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축복 혹은 저주

#7 현장 변수와 배스낚시 패턴_바람

by trophybass

바람은 낚시인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존재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거의 항상 낚시인과 함께 한다. 바람이 하나도 없는 날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렵다.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바람은 낚시에 직간접적으로 꽤 많은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낚시를 돕기도 하고 완전히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선택권이 별로 없는 주말 낚시인들이 바람 없는 날 골라 다니다가는 일 년에 물 구경 달랑 서너 번 하고 말지도 모른다. 물 밖의 바람이 물속 배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바람을 친구 삼아서 보다 재미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


바람은 물밖의 낚시인에게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물속 배스에게는 활동성을 자극하는 측면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바람을 피하면서 배스까지 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바람은 일단 물리적으로 낚시인을 괴롭힌다. 엉뚱한 방향으로 루어를 날려버리고, 백래쉬를 만들기도 하며, 라인 컨트롤을 하지 못해서 루어가 어디쯤 있는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보팅의 경우 포지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낚시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은 물 밖에서 바람을 맞는 낚시인의 사정이고, 사실 물속 배스 입장에서는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바람은 직접 영향을 받는 낚시인에게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간접 영향을 받는 배스에게는 활동성을 자극하는 측면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는 바람을 피하면서 배스까지 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배스낚시의 본고장 미국의 많은 연구자들은 첫 번째 바람이 만드는 변화 요인으로 먹이사슬과 연관된 관점에 대해 말한다. 바람이 파도를 만들면 햇빛의 침투량이 줄어든다.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필요로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평소보다 표면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이를 먹기 위해 동물성 플랑크톤과 미세한 무척추 생물들이 모이게 된다. 이를 베이트 피시가 먹으며 최종적으로 배스를 포함한 상위 포식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낚시가 수월한 얕은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인데, 실제로 물결이 부딪히는 얕은 연안에 백로가 사냥을 나와 있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번째 요인은 바람이 물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물의 흐름과 파도다.
바람에 의해 생성된 물 흐름과 파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낚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물 흐름은 표층에 올라온 플랑크톤을 바람이 부는 방향의 연안으로 실어 나르게 된다.
파도는 일반적으로 물 흐름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수면에서 파도는 수중에 산소를 더 많이 녹아들게 하고, 연안선에서는 부유물과 유기물을 흩어 놓아 먹이 생물의 활동을 자극한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위치한 물결이 부딪히는 연안선, 파도와 물 흐름이 집중되는 곶부리 주변 같은 곳이 바람 부는 날의 주 공략지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배스의 시청각적 감각과 관련된 요인이다.
바람에 의해 출렁이는 수면은 빛의 침투를 줄이고 물의 탁도를 올려서 배스에게 경계심을 풀고 피딩 무드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물결에 부딪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늘어나서 배스도 그만큼 외부 자극에 덜 민감한 상태가 된다.

이것은 다시 말해 바람과 함께라면 낚시인이 스텔스 모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스는 표면을 향해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 없고, 자연적인 소음에 묻혀 있는 상태이므로 낚시인의 존재를 눈치채기 어렵게 된다. 사실 우리가 막상 낚시를 하는 동안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소음과 수면 바깥의 움직임은 조용한 상태와 비교해서 큰 차이를 만든다. 이를 체감할 수 있었던 일화가 있다. 낚시 중 한 번은 식사를 하려고 높은 곳에 위치한 식당에서 수면을 내려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아래에는 일단의 배스 무리가 베이트 피시와 섞여 움직이고 있었고, 멀리서 한 대의 낚시 보트가 그쪽으로 접근 중이었다. 보트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배스는 활동을 멈추고 경계 모드로 돌아서는 것을 확연히 볼 수 있었는데, 그 거리가 그냥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거의 30m 전부터 배스는 트롤링 모터를 켜고 접근 중인 보트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바람이 낚시인이 존재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생각보다 큰 어드벤티지가 될 수 있다.
바람이 만드는 물결은 낚시인뿐만 아니라 루어의 모양, 색상, 라인의 존재 등에도 한 겹의 위장막을 씌워준다. 루어와 프레젠테이션의 불완전함을 감춰 주는 것이다. 수면이 거칠어지면 배스는 루어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없게 된다. 뭔가 루어의 색상이 맞지 않다거나 움직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루어를 거부하는 대신, 단순히 번쩍임을 보았거나 진동을 감지한 것만으로도 공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민감하고 노련한 런커 들일수록 이런 부분의 영향이 크다.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 평균 씨알이 좋아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결이 부딪치는 곳을 찾아라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반가운 손님이라고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찾아 나설 수 있는 포인트 유형을 살펴보자.

