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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라만차 Jan 15. 2023

눈물은 유전인가?

22년 11월 14일 월요일의 일기

공부하라고 사준 밀크티로 공부는 안하고, 유튜브 보고 게임하다 들켜서 안한척 하는 오서원

  

  어제는 이 태블릿 PC 쓰는 것 때문에 엄마한테 혼나고 있더라. 아예 하지 말라고 한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하고 침대 밖으로 내놓으라고 한 그 말 한마디에 정말 너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참 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더라.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의 울음을 보고 마음이 편하겠냐만은.. 아빠는 너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조금 더 아린다. 너에게는 정말 너를 사랑하고, 너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해 줄수(주고싶은) 있는 엄마 아빠가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네가 우는 모습을 보면 아빠의 어릴적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




아빠는 사진이 별로 없어. 그래서 너에게 사진으로 말해줄만한 추억이 많지 않단다.


  아빠는 지금 딱 서원이 너 정도 일때 "새엄마"라고 불렀던 사람과 함께 살았단다.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빠가 태어나자 마자 이혼하시고 아빠는 제주도 할머니와 6년을 같이 살았었지.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네 할아버지가 아빠를 데려가더라.


"이제부터 우리 같이 살아야 해. 여기는 니 새엄마다. 인사해라."


  6년이지만 평생을 할머니와 같이 살았었는데, 새로운 곳에 어느날 갑자기 '끌려'가서 살아야 한다니!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았었어. 세상에 내 편이 한명도 없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삶을 살게 됐지. 겨우 일곱살에 말이야. (그때 네 할아버지 라는 사람은 밖에서 살다시피 해서 한달에 한두번 밖에 얼굴을 볼 수 가 없었어)


  하루는 네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사준 네발 자전거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 누가 훔쳐간 건지 아니면 아빠가 잃어버린 건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아. 잃어버린 이야기를 새엄마라는 사람에게 말했는데 구박만 엄청 받았지.


  "야 이XX야! 그거 사준지 얼마나 됐다고 잃어버려!! 당장 찾아와!!!"


  정말 그 순간 너무 무서워서 나는 맨발로 집밖으로 도망쳐 나왔어. 그거 돈 만원도 안하는 보조바퀴 달린 애기 자전거 찾으려고. 거기 있다가는 얻어맞을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지. 비도 엄청나게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말이야. 그거 자전거가 어디 있는지 알게 뭐야. 그냥 비 맞으며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유치원 처마 밑에 숨어서 잠시 비를 피했어. 거기 선생님이랑 아이들이 창문에서 나를 쳐다보는데.. 어린 마음이었는데도 정말 너무 슬프고 서럽더라. 너무 슬퍼서 눈물도 안나오더라고.


  그리고 지금 너의 모습은 그때의 아빠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그래도 그때 생각이 나서 그런지 아빠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 그래서 우리 서원이 울면서 서러워 마다 아빠가 정말 아린 마음으로 너를 달래주고 안아주는 같아.





  이 일기를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원이가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 본다면 이런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 해주리라 생각해~


 그리고.. 고만 좀 울어라. 별로 울 일도 아닌데 뭐 말만하면(그냥 쳐다만 봐도) 울어버리니..

  학교 생활이 조금은 걱정 되지만.. 그래도 잘 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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