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낚시의 출발, 빅 픽쳐를 그려라.

#1 배스의 천성과 배스낚시의 장르적 의미

by trophybass
Prologue : 지속 가능한 출발을 위하여

배스낚시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배스낚시를 시작하는 방법을 모를 것 같진 않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배스낚시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제대로 오랫동안 즐기는 법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배스낚시를 시작하는 분들이 배스낚시를 조금 크게 보고, 조금 길게 즐기기 위한 ‘관점’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정보나 지식이 아닌 배스낚시에 접근하는 사고방식과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이다. 잠깐 맛만 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닌 평생 취미로서의 배스낚시, 다른 낚시 장르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독특한 장르로서의 배스낚시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배스낚시는 ‘만랩’을 허용치 않는 게임

흔히 이야기되는 테크닉이라는 것들은 배스낚시라는 큰 그림을 만드는 퍼즐 조각과 같다. 물론 이 퍼즐 없이 큰 그림을 완성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많은 낚시인들이 배스낚시를 시작하고선 이 조각만 따로 만지작거리다가 얼마 못 가서 시들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퍼즐게임이라는 것이 큰 그림을 의식하지 않고는 완성에 절대 다가갈 수 없다. 한 조각은 또 다른 조각을 위한 도구가 되고, 그것들을 연결하면서 완성해가는 것이다. 배스낚시라는 게임의 목표는 딱 이 퍼즐과 닮아있다. 그림을 맞춰갈 것이 아니라면 퍼즐 조각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배스낚시는 몇 피스짜리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조각으로 되어있다.
흔히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고 레벨에 금방 이르러 게임의 목적이 상실되는 게임을 가리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들 한다. 배스낚시는 게임으로 치자면 평생 즐겨도 만랩에 이르기 힘든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가진 게임이다. 매일 새로운 던젼이 펼쳐지고, 새로운 아이템이 생성되며, 잡아도 잡아도 질리는 않는 타격감을 선사하는 몹들이 튀어나온다.

배스낚시는 테크닉이라는 퍼즐 조각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의 완성을 목표로 게임을 펼쳐나갈 수만 있다면 평생 취미로 삼아도 질리지 않을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배스낚시를 대단한 것으로 포장하거나 심오한 무언가로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다. 사실 배스만큼 낚기 쉬운 루어낚시 대상어도 없다. 다만 단편적으로 고기만 낚기에는 배스낚시라는 게임이 가진 콘텐츠가 아까울 따름이다.


배스는 조물주가 낚시꾼을 위해 만든 물고기이다

배스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말이지만 낚시꾼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이다. 지구 상에 배스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낚을 수 있는 물고기는 흔하지 않다. 아니 배스가 유일하다. 배스낚시가 갖는 콘텐츠의 깊이는 바로 이 배스의 독특한 천성에서 출발한다. 배스낚시는 단순히 배스라는 대상어를 낚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배스낚시’는 엄청난 콘텐츠와 산업적 가치를 갖는 별도의 낚시 장르이다. 특히 배스낚시를 처음 경험해보거나 이제 막 시작한 낚시인이라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경험을 통하지 않고 알기란 좀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앞으로 배스와 만날 상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배스의 위치(Location)와 루어의 선택(Rotation)이 중요한 이유

예컨대 당신이 만나게 될 배스는 이런 물고기다. 한겨울 얼음 밑에서도 낚이고, 한여름 복더위에도 낚인다. 은어가 노니는 몽돌 깔린 여울에서도 낚이고, 가물치가 숨 쉬는 개구리밥 가득한 늪에서도 낚인다. 발목 깊이의 얕은 물에서도 낚이고, 끌어내면 부레가 부풀어 오르는 깊은 수심에서도 낚인다. 나풀거리는 손가락만 한 루어에도 낚이고, 고기를 때려서 잡을듯한 팔뚝만 한 루어에도 낚인다. 이런 극과 극의 상황이 같은 날, 같은 출조지에서 밥 먹듯이 벌어진다.

이런 서식환경의 다양성을 단순히 배스의 적응력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적응’이라는 단어는 왠지 마지못해 어떤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강한데, 배스는 누가 밀어 넣어서 이런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찾아 들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수면에 있는 배스가 모두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수면이라도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무드로 존재한다.

