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진화하는 기업 마케팅
세상에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없다. 세상이란 표현이 지나치게 단정적이어서 불편하다면 한국이라고 고쳐보자. 적어도 한국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은 없다.
말하기 쉬운 이들의 손쉬운 작명법일 뿐이다. 사적 이익으로 무장한 ‘브랜드’ 와 공적 기능이 강한 ‘저널리즘’이란 단어의 결합이 말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브랜드’는 자사의 상품을 알리고 팔기 위한 동기가 강한 단어인 반면에, ‘저널리즘’은 객관성과 진실을 내세우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리는 동기를 가진 단어다. 모순된 두 단어를 결합한 ‘브랜드 저널리즘’은 시적 표현이거나 상징적 용어일 뿐 실체적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브랜드와 저널리즘이란 두 단어 사이에 들어가 있어야 하나, 빠진 단어군들을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은 2004년 당시 맥도널드의 래리 라이트(Larry Light)가 꺼내 든 용어다. 세상이 다변화되고 복잡해진 상황에서 단 하나의 광고로는 다변화되고 다층적인 세상을 만날 수 없기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다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들고 나온 개념이다. 래리 라이트 덕분에 맥도널드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그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Google Trends 자료를 보더라도 2004년 반짝 주목받았다.)
당시 AdAge(Advertising & Marketing Industry News)는 이러한 래리 라이트의 접근 방식을 잡지와 비슷
한 개념으로 이해했다. 신문과 방송은 광고와 기사 혹은 프로그램이 명확히 분리된 매체다. 그러나 잡지는 혼재 되어 있다. 기사를 읽기 위해서 잡지를 사기도 하지만, 때론 광고를 보기 위해서 잡지를 사기도 한다. 패션 잡지는 광고가 정보고 기사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래리 라이트가 브랜드가 잡지 같아야 한다고 한 건 일견 합리적인 비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이란 단어가 어디 그리 만만한 것인가? 굳이 저널리즘이란 단어를 빌려 와서 쓰는 경우라면 그보다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묘하게 연결되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방법론이 눈에 띈다. 바로 ‘언론인처럼 생각하기’(Think like journalist)다. 물론 이 대목에서 언론인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미리 파악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자라는 PR식의 접근은 아닐터다. 언론을 하나의 직업으로 두고, 그 직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내린다면 언론인의 일을 수행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연상될 법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고상한 설명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정의를 들먹거리고, 가치를 들먹거려봐야 웃음을 살 뿐이다. 그보다는 언론인이 되기 위한 지침 정도로 생각하면 일단 세상일에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그 호기심을 구체적인 글쓰기나 영상 행위로 옮겨내는 사람 정도로 이해해도 될 법 하다. 거기에 아무리 유명인을 만나거나 하더라도 기죽지 않고 면대면 대화를 할 수 있는 뱃심 정도가 있다면 최상일 듯 싶다. 그럼 브랜드 입장에서 언론인처럼 생각하기는 언론인의 ‘촉’과 소통할 수 있는 언론인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미디어 플랫폼 뉴스룸 같은 것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직접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는 상황에서 직접 자사 관련 내용을 만들어서 소통하겠다는 발생이다. 뉴스룸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에서도 그 속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브랜드가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수단으로써 언론인의 기술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는 언론이 되고, 그 가치를 통해 브랜드의 기업 가치를 올려보겠다는 의미의 브랜드 저널리즘도 있을 수 있다. 북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바로 이 영역이다. 스타벅스의 Upstanders가 대표적이다. 2017년에는 Season 2가 나왔다.
스타벅스의 뉴스룸도 삼성의 뉴스룸과 같이 자사 상품에 소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매케인을 애도하는 내용을 올릴 수 있는 곳도 스타벅스의 뉴스룸이다.
이들은 스타벅스 매장을 설명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고객에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널리즘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세상에 도움되지 못하는 나쁜 것들을 걸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저널리즘을 사용하고, 그걸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브랜드라는 것을 말한다.
2017년도 WARC 콘퍼런스에서 스타벅스의 뉴스룸의 대표 인사 중 한 사람인 라지브 찬드라 세카 란 (Rajiv Chandrasekaran)가 한 말은 그들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We wanted to reject the idea that all was bad in our country
매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사라진 시대, 기존 매체의 시장 점유율이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브랜드가 굳이 매체를 경유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사회적 범주에서만 설명이 될 수 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자사 상품을 알리는 통로 정도로만 여기는 국내의 브랜드 저널리즘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메시지의 무게만큼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북미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상품을 노출시키겠다는 마케팅의 기본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보내는 정보의 양도 상품소개가 지배적이다.
어쩌면 국내의 브랜드 저널리즘이 순박할 수 있다. 상업적 동기를 공익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스스로 공적인 주장을 하기에는 사회적 여건이 녹녹치 않은 탓일 뿐.
그래서 국내에서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형식적 장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고, 북미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란 본질적 가치를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널리즘이란 무게를 브랜드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남는다. 저널리즘은 그 형식과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상을 지향하는 가치 용어이기에 현실의 이익을 머금은 브랜드와 결합된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용어에 대한 고집은 의심스럽다.
불편함은 부정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믿어주어야 할 브랜드인데 의심을 품고 정보를 접하는 형태가 되니 완벽할 수가 없다. 스스로 매체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진화해야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콘텐츠 마케팅이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서 살펴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이 주창된 2004년부터 현재까지 브랜드 저널리즘은 성장하지 못한 걸 알 수 있다. 스스로 매체가 되어 언론인처럼 행동한다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울림을 가져올 수 없었고, 소비자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Owned Media는 확보했지만, Paid Media와 Earned Media를 포괄할 수가 없었다. 확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콘텐츠에 기반한 마케팅이다.
세스 소딘은 ‘콘텐츠 마케팅은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Content Marketing is the only Marketing left)’라고 정의했다. 스스로 언론인이 되겠다는 오만함을 내려놓고 콘텐츠 사업자란 겸손함을 선택했다. 만들어진 콘텐츠에 올라타기도 하고 때론 자기에게 어울리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20~30대에게 인기 있는 웹드라마 연플리와 유니클로가 손잡고 작업한 것이 기존에 만들어진 콘텐츠의 이미지에 올라타는 작업이라면, 레드불(RedBull)은 스스로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Red Bull Media House)를 만들어서 자사의 브랜드와 걸맞은 익스트림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고 육성하며 지원하기 시작했다. 익스트림 스포츠계가 레드불에 열광하기 시작한 이유다.
콘텐츠에 기반해서 직접 소비자와 만나려는 움직임(DTC: Direct to Consumer)은 이제 브랜드가 피할 수 없는 절대 영역이 되었다. 인텔리젠시아 커피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온갖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알렸고, 버치박스(Birchbox’s)는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상품을 직접 알리는 것 외에도 상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 있는 정보를 콘텐츠화해서 소비자의 눈길과 손길을 끌고, 주머니와 의 거리를 가깝게 한 셈이다. 물론 콘텐츠 마케팅은 성공 케이스만큼이나 눈에 잡히지 않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 마케팅이지만, 콘텐츠에 기반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정리하자
상품이 흔해졌다. 상품 스스로 장벽을 세우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200만 원짜리 스마트폰과 50만 원짜리 스마트폰이 성능 면에서의 차이가 사라졌다. 왜 이 브랜드를 구입해야 하고 써야 하는지에 가치를 입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가치를 입히는 방식으로 콘텐츠이자 스토리텔링이 경쟁력이 된 셈이다.
00 기업의 사보에 게재한 글을 양해를 구하고 옮겨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