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벼진다.
아침 7시. 95번 버스엔 새파란 시금치 교복을 입은 중학생도 타고,
나른하게 볶아진 할머니 고사리도 탄다.
버스곽에 들어찬 우리는 강변역까지 왼쪽 오른쪽 골고루 비벼진다.
이리저리 비벼진 비빔밥을 한 수저로 듬뿍 떠서 광나루 지하철로 밀어 넣는다.
지하철에서 우리는 또 비벼진다.
바짝 마른 무말랭이를 만난다.
양볼이 패인 무말랭이는 뻣뻣한 다리로 간신히 서있다.
미끄덩한 묵도 있다. 맨질맨질한 팔다리에 닿기라도 하면 함께 넘어질 것 같다.
누구도 뭉치기 싫지만 어림없다.
뒤섞인 땀이 참기름처럼 번들거린다.
30분은 더 비벼져야 탈출할 수 있다.
파란색을 떠올린다. 바닷물이 좋겠다.
초록색을 떠올린다. 대나무가 좋겠다.
큰 양푼에 담는다. 귤이든 레몬이든 신맛을 짜 넣는다.
먹다 남긴 소주에 어제 보던 예능 프로,
저녁에 만날 그 사람까지 한 데 넣고 신나게 비빈다.
시뻘건 얼굴들 사이에서 벗어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