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인 Dec 04. 2023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해’

영화 <너와 나>, 보세요

사랑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현재에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현재에 역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김경학 외, <전쟁의 기억> ‘여순사건에 대한 기억’ 중


*

난데없이 홍콩 가는 비행기 안이다. 하늘을 날려면 15분이 남았고,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제 동생과 이화여대 영화관에서 조현철 감독의 데뷔작 <너와 나>를 보고 왔다. 마지막 장면임을 인지한 순간 박수가 나온 영화는 인생에 처음이었다. 정말 잘 만든 영화야, 하고 소회 하다가 해 질 녘의 파란 버스 생각에 눈시울이 빨개졌다. 영화 속 장면으로 동생과 낄낄 웃는데 또 눈물이 났다. 이 영화는 잔상이 너무 짙다. 빛무리처럼 망막 안에 남는다. 2014년 4월, 아직 동복을 입을 무렵에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의 잔상이.


싱가폴에 있을 때만 해도 세계뉴스는 홍콩의 시위 이야기로 소란스러웠다. 지금은 홍콩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무시무시하고 고요하고도 조용하다. 한때의 대한민국을 꿈꿨던 홍콩의 시위는 소리소문 없이 진압되었다. 홍콩은 우리가 얻어낸 걸 이뤄내지 못했고 세계는 없었던 일처럼 입을 다문다. 붉은 국기 속에 어떤 흉이 남았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지금 홍콩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또랑또랑한 승무원의 기내 방송이 들린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따라주십시오.


저희 항공과 함께 편안한 비행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현재를 생각한다. 내 나라의, 내 이웃의, 내 가족의 지금을. 우리는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에서 벗어날 수 없고 어떤 것의 해결을 바라고 있을까.


조현철 감독, <너와 나>.

이 영화가 아직 걸려있다면 꼭, 꼬옥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절대로 두 번은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기분은,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