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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Mar 30. 2016

iPhone SE, 그 당연한 선택

- 변화를 이해하는 방식

3월 21일(현지시간)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 SE' 발표를 발표했습니다. 전작 아이폰6S가 나온 지 6개월 만의 신작입니다. 40만 원대 보급형 아이폰이죠. 일단 Senior Vice president 인 Phil Shiller는  SE 가 special Edition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항구적인 모델명이 아니라 한 번 해 본 뒤에 그만둘 수도 이는 프로젝트성 이름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애플은 2013년 9월에 유사한 전략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아이폰5C를 출시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 참패한 바 있죠. 당시 가격은 아이폰 5S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에 성능 차이는 너무 심해서 고객들이 외면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업은 상황에 맞추어 위와 아래로 전략적인 이동을 선택합니다. 프리미엄폰을 생산하는 업체와 중저가폰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분되는 듯 하지만, 어느 틈에가  보며 프리미엄폰 생산업체가 중저가폰을 생산하기도 하고 중저가폰 사업자가 프리미엄 폰을 생산하기도 하죠. 그렇게 시장은 수렴하고 경쟁하고,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진화하곤 합니다.


이미 프리미엄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래야 중저가폰 시장밖에 없으니, 그 시장으로 언제든지 눈길을 돌려야 하는 것이죠. 2015년 4분기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이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2016년 1분기 매출 역시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이 iPhone SE를 출시한 최적의 시점일 수도 있겠지요. 

http://www.theweek.co.uk/iphone-7/68239/will-iphone-sales-drop-this-year


Kantar는 전 세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이 성숙 시장으로 진입했다는 것이죠. Kantar의 자료가 아니더라도 각종 연관 자료에서도 특정 국가나 권역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화'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시장 초기에는 소위 프리미엄이 주력상품이지만, 대중화 단계에서는 중저가 품목이 주력 상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제조업에 기반한 시장의 경우에는 해당 상품의 품질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래 저래 '스마트폰'이란 용도에만 천착한다면, 굳이 프리미엄 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겠죠. PC 시장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PC의 대중화는 전체적으로 PC 평균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High Segmentation Market은 남아 있죠. 그러니 우리가 스마트폰 시장이 대중화되었다고 '판단'하는 그 순간 시장은 프리미엄 중심 시장에서 보급형 상품이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www.businessinsider.com/smartphone-adoption-platform-and-vendor-trends-in-major-mobile-market


애플 SE에 대한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처음부터 애플이 새로운 신상품을 출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애플이니 뭔가 다른 One More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직후 씨넷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의 응답자가 아이폰 SE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고, 35%의 응답자만이 '관심이 있다'고 답을 했을 정도랍니다.   언론 보도도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 제품 공개 후 사전 주문량도 그저 그렇다(good, not great)란 평가를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혁신'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요? 역사를 창조한 상품이 매년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일생에 한두 번 올까 말까 아니 한 세기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상품으로써의 혁신이라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혁신이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팀 쿡의 혁신 DNA는 그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다른 것이니 말입니다. 


'혁신'을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상식적인 범위에서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새로움과 그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같이 합쳐져야만 의미를 가집니다. 세그웨이 같은 것은 새로움이란 차원에서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편의성과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특정 세그먼트의 상품이 되어 버렸죠.  아이팟을 혁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기존 이동형 mp3 플레이어의 하나가 아니라 아이팟 자체로 독립된 제품 카테고리로 여겨진다는 것일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이해되는 그 무엇. 그러나 일부 특수 계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 무엇. 단순히 동물 가죽을 벗겨 낸 상태가 아니라 털을 뽑고 다듬고 말려서 달라진 가죽처럼 완전히 다른 것인 거죠.  그래서 혁신 제품은 아이팟처럼 그 브랜드 자체가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를 대변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Apple의 발표는 '혁신'이 아니라 '확장'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잊는 사실이지만, 애플은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회사가 아닙니다. 애플은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정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품종 대량생산’ 기업이 되었습니다더버지의 표현대로 "하나의 스마트폰, 하나의 태블릿, 몇 종류 안 되는 PC를 만들던 그 애플은 벌써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확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확장이 의미를 가지려면 통제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 바로 팀 쿡이 놓여 있습니다. 팀 쿡은 IBM 등에서 조달 쪽을 전담했고, 조달에 기반한 판매를 했던 분입니다. 유사 상품의 범주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해당 상품에 대한 정확한 재고를 파악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1년 단위로 상품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특정 상품의 판매량을 정확이 예측하고, 이에 맞추어 물량을 통제하지 않으면 확장은 불가능해집니다. 바로 이 부분이 팀 쿡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혁신의 최종 선택자가 CEO라고 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애플의 혁신은 외형적 혁신이 아니라 내부적 혁신, 비용의 혁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매출액이 아니라 재고 회전율과 영업 이익률입니다. 애플은 대락 60 정도의 재고 회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재고는 6일 정도 창고에 머물고 시장에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2008년도에는 45 정도였던 재고회전율이 이제는 60 정도로 안정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http://csimarket.com/stocks/singleEfficiencyit.php?code=AAPL&hist=1

이 수치는 Computer Hardware Industry에서 재고회전율이 순위가 1위, Technology Sector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전체 시장을 놓고 평가하더라도 4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고 관리에 있어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품목이 다양화되더라라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이 갤럭시 S6와 S6 엣지를 출시할 당시 재고 회전율이 떨어져, 재고 부담이 커졌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의미가 명확해 집니다. 

http://www.ceoscoredaily.com/news/article.html?no=17763


또한 스티브 잡스(1955. 2. 24 ~ 2011. 10. 5)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영업이익률이 유지되고 있고, 6 plus 등 다품종이 시작된 시점에서도 영업 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http://www.wikinvest.com/stock/Apple_(AAPL)/Data/Operating_Margin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 SE는 애플이 비용 혁신, 재고 혁신을 통해 기업력을 확보해 나가는 시점이라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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