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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May 23. 2017

가능성은 있다. 다른 수가 없다.

콘텐츠 사업자가 보는 OTT, 그 진솔한 전망

2017년 5월 19일,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 <방송의 미래, OTT의 현재> 세션에서 sbs 김혁 센터장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간의 고민이 깊고도 넓다. 발언 그 자체로만 이해하지 말고, 그 밑단의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SMR이나 OASYS.tv 등 sbs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을 염두에 두고 발표 내용을 음미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정리: 조영신


SBS에서 근무 중 푹티비(PooqTV)를 2012년에 만들었다. 전략을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니다.  젊은 이들은 지상파가 왜 지상파인지도 모를 정도로 플랫폼의 지위를 잃었다. 재송신 논의가 격화될 때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용대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은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전송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겐 뼈아픈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콘텐츠 사용대가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긴 했으나,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를 깨달았다. 물론 이런 생각도 지상파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부가 그런 생각을 했었을 뿐. 


미국의 방송사들을 살펴보니, 훌루(Hulu)가 있었다. 푹은 그 모델을 따라했다. 돌이켜보면 후회는 없다. 그러나 잘하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는다. 


옛날 방송대로 하면 OTT는 방송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의 개념을 좀 더 확장시켜 보면 OTT도 방송일 수 있다. 

pooq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더구나 유료로 돈을 낸 회원이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다. 실시간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이용량의 70%는 온디맨드 서비스다.  그러니 방송의 본질적인 개념으로 봤을 때 푹은 방송이 아닌 셈이다. 


TV를 놓고 나머지를 판단한다. TV는 있는데 OTT가 없는 집이 있을 수 있다. 만약에 그런 집이 대부분이면 콘텐츠 사업자들간의 경쟁이지 매체간 경쟁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만약 TV가 존재하긴 하는데, 그건 거실에 있을 뿐이고 각자의 손에 각자의 방에 미디어로서 OTT가 주어진다고 한다면 이것은 방송이 다양해 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TV가 아예 없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1이 가구도 늘고, TV가 부담스러워서 없애는 집도 늘었다.  TV를 안봐도 괜찮은 사람들이 있다. 게임만 해도 충분히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방송은 종말일 것이다. 


반면에 나는 TV화면이 작아도 나는 볼 것 보고 즐길 것 즐긴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방송의 대체라고 볼 수 있다. pooq은 방송의 다양성과 방송의 대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우리의 의도대로 진행되고는 있는 것일까?

이용자들 


pooq의 초기 가입자들은 대부분 얼리어탭터들이다. 그 분들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TV자체가 없는 경우가 25% 정도가 되었고, TV가 있지만 나는 이게 더 편하다고 하는 비율이 24% 정도였다. 앞서 빨갛게 블록으로 표시한것과 견주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2016년 11월 경 조사(샘플조사)에 의하면, TV는 있지만 그건 내것이 아니다. 부모님들이 틀어 놓는 것이고 또 하나의 가족처럼 늘 틀어져 있지 볼려고 틀어놓는 것 같진 않다. 그런 점에서 푹은 TV  ‘대신’이란 표현들을 하고 원할 때 원하는 컨텐츠 이용하기 편리해서 쓴다. TV는 실시간으로 이용하지만 지나간 것들을 보고 다시 찾아보고 싶을 때 쓴다는 표현을 썼다. 공간역시 개인공간에서 쓰는 것이 편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그리고 의외로 PC(랩탑을 포함)의 트래픽이 계속 나오는데 왜 그럽니까? 스마트폰보다 뭐가 좋습니까? 물으니 가까이 놓고 보기 때문에 TV스크린 보다 못하지 않다. 충분히 큰 화면으로 느껴진단다.  몰아보기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앞서 분류했던 고객의 카테고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정리하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TV 많이 봅니까?’ 라는 질문은 논쟁적이다. 얼마전 라디오청취율 조사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어제 라디오를 들으셨습니까’ 라고 질문을 하니, 팟캐스트를 통해 라디오 콘텐츠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생겼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라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라디오가 아니라 팟캐스트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간극이다.  TV도 유사하게 여전히 TV를 본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TV를 보기 보다는 TV컨텐츠를 보고 있다. 그러고보면,  OTT는 방송이 아닌 것 같습니다 라는 정의가 바뀌어서 방송인 것 같다. 



이용행태도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오타쿠나 니치마켓일 수 있는데, 우리가 혹시 착각할 수 있어 소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현재 모수가 되는 것은 60만명정도이다. 상대적으로 이들은 전국민과 달리 연령대는 편중되어 있다. 20~30대 고객이 전체의 76%를 차지한다. 남녀 비중은 크게 왜곡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나 20대에서는 여자가 조금 많고, 30대는 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조금 더 연령이 높아지면  남자가 많다. 전체적으로 남녀 비율을 보면 대략 5:5다. 흥미로운 건 이용량이다. 주당 13시간 정도로 나왔다. 이중에 어떤 사람들은 돈 만 내시는 고마운 고객도 있지만 이정도의 시청량이면 꽤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한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다른 OTT서비스나 클립형 서비스와 pooq이 다른 것은 유료 서비스, 즉 돈을 내고 본다는 점이다. 연구하실 때도 꼭 이 변수를 감안해 주셨으면 싶다. 돈을 내면 매달 한번씩 요금이 결제되었다는 문자를 받게 된다. 그러면 해지를 할까하다가 억울해서 보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돈을 내면 본전을 찾고 싶어서 굉장히 열심히 본다.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시청할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13시간 본다는 것은 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VOD가 77%이고 이용시간이 기존매체와 크게 다르진 않다. 스트리밍 채널서비스는 TV의 프라임타임과 같은 시간이고 그 한시간 뒤가 VOD의 프라임타임에 몰린다. 그 말은 TV의 대체재라는 표현도 가능하고 TV처럼 이용한다는 표현도 기억이 날것이다. 