이제 당신이 상대할 배스라는 물고기에 대해 감히 좀 잡히는가. 낚시터의 다양한 포인트 환경 중에서 어디에 머물 것인지 각각의 배스는 매일 매시간 선택을 하고, 각각의 배스 낚시인도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배스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배스 낚시인도 같은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배스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어디에도 없을 수도 있다. 확률 높은 선택지로 좁혀가는 것이 낚시인의 몫이다.

배스용 루어의 종류가 그토록 다양한 이유는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 배스를 노릴 것이냐에 따라 최적화시킨 결과이다. 장애물의 유무, 수심의 얕고 깊음 등등, 낚시인은 알맞은 루어를 선택해야 배스가 있는 곳에 루어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배스낚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배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거기에 적합한 루어의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Location과 Rotation으로 요약되는 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이 배스 낚시꾼이 게임을 풀어가는 핵심 퍼즐이다.


고양이를 닮은 배스가 만드는 다양성

배스의 위치를 좁혔더라도 배스 낚시인이 알아야 할 또 하나의 테마가 있다. 바로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는 배스의 행동 패턴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놀랍게도 고양이와 닮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배스를 어항에서 키워 보길 권한다. 본능적으로 대단한 호기심이 깔려 있다. 여러분은 혹시 물고기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배스가 루어를 물고 나오면 우리는 배스가 미끼를 먹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배스의 천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먹기 위해 루어를 문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손이 없는 배스가 루어에 반응하기 위해서 몸과 입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배스가 루어에 반응하는 배경에는 피딩, 관찰, 경쟁, 공격, 방어 등이 있다. 먹잇감으로 인지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루어를 무는 경우는 포식자로서의 당연한 행동이지만 관찰이라던지 다른 개체와의 경쟁심, 또는 공격과 방어를 위해 루어를 문다는 것은 배스 낚시인 꼭 참고해야 할 배스의 습성이다. 이 모든 경우에 루어에 접근하여 입으로 건드리는 상황이 발생되고, 결과적으로 바늘에 걸려서 낚이게 되는 것이다.

낚시인의 상상력과 루어 전개(Presentation)가 중요한 이유

앞서 이야기한 배스의 루어 접촉 배경은 뭔가 의도를 가진 목적성 접촉들이다. 배스에게서 고양이를 느끼게 되는 결정적인 행동 패턴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목적성 접촉과는 별개로 일어나는 무의식적, 반사적 접촉이다. 자신의 주변을 지나치는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일단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경우이다. 리액션 바이트라고 부르는 이런 행동 패턴은 앞서 이야기한 목적성 접촉과 함께 작용하며 배스가 루어를 입에 담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쯤 되면 배스 낚시인에게 물속을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이 왜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배스는 먹기 위해 루어를 무는 경우 말고도 수많은 배경으로 루어를 접촉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고, 관련하여 루어를 어떻게 연출하는 가에 따라 낚시의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스의 위치를 좁혀서(Location), 알맞은 루어를 선택했더라도(Rotation), 최종적으로 배스를 바늘에 걸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방아쇠를 당겨줄 루어의 전개(Presentation) 방법이다. 예컨대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같은 루어를 사용하고 있어도, 한 사람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루어를 같은 자리에서 살살 흔들어 주고, 다른 한 사람은 리액션 바이트 유도를 위해 껑충껑충 튕기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루어의 연출 방법, 즉 프레젠테이션이다. 결과가 만드는 정답은 있을 수 있지만, 각자 머릿속으로 그리는 상황이 다른 것이고 과정상의 정답은 없는 것이 배스낚시이다. 루어의 운용과 관련된 수많은 테크닉들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 프레젠테이션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다. 프레젠테이션 방법은 한 가지 루어로도 얼마든지 다양화될 수 있다. 숙련된 배스 낚시인일수록 하나의 루어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배스를 만날 확률이 커지게 된다.


Location, Rotation, Presentation은 배스낚시를 게임 피싱으로 만드는 키워드이다. 동시에 배스낚시를 잘 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시작할 때 바라보아야 할 큰 그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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