1순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순풍으로 물결이 부딪히는 뱅크(bank) 지역이다. 적당한 수심이 유지되는 연안에 물결이 부딪히면 베이트 피시가 모이고, 피딩 무드에 있는 배스들이 모이게 된다. 두 번째는 물결과 물 흐름이 집중되는 곶부리 지형이다. 바람이 닿는 곳을 집중 공략하되,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바람을 등지는 것보다는 마주 보는 방식의 공략이 물 흐름을 고려하여 더 확률이 높다. 배스들은 물 흐름을 마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많으며, 흐름에 실려 다가오는 루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제방권을 포함해서 암반으로 이루어진 지형에 바람과 물결이 닿는다면 이런 곳도 공략 리스트 상위에 포함된다. 암석 주변에는 유기물이 많고 이것이 물속에 떠오를 때 새우나 징거미, 베이트 피시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발생한다. 역시 피딩 무드의 배스를 만나기 좋은 곳들이다. 갈대, 부들과 같은 정수 수초 지역 중, 바람이 부딪히는 곳도 같은 이유로 좋은 포인트가 된다. 특히 꽤 강한 바람으로 수초가 눕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포켓은 배스 저금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 오는 날은 막걸리, 바람 부는 날은 스피너베이트

바람 불면 스피너베이트라는 이야기는 이제 거의 상식이 된 듯하다. 바람 부는 날을 특히나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톱클래스 토너먼트 프로인 케빈 반담도 바람 부는 날 1순위로 스피너베이트를 추천한다. 배스가 표면을 볼 때, 거칠어진 수면과 햇빛의 산란으로 스피너베이트는 더욱 베이트 피시처럼 보인다. 스피너베이트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커지는 환경인 것이다. 바람이 강하다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빛의 산란이나 소음을 뚫고 배스를 불러내야 할 수도 있다. 이때는 평소보다 큰 사이즈의 콜로라도 블레이드로 진동을 보다 키워주거나, 윌로우 리프 블레이드라면 많은 양의 반사광을 만들 수 있는 빅 블레이드 타입을 꺼내봄 직하다. 바람과 함께 할 때 스피너베이트는 리프트 앤 드롭, 스톱 앤 고 같은 단속적인 움직임보다 일정 속도로 유영시키거나 평소보다 고속으로 리트리브하는 것이 유리하다. 베이트 피시를 쫓고 있는 배스를 1차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캐스팅이 용이하도록 한 사이즈 큰 것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3/8온스를 사용했다면 1/2온스를, 1/2온스를 주로 사용했다면 3/4온스로 바꾸어 과감하게 쏘고 감는 것이다. 바람 불 때 스피너베이트의 위력은 바람이 멈추면 입질이 뚝 끊겼다가 바람과 함께 입질도 우당탕 살아나는 극적인 경험을 통해 확인하곤 한다. 마치 누군가가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람이 만드는 환경이 베이트 피시 패턴의 비중을 키워주는 만큼, 크랑크베이트의 활용도도 커진다. 래틀이 들어있는 크랑크베이트는 연안에 모여든 베이트 피시를 노리는 배스에게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립리스 크랑크베이트도 탁월한 선택이 된다. 바람을 뚫고 캐스팅하기 유리하며, 빠른 속도와 짱짱한 존재감으로 바람이 만들어 놓은 파티장을 한바탕 휘저어 놓을 수 있다. 어차피 바람 속에서 진득하게 바닥을 두드리는 낚시를 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과감한 하드베이트 페턴으로 바람 속의 배스를 공략해보면 좋겠다.

드리프팅(Drifting), 똥(?) 바람과 동맹을 맺다.

