 아니다.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다. 아이들만 있나 싶지만, 이내 뒤에는 아빠와 엄마가 따라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 VidCon은 유료다.


1층 플로어만 참석하려고 해도 인당 15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최소 가족 수를 2인으로 가정하면 150*2=300달러(약 35만원)다. 그러니 지불능력을 고려하고 규모를 봐야 한다. 거꾸로 도티와 잠뜰 등을 내세운 한국웹콘텐츠페스티벌을 10만 원가량의 유료 행사로 진행했다고 하면 가능했을까? 그렇기에 VidCon은 유료 행사 22,000명을 모은 대표적인 행사로 이해한다면 실망이 아니라 경이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VidCon의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돈을 주고 온 사람을 보고, 비싸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의 규모를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유튜브 셀럽을 보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주고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들은 Showing이 아닌 Biz를 하고 있었다.


VidCon 2015 vs. VidCon 2016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크게 읽을 것이냐 세부적으로 읽을 것이냐에 따라 독해 방식이 달라진다. 크게 읽으려고 한다면 연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올해의 이야기로 완결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이야기와 내일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의 이야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늘 던진 화두의 맥락이 나온다. 어제 던진 화두를 오늘 어떻게 받았고, 내일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7년 된 VidCon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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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 VidCon은 궁색함에서 화려함을 갖춘 행사로 진화해 왔었다. 1,400명 정도가 모이던 첫 행사가 2만 명이 넘는 행사로 발전해 왔다. 그중에서도 2013년과 2014년은 고개를 숙일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던 시기다. YouTube의 30대 MCN 사업자들이 다 이런저런 대형 사업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시점이다. 그래서 2013년, 2014년 VidCon은 왜 그들이 이런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인플루언서의 힘을 이야기한 게 2014년이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조짐이 요상해졌다. Maker Studio의 최종 인수 가격이 당초 9천5백만 달러에 6천7백 오십만 달러로 떨어졌다. 실적을 평가하고 난 뒤에 지불하려던 4천5백만 달러의 평가 보너스가 1천7백만 달러로 떨어진 탓이다. 당초 기대했던 수익성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이런 분위기가 2015년도 VidCon을 덮쳤다. 비즈니스 모델, 수익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등장했다.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키노트(keynote)에서 Green은 Biz Model에 포커싱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Branded Content를 제시했다. 그러나 브랜디드 콘텐츠가 중요한 수익원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VidCon2016은 VidCon 2015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깊어질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방향성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답을 해야 했다. VidCon 2016은 그 답을 했다.


VidCon 2016의 세 키워드: 오리지널, 라이브, 글로벌


오리지널: 2016년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2015년과 사뭇 다르다. MCN이란 것이 YouTube를 통해서 성장한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새 동영상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증가했다. AT&T의 Go90이나 Vessel, YouTube Red 등이 새롭게 등장했고, 동영상 전용 플랫폼이 아닌 스냅챕이나 페이스북 등에서도 동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시장 환경이다. MCN 사업자인 Fullscreen은 아예 독자적인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었다는 이야기다. 더러 가격이나 서비스로 경쟁을 하긴 하지만 일반 상품에 비해서 그럴 여력이 현저히 낮은 동영상 플랫폼들이 스스로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즉, 플랫폼 간 경쟁을 위한 차별화 포인트로 독점적인 콘텐츠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이 맥락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상했다고 봐야 한다. 즉, 여기서 오리지널은 특정 플랫폼에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다. MCN 사업자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IP(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이를 위한 세부적인 전략을 모색할 때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  



라이브: 오리지널만 가지고는 플랫폼 경쟁을 할 수가 없다. 플랫폼이 오리지널 경쟁을 하는 순간 비용은 증가한다. 적정한 수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플랫폼 사업자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더구나 페이스북 등은 이미 실시간 라이브를 하지 않는가? 그나마 여유를 부린다면 이들 서비스가 대부분 관계지향성 서비스에 기초하고 있을 뿐 동영상 전문 서비스는 아직 실시간으로 무장하지 않았다. 동시 접속 능력 등을 감안해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팬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라이브는 의미 있는 서비스일 수 있다. 이를 놓치지 않았다. YouTube는 모바일 라이브를 선언했다. YouNow 같은 회사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도한 YouTube는 적의 전의를 꺾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더구나 경쟁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는 여러 플랫폼 사업자와 자신의 서비스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카드. 그렇게 시장은 다시 한번 라이브로 한 발짝 넘어갔다. 결과적으로 전통 사업자의 핵심 사업에 한 발짝 더 근접한 셈이다. 한국과 달리 온라인 실시간을 지양했던 미국 방송사업자. 그래서 실시간은 그들의 고유 영역으로 남겨 놓았던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또 한번 먼저 움직인 셈이다.


글로벌: 플랫폼은 글로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열리는 순간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사업자들이 글로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간극이 명확하게 드러난 VidCon이었다. 그러나 생경스럽다. 미국의 기업들은 글로벌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자신이 글로벌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대한 지불 능력이 가장 강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미국의 미디어 사업은 글로벌은 어디까지나 자국 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확장하는 개념일 뿐, 글로벌을 지향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미국 시장 내 수익 비중이 감소하고, 해외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영화뿐이다. 그렇지 않은 다른 시장은 기본적으로 미국 시장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그런데 디지털, 그리고 디지털의 가장 끝장인 MCN으로 인해 그 문법의 완결성에 흠집이 발생한 것이다. 모든 수익 함수를 단순화시키면 P와 Q의 문제다. 가격을 높일 수 없는 구조라면 숫자를 늘려야 한다. 더구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는 것은 결국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작은 플랫폼의 요구에 의해서 한 것이지만, 제대로 된 IP만 만들어지면 의외로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MCN 사업자들이다. 그러니 이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요구가 없더라도 스스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다만 비용과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를 해결하는 수단이 Q의 문제, 즉 글로벌이다. Green은 키노트에서 2017년도에는 유럽판 VidCon을 연다고 발표했다. VidCon 자체가 글로벌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경쟁과 콘텐츠 간 내부 경쟁의 힘겨루기가 느껴진 자리였다. 전통 사업자들이 Go90 등의 플랫폼을 출시했지만, MCN은 이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마켓 분석가는 스냅챗을 이야기하지만, MCN 사업자들은 스냅챗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그들은 여전히 YouTube를 이야기한다. YouTube 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YouTube를 자극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 사업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Vessel이나 Fullscreen 등의 유료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다. 일단 Vessel에 대해서는 기대를 버렸고, Fullscreen은 또 다른 의미의 가능성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그러나 Vessel의 등장으로 YouTube의 자세가 바뀌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의미다. 그런 눈치와 눈치가 서로 웃으면서 이루어지던 곳, 서로 칭찬을 하고 우리 잘 나간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경계의 끝자락을 놓치지 않았던 곳, 그곳이 바로 VidCon 2016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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