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을 달았던 아이들에게

내가 너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by 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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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검색하면 지식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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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찮은 글에 64개의 댓글이 있다. 어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내 이름에, 64개의 댓글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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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어쩌면 그 전후의, 아주 오래된 게시글이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언저리 즘 되는 댓글이 아닐까.



방송활동을 하며 어느 한 기점을 계기로 인터넷에 이름을 쳐보는걸 기피하던 터라 이 나이를 먹고 처음 보았다. 초등학생 시절의, 중학생 시절의, 고등학생 시절의 타인이 보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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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라며 뻗대는 듯 어디서는 고깝고 어딘가 에서는 친절하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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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댓글 사이사이에 친구들의 이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렴풋하던 그 시절의 기억도 지나간다. 나를 좋아하던 애들, 나를 싫어했던 아이들. 너희도 이제 커서 나와 같은 나이겠지. 이만큼 어른이 된 내가 내 이름을 검색하며 너희들의 흔적을 보게 될 줄은 어린 너 역시 알지 못했겠지. 그것은 하나하나 상처란다. 좋은 말도 미운 말도 나는 꿈에도 몰랐던, 어쩌면 알 필요도 없던 너의 단편적인 기억들이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 한 켠에 내 이름과 같이 남아있단다. 너는 알았겠니. 내가 너로 인해 인간을 싫어하게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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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두 교황>을 보고도 생각했던 일이다. 지금은 꽤 그럴듯한 인간이 되었다 한들 과거의 내가 한 짓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릴 때의 치기도, 충동적인 실수도 누군가의 뇌리엔 깊게 남는다. 그 오점이 나에게만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면 열심히 반성하고 끝이겠지만 타인의 가슴에 남는 순간 나는 더러운 과거를 세탁하고 살아가는 가증스러운 악인이 된다. 나는 지금도 브라운관에 얼굴을 들이밀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존경스럽다. 저들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덮쳐질 걱정 없는 인생을 살았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폭로를 견디고도 살아갈 단단함이 있는 걸까. 타인의 입맛대로 재단되는 건 무서운 일이다. 어릴 때 일찍이 악성 댓글과 외모 평가를 경험한 나는 더 이상 도마 위의 생선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타인이 내게 바라는 것은 엿을 먹일 수 있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다. 너의 상상을 깨부술 용도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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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을 보며 한심하다 생각할 수도 있고 본인의 취향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고 부럽다 생각할 수도 있다. 공인이자 인간으로 살아본 나는 그것이 너무나 무섭다. 사소하게 할 수 있었던 생각들이 누군가를 죽고 싶게 만드는 것. 사람이 아니라 종이 속의 캐릭터나 화면 속의 등장인물처럼 아무리 욕을 하고 비웃어도 스스로에겐 아무 피해가 없을 소모품으로 인식되는 것. 나는 두 번 다시 그 짓을 할 자신이 없다. 평생 길가에 어깨만 스치는 인간이고 싶다. 사람은 너무 쉽게 사람을 상처 입히고, 대부분 상처를 입힌 사람은 자신의 행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간 내키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로 나는 남겠지. 그리고 나는 너로 인해 인간을 영원히 싫어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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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을 것에 대비하여 미리 싫어하고 보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워지고, 고립되고, 가끔 울적해지지만 그래도 믿었던 것에 갈가리 찢기는 것보다 백배 천배는 나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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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잘 지내고 있니? 나조차 몰랐던 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댓글 하나에 남겨둔 너희들. 생각 없이 살아있는 인간의 후기를 올렸던 너희들. 너희 덕분에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 인간이 되었어.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 너희가 지금 무얼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다만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이미 다 잊었겠지만, 네가 남긴 댓글 한 줄에 영원히 묶여 있을 나를 알지 못할 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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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얼마만큼 알고 그런 말들을 썼니? 나는 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너에게 그런 공격을 받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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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나는 잠을 자지 못했어. 어리고 못된 영혼들 때문에. 같은 나이에 너와 같은 학교였을 뿐인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서 잠을 자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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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늘 잘 자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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