바람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이야기했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바람도 바람 나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5m/s 전후면 친구로 삼을 만하다고 보고, 10m/s 정도면 다른 장소, 다른 날을 잡는 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황이 바뀌어 갑자기 강한 바람이 터지면 어떻게든 대응해야 한다. 도보 낚시의 경우 포인트를 옮기거나 철수를 하면 되겠지만 보팅의 경우 어려움이 더 커진다. 특히 요즘 벨리나 카약과 같은 무동력 보팅을 즐기는 낚시인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 참고할만한 낚시 전개 방법으로 드리프팅(drifting)을 소개해본다.


드리프팅(drifting)은 바람에 맞서기보다는 보트를 바람에 맡기고 그 흐름을 이용해 루어를 움직여주는 방법이다. 바람에 보트를 흘리는 순간, 무동력 보트는 동력을 얻게 된다.
캐스팅 후 루어가 바닥에 닿으면 릴을 감아 리트리브 하는 것이 아니라 라인의 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바람에 떠밀리는 대로 보트와 함께 루어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꼭 바람이 없더라도 물 흐름이 있는 곳이라면 드리프팅이 가능하다.

보트를 이용한 배스낚시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운암호를 처음 찾았을 때의 일이다. 전동모터도 달지 않은 채, 선외기만 달고 용감하게 고무보트를 띄웠는데, 운암호에 대한 사전 정보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 도저히 패턴을 좁혀갈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때 울며 겨자 먹기로 처음으로 드리프팅을 시도했었는데 의외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배를 연안에서 약 5~10미터쯤 떨어뜨린 상태에서 연안과 수평으로 바람 가는 대로 흘린 것이다. 루어는 캐롤라이나 리그로 채비한 플로팅 웜을 사용했었다. 보트가 흘러감에 따라 릴을 감지 않고도 싱커는 바닥을 툭툭 건드리며 따라와 주었고, 장애물을 타고 넘는 느낌이 올 때면 후드득하는 입질이 이어졌다.

바람을 타는 순간, 낚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드리프팅의 장점은 강한 바람이나 물 흐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보트의 조종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낚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바닥을 더듬는 느낌이나 예민한 입질과 같은 섬세한 감각을 느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바람에 밀리지 않으려고 신경 쓰다 보면 예민한 감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대충대충 포인트를 스쳐가고 말게 된다. 이보다는 오히려 흐름에 맞기고 낚시에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이드 모터가 있다면 루어를 흘리면서 보트 방향만 약간씩 수정해주면 되므로 큰 문제없이 지속적인 낚시를 이어갈 수 있다. 캐스팅이 가능할 정도의 바람이라면 보트를 흘리면서 스피너베이트나 크랑크베이트를 활용한 런앤건 형태의 낚시를 할 수 있겠고, 캐스팅이 힘들 정도라면 보트를 흘리면서 소프트베이트를 이용한 바닥 낚시를 할 수 있다.


드리프팅은 수심이 비교적 일정한 만곡 진 지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트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이므로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등 지형의 변화가 많으면 계속적인 바닥 접촉이 힘들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에 맞춰 골의 한쪽 끝에서 보트를 흘리기 시작하여 끝까지 흐르면 다시 골의 다른 쪽 끝에서 시작한다. 지형 속의 작은 변화들(소규모 바위 군이나 살짝 패인 곳 등)이 스트라이크 죤이다. 이런 변화를 느끼면서 흘리다 보면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바닥의 굴곡을 따라 라인을 더 풀어주거나 감아 들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므로 슬랙라인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효과적으로 바닥을 탐색할 수 있다. 이것은 드리프팅의 속도와도 관계가 있다. 바람이 강해서 드리프팅 속도가 빨라지면 라인을 조금씩 풀어 루어의 이동 템포를 조절할 필요가 생긴다. 루어는 프리리그, 텍사스리그, 캐롤라이나 리그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드리프팅 속도가 빠르거나 바닥 지형이 복잡한 환경이라면 캐롤라이나 리그를 추천한다.

드리프팅으로 보트와 함께 루어를 흘리면, 완벽한 스텔스 모드가 된다. 가이드 모터의 소음도, 캐스팅을 하기 위한 동작도 없고, 루어의 착수음 마저 없이 그저 조용히 바람에 따라 흐르면서 루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지금 있는 자리가 잠시 후 루어가 지나올 스트라이크 죤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불필요한 움직임이나 소음을 내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인 패턴이라기보다는 옵션의 성격이 강하지만 감당하기 바람을 만났을 때, 이에 맞서거나 낚시를 포기하기보다는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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