가입자 규모가 20만명 수준이었을 때는 드라마이용자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능 이용자가 더 많아졌다.  온디맨드 서비스를 보니 시리즈물은 완결될 때까지 자기의 시간투자를 하려하지 않고 예능은 한 시간만 봐도 완결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 쪽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에 시사교양, 보도 비중은 거의 없다. 저널리즘 영역에서 보면 pooq은 몹쓸 매체인 셈이다. 그러나 가입자 규모가 100만이 넘지 못하는 매체라면 방송 서비스의 대체가 아니라 그냥 온라인 서비스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200만 300만 이런 식으로 올라가면 이건 점점 매체에 가까워지게 되고 방송이라는 정의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가입자 규모가 다시 정체다. 가입자 규모 곡선을 보면 일정정도 상승과 정체를 반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0만 정도의 규모에서 20만명 규모로 늘어난데는 통신사업자들과의 제휴가 큰 몫을 했다. 통신사들로부터는 마케팅 도움을 받고 그 통신사 고객들은 무료로 컨텐츠를 제공받았다. 무료가입자들은 콘텐츠 이용을 잘 안한다. 통신사업자과의 관계를 끝내고 다시 독자적으로 서비서를 강화한 덕분에 일정정도 가입자 상승을 이루어내었다. 숫자만으로 본다면 통신사업자와 제휴를 했을 때에 비해서 약 두배 정도 가입자가 늘어난 셈이다. 전체적인 UV같은 건 크게 바뀐 건 없고, 화질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우리나라 동영상 트래픽중에서 3-4위정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게 성장을 멈춘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끼리는 "유료 서비스의 저주"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려는 사람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다른 한편으로는 ‘OTT의 저주’라는 표현도 있다. OTT는 거기까지이다. 


핑계일 수도 있다. 추정 자료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넷플릭스보다 우리의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어쨌든 90%이상이 유료방송을 보고 있다. 케이블 방송 가입 발표수와 IPTV발표수, skylife 가입자 발표수를 더하면 95%를 훌쩍 넘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식 통계상 85%가 유료방송가입자로 나오고 평균요금은 103달러 정도 된다.  유료방송 가격 대비 넷플릭스는 10% 정도 수준이다. 국내 유료 방송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략 10달러 미만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pooq의 이용가격은 유료방송 대비 70%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넷플릭스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  가격이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는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본다면 애시당초 경쟁이 될 수가 없는 구조인 셈이다. 농담삼아 말한다. 한국에서 OTT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아스팔트에서 모내기 하는 수준이라고.  그 한계를 따라잡지 않으면 미국이 말하는 그 어마어마한 숫자는 따라가기 어려울 듯하다.


구조적으로도 우리는 낮은 유료방송 요금과 무료화된 통신사의 IPTV, 그리고 불법다운로드 문화가 겹치면서 유료기반의 OTT서비스가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OTT는 무료서비스 중심으로 이용하는 성향이 높다. 왜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유료가 싫다'는 대답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이 시장이 메인 시장으로 올라설 거라는 기대는 우리 내부에서도 하지 않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고수익이냐는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겠다. OTT 영역은 광고기반과 유료기반 영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유료로 하던 것들도 무료로 확산하고 있다. 유료로 승부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광고 기반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막상 광고 기반 시장에는 더 큰 강자가 버티고 있다. 기존 레거시 매체들도 있고 영상 포털도 있다. 이 시장도 쉽지 않다.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려면 쉬운쪽으로 가려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돈 많이 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흑자는 언제어디서든 가능하다. 다만 어떤 흑자냐 하는 질문이 더 중요할 뿐이다.  pooq의 설립 목표 자체가 흑자가 아니라 적자를 내지 않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함이라서(일종의 프로세싱 컴퍼니)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 이 pooq이 독립적인 사업으로 기능하려면 최소 100만 정도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 pooq의 ARPU는 7400원 정도로 꽤 높다. 만약 이 ARPU가 유지되면서 100만 정도의 가입자가 확보된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 오리지날 컨텐츠도 만들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럴 수가 없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OTT는 TV의 미래가 될 것인가? 


라이브와 VOD의 이용패턴의 경우, 기존 TV와 매우 흡사하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TV와 pooq을 같이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동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결국 pooq은 TV를 안 보는 사람이 보는 것이다. TV를 때려치우고 이걸 보거나 TV를 떠났다가 이거라도 보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걸 TV의 미래로 볼 수 있을까?


일단 우리는 TV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면 소수지만 같은 패턴으로 우리 컨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로 뭐라도 희망의 끈을 잡아봐야하지 않을까. TV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TV의 미래, 방송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방송의 미래로 만들고 싶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용 기기 등도 참고할 영역이다.



정리하자면, 방송의 미래를 나눠보았을 때, OTT는 방송이라고 본다. 방송이고 싶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OTT자체의 문제라고 보기 보다는 레거시 미디어시장이 OTT성장을 방해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지금상태가 계속되면 방송이고 싶다가 끝날 것 같고, 그렇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다면, 방송의 미래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숫자가 늘어나면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 애들은(미국아이들) 숫자 11을 보면 그것을 eleven이라 읽지 않고 Pause로 읽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유튜브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우리나라도 어릴 때 뽀로로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TV에 채널이라는 것, 실시간이란 것이 굉장히 불편한 세대이다. 그들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볼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은 OTT에만 있기 때문에 그래도 아직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다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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