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물가, 그리고 평범한 우리의 행복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 제커리 D.카터

by 꿈꾸는 라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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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한(*하고 있는) 나에게 금본위제나 미국의 대공황은 그리 낯설지 않은 주제이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맥락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금본위제를 탈피하고, 대공황을 극복한 뒤 브레튼우즈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는 메이너드 케인즈라는 거대한 폴리 매스의 생각이 우리를 감싸 안고 있다. 그 위대한 거인의 삶과 유물을 담은 책"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이 지금 내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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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젖을 짜내려면, 일단 독일을 망하게 해서는 안된다.

01.jpg 베르사유 조약; 이상과 현실의 불안한 합작 * 출처 : NAVER 지식백과


전 유럽을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었던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6월,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전후 독일의 처리에 대한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었다. 그날은 5년 전 1차 대전의 씨앗이 되었던 사라예보 암살사건이 있었던 그날이었으며, 50여 년 전 독일이 프랑스를 꺾고 통일 독일제국을 선포했던 그날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 그런 장소에서 연합국은 패전국인 독일에 대해 너무나도 맹렬하고 잔인한 복수를 시작한다. 독일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연합국의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영국 정부에서는 독일이 배상금을 갚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케인스에게 물었다. 그는 최대 20억 파운드(그나마도 절반은 30년 분할)라고 판단했는데, 사실상 그 금액 보다도 훨씬 더 많은 금액이 전쟁에 투입되었음에도 그는 더 큰 숫자를 말할 수 없었다. 더 많은 숫자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으며(독일의 능력이), 그리고 그러한 무리한 요구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그러한 맥락으로 독일의 전쟁 배상금이 더 낮아질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배상금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숫자 싸움이 아닌 정치적 발전의 한계 그리고 인간 자유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러한 베르사유 조약에서 배상금의 문제는 여러 이슈, 복잡한 논쟁, 감정적 갈등을 초래했고, 이러한 갈등이 미국의 대공황, 그리고 히틀러와 같은 파시즘이 득세하게 된 배경이 된다. 그리고 케인스는 이러한 리스크를 일찌감치 예측하고 경고를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누구도 케인스의 이런 의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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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에서 항상 경제위기에 대해, 그리고 금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가계부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계부채가 얼마를 넘어서고 있다, 전년 대비 몇% 가 올랐다, 위기이다. 이런 뉴스의 헤드라인을 종종 접하고 사는 우리이다. 그러나 이런 가계부채가 과연 정말 "위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위기라는 단어와 동의어 일까?


사람들이 부의 축적을 즉각적인 소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개인의 자발적인 금욕을 통해 힘들게
쌓아 올리는 절약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욕만으로는 도시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세계의 재산들을 지어 올리고 개선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움직이면,
절약 행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든 부는 축적된다.
-《화폐론》 中


물론 맹목적인 소비를 위한 개인의 지출이 개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다른 투자를 위한 대출 -이를테면 주택담보대출- 이 과연 금욕적인 저축보다 우리를 덜 발전시키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또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29년 검은 목요일로 시작된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근대 서구사회가 경험한 가장 길고 심한 공황이었다. 미국인 세명 중에 한 명은 실직인 상태로*(실직률이 33%~37%) 미국과 이에 따른 여파로 유럽까지 흔들렸던 이 대공황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극복해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각종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하고, 이에 따르는 각종 원자재의 생산 증가 → 일자리 창출 개인 → 구매력 증가 → 생산품 수요 증가 → 경제 발전의 선순환을 유도해냈다. 금본위제 하에서는 이런 식의 양적완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겠지만(금을 그만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의 저서《화폐론》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절약과 금욕에 의해 만들어졌을까"라고 질문했던 바와 같이 소비 부족으로 표현되는 과도한 절약은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 하기 마련이다. 결국 국가나 가계나 투자를 위한 부채는 고전적 의미의 부채(위기)가 아닌 새로운 수익 또는 경제적 발전을 위한 기본 요소일 것이다.




케인스는 그의 수많은 저서 등을 통해 자본주의는 절대 합리적이지 않으며, 이러한 제도의 원활하고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늘 강조했다.《케인스의 화폐 통화 개혁법안》에서는 불안정한 물가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불안케 하고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으며,《평화의 경제적 결과》에서는 유럽이 감당 불가능한 전쟁 배상금 문제로 논밭과 공장에서 충분한 생산성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한《화폐론》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두려움에 노동시장의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하는 등

자본주의에서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대한 논거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케인스, 그리고 수많은 케인스 주의자들은 매카시즘의 주요 타깃이 되었다. 경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라고 믿는 매카시즘 주의자들은 수많은 케인스학파의 경제학자들을 학문적으로 매장시키고, 수많은 연구자들을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만들어 버렸다.

케인스와 칼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단한 삶보다는 일상적 생활이 우선시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는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케인스는 자본주의의 평화로운 결과를 토대로, 칼 마르크스는 폭력적 전복의 결과로 앞서 언급한 경제적 재분배를(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이 우선시되는 세상) 만들고자 했다.




경제학을 비 전공한 나로서는 800페이지에 달하는(그리고 레퍼런스가 무려 80여 페이지인) 이 책을 3주 만에 읽고 그에 대한 완벽한 서평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케인스)가 언급한 이론, 그와 함께 삶을 살고 치열하게 싸웠던 역사 속의 사람들의 배경에 대해 같이 공부를 했더라면 케인스가 살았던 삶을 조금 더 진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요인은 첫째, 금본위제와 통화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세계 패권국이었던 영국이 어떻게 그 지위를 대서양 건너 미국이라는 나라에 넘겨주었는지, 그리고 금본위제를 다시 채택했던 처칠이 왜 그렇게 비난을 받았는지 수많은 자료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둘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채가 어떤 식으로 개인과 국가에게 득이 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금욕적인 저축 자체보다는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 그리고 그러한 투자의 근원이 빚일지언정 쓰는 것이 쓰지 않는 것보다 더 이득인 것을 역사를 통해 증명할 수 있었다. 셋째, 케인스라는 한 명의 위대한 사상가 또는 폴리 매스가 현재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저 경제학 책에 이름이 쓰여있는 한 명의 학자가 아니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그리고 지구 상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체계를 합리적으로 보완하여 사람을 위한 세상을 만든 한 명의 폴리 매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접하며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벽돌) 그럼에도 마음과 욕심을 내려놓고 읽어보니 왜 이 책이 출판되고 추천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경제학 또는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지금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의 배경이 궁금한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면 무척이나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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