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탁도가 배스 낚시에 주는 영향

#6 현장 변수와 배스낚시 패턴_물의 탁도

by trophybass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물이 맑으면 맑은 대로, 탁하면 탁한 대로 배스들은 먹고사는데 큰 무리가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런 변수를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배스가 이렇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우리 낚시꾼은 변화에 따른 배스의 이동 궤적과 배스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잘 쫓아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뼛속까지 포식자인 배스는 수중의 존재를 파악할 때 시각과 소리(진동)에 의존한다. 1차적으로는 시각적인 정보를 우선으로 하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소리를 포함한 진동에 의존하게 된다. 물의 탁도에 따라 배스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바로 이 정보의 우선순위에 이유가 있다. 물이 맑을수록 빛의 투과율이 높아 시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시거리가 길어지고, 탁해지면 낮은 투과율로 가시거리가 짧아진다. 이것은 결국 배스가 위치하는 수심에도 영향을 주고 배스의 행동반경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물이 맑을수록 배스는 더 깊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이 가능해지고 더 멀리까지 먹이를 쫓을 수 있으며, 물이 탁할수록 먹이활동을 위해 보다 얕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고 먹이를 멀리까지 쫓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물색은 낚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모든 낚시터는 주변 환경에서 기인한 고유의 물색과 탁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자주 출조하는 충남 대호만과 강원 파로호의 경우, 평균적인 탁도에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평균 수심이나 지형도 완전히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물의 탁도만 놓고도 포인트의 선정과 프레젠테이션의 전개 방식이 많이 달라진다. 같은 필드라도 비교적 맑은 상태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이 있는가 하면 새물 유입으로 전반적으로 물색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녹조 발생 등으로 극단적으로 탁해지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더 쪼개어 보면 어떤 곳은 바람으로 연안에 파도가 부딪치면서 주변보다 더 혼탁해진 포인트도 있고, 어떤 곳은 맑은 물이 유입되어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곳도 있다.


물색은 이렇게 낚시터에 따라, 포인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바뀐다. 물의 탁도를 낚시 변수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나만의 기준이 필요해진다. 수온처럼 정교하게 수치화할 필요까지는 없고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한 정도면 충분하겠다. 육수학에서 물의 탁도를 다룰 때 세키 디스크 값 (Secchi Disc)을 기준으로 한다. (세키디스크_그림참조)

지름 20cm의 흑백의 둥근 원반을 수직으로 드리워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깊이를 탁도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인데, 우리도 이 콘셉트를 차용해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흰색의 루어를 낚싯대 끝에 오도록 감은 뒤에 낚싯대를 수직으로 물아래로 집어넣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깊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낚싯줄을 드리우는 것보다 물에 잠긴 낚싯대 길이로 파악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렇게 측정한 가시 깊이를 기준으로 맑은 물(clear water), 흐린 물(stained water), 탁한 물(murky water)로 크게 나누어 보자. 대략 2m 이상이면 맑은 상태, 0.5~2m면 흐린 상태, 0.5미터 이하면 탁한 상태로 정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갯벌 간척 호인 대호만과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파로호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체크해보면 물의 탁도가 10배 정도 차이가 나곤 한다. 흰색 스피너베이트를 드리워 보면 대호만의 경우 50cm만 넘으면 잘 보이지 않는 반면, 파로호는 5m가 넘어도 훤히 보인다. 낚시 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는 쉽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색과 관련한 배스의 행동 패턴 중 낚시와 관련된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자.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배스의 위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이 맑을수록 배스의 피딩 가능 수심은 깊어진다. 먹이 사 냥 중인 배스를 만날 수 있는 최대 깊이를 다른 요소는 배재하고 탁도만을 기준으로 매칭 시켜 보자. 극단적으로 탁한 상태라면 1~2m 이내, 일반적인 탁한 상태라면 1~3미터 이내, 흐린 상태라면 1~5m 이내, 맑은 상태라면 1~15m 정도까지 깊어진다. 물이 맑을 때는 보다 깊은 쪽의 스트럭쳐를 중심으로, 탁할 때는 보다 얕은 곳의 커버를 중심으로 낚시를 전개할 필요가 있겠다.


물색은 피딩 타임에도 영향을 준다, 탁한 물일수록 시각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낮 시간대에도 먹이활동이 이어지는 반면, 물이 맑을수록 일출, 일몰 시각과 같은 빛의 양이 적은 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물이 맑은 필드는 일출, 일몰 시간이 되면 얕은 곳에서 경쟁적으로 먹이활동을 하는 상황을 자주 만날 수 있으며 화끈한 낚시가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은 피딩 타임을 전반적으로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이 탁한 곳의 피딩 타임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으로 짧고 심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맑은 물의 배스는 더 많이 회유하고, 루어를 더 멀리 쫓는 편이다. 스쿨링 하는 경향도 강한 편이다. 맑은 물에서 배스를 낚았다면 주변에 다른 녀석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외부 자극에 의해 비활성 모드로 전환되는 경향도 함께 커진다는 것도 참고하자. 이에 비해 탁한 물의 배스는 낱마리로 흩어져 있는 경향이 강하고, 회유보다는 커버나 스트럭쳐에 보다 의존적이다. 아울러 외부 자극의 영향을 물이 맑을 때보다 덜 받는 편이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탁도에 따른 낚시 방법의 주안점을 알아보자.
탁도와 낚시 방법을 연관시키는 기준은 결국 배스가 현재 시각과 소리(진동) 중 어떤 감각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인가를 정하는 것이 된다.

가시 투명도가 0.5m 이상만 된다면 1차적으로 시각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배스는 눈으로 먹잇감을 보고 쫓아가서 사냥한다. 맑은 상태일수록 해당 필드의 실제 먹잇감에 루어의 크기, 모양, 색상 등을 매칭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액션은 빠른 움직임을 중심으로 돌발적인 액션을 더해 시각적 어필에 집중하는 방향이 효과적이다. 물이 맑을수록 배스는 멀리서도 루어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수평거리와 수직적인 거리 모두 해당된다. 다만 물이 맑을수록 최종적인 입질 여부는 보다 까다로워진다. 가까이 접근했을 때 생각했던 먹잇감과 유사한 크기, 모양, 색상이 아닐 경우 다시 되돌아갈 가능성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루어의 선택은 탑워터 스틱베이트나 스몰 프로파일의 스피너베이트, 피네스 지그, 직진성이 좋은 스트레이트웜, 스윔베이트, 져크베이트 등이 효과적인 라인업이 될 수 있겠다. 물이 맑은 상태일 때를 고려한 아래의 몇 가지 팁을 참고해두자.

공략하고자 하는 지점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라. 외부 자극으로 비활성 경계 모드로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롱 캐스팅과 한 번에 유효 지점에 떨굴 수 있는 정확성이 함께 요구된다.
같은 장소에 반복 캐스팅하는 것은 보통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 바로 물지 않았다면 경계모드로 바뀌어 한동안 물지 않는 상태가 될 확률이 높다. 몇 군데의 공략지점을 정해 놓고 시간적 간격을 두고 장소 자체를 로테이션하며 낚시를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스쿨링 경향이 강해서 낚인 배스 주변에 또 다른 배스가 더 있을 확률이 높다. 더 낚기 위해서는 파이팅 시간을 최소화시켜 다룰 필요가 있고 덜 자극적인 루어로의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바람을 눈여겨보자. 물이 맑은 상태에서 바람은 물이 탁할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람은 배스의 경계심을 줄여서 좀 더 얕은 곳으로 진출하게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맑은 물일 때 바람과 물 흐름이 있는 곳은 적극적인 배스를 만날 확률이 높은 편이다.


가시 투명도가 0.5m 이내로 흐리거나 탁한 상태일 때, 배스는 시각보다는 옆줄 감각에 더 의존하다. 이때는 소리와 진동으로 먹잇감과의 거리를 좁힌 다음, 시각은 공격 직전에 최종적으로 사용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배스들은 물이 흐릴 때는 루어를 멀리까지 쫓지 않는다. 공격 반경이 좁아지고 보통 스트럭쳐나 장애물에 좀 더 바짝 붙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라면 리트리브 과정에서 물의 움직임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 내는 루어가 좋다. 느린 템포의 스테디 리트리브가 유리하고, 짙고 어두운 색상으로 확실한 실루엣을 만들어 주거나 적은 양의 빛으로도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형광 계통의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유효하다. 대형 블레이드의 스피너베이트나 워블링 폭이 큰 타입의 쉘로우 크랑크베이트, 대형 지그와 부피감 있는 트레일러의 조합, 호그타입의 소프트베이트 등이 효과적인 라인업이 될 수 있다. 물이 탁할 때를 고려한 아래의 팁을 참고하자.


오픈 워터보다는 장애물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배스는 물이 맑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커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핀포인트 공략이 필요하다. 공략하고자 하는 스트럭쳐나 장애물에 가까이 다가서라. 배스의 경계심이 적어져서 낚시인과의 간격이 어느 정도 좁아져도 무방하다.
같은 장소를 반복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두 번 던져보고 떠나기보다는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라면 다양한 각도로 꼼꼼하게 훑어보는 방식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물색과 루어의 색상 선택에 대해 알아보자.
생각보다 많은 낚시인들이 물의 탁도와 관련해서 위에 언급한 내용들보다 루어의 컬러 선택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컬러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진 않는 편이다. 배스가 색상을 구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우리가 보고 있는 색상들이 어차피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느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색상별 투과율_출처 Youtube: Lure Colors Pt4)

참고 자료를 보면 칼라 스팩트럼 별로 물속에서 채도가 살아있는 정도를 볼 수 있다. 태양광의 투과율이 7가지 무지개색 별로 다른데 빨강과 주황의 투과율이 가장 낮고 노랑과 초록이 중간, 파랑과 검정이 가장 깊이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속으로 3~4m만 내려가도 빨강, 주황을 시작으로 노랑, 초록도 거의 흑백의 명암만 남아서 밝은 회색이나 짙은 회색으로 보이게 된다. 이것은 수직거리, 즉 깊이뿐만 아니라 수평거리에도 같이 적용된다. 1m 수심이라 할지라도 배스가 루어로부터 떨어져 있는 수평거리가 3~4m라면 3~4m 깊이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색상의 소실률은 물이 탁해질수록 더 커지게 된다.

루어의 구체적인 색상보다는 컬러 타입으로 크게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물이 맑은 곳은 실제 먹잇감에 가까운 내추럴 타입과 반사광을 활용할 수 있는 금속광택이나 플레이크가 들어가 있는 타입이, 물이 탁한 곳은 블랙/블루/퍼플 계통이 상대적으로 시인성이 좋다는 정도로 접근하면 되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위의 변화, 숨은 그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