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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Mar 11. 2020

코로나, 유럽은 이제 시작인데

스페인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식



월 10일 현재 시각 기준 스페인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었다. 사망자 수는 36명. 5일 전에 확진자가 200명가량이었는데 5일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감염자 수가 많은 나라란다.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데도 여전히 길에는 마스크 낀 사람 한 명 찾기 힘들다. 이번 주말 양일간 몇 백 명이 드나드는 매우 큰 행사가 있었다. 그 정도 규모면 취소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 진행됐다. (나는 거기서 한글 특강을 해야 했다.)


오늘 대사관 공지를 보니 스페인 정부에서 오늘부로 대규모 실내 행사 개최를 금지한다는데, 며칠 뒤 열리는 말라가 페스티벌, SNS에서 열심히 홍보하던데...? 과연 취소되나 안 되나 지켜보겠어.


말라가는 밝혀진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사람들 반응이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전체 감염자의 반 정도가 있는 마드리드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단다. 학생들을 비롯해서 스페인 사람들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대체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염력 강한 감기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걸리면 2주 동안 격리되는 게 번거롭다고 여기는 정도.


우리 캠퍼스 한 정거장 전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10대 확진자가 나왔는데, 언론에서는 10대 학생이 감기 걸렸네~ 요런 느낌으로 보도되고 끝이었단다. 어제는 학교에도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학교 공자가 아닌 학생한테서 들었다. 타 전공 수업의 한 학생이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고 그래서 수업이 휴강됐다는 거다. 아니... 몇 백 명이 돌아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게 휴강만 하고 끝날 일입니까!


이 시국에 학교는 기한 없는 청소노동자 파업 중이라 위생 상태가 엉망이다. 바닥에 융단처럼 깔린 쓰레기 더미에 어디서 온 지 모를 건 파스타 조각, 깨진 계란까지, 쥐가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다. 건물에 화장실도 단 두 곳 제외 모두 막아 놨다. 비워지지 않는 휴지통에는 휴지가 한가득.


사람들이 마스크는 안 끼면서 다 품절이다. 손소독제도 마찬가지다. 사재기한 마스크는 대체 누가 사용하는 걸까. 감기 같은 거라면서, 공포감 조장하는 데 따라가지 말라면서 왜 손소독제는 싹쓸이 하는 걸까. 미스터리다.


현지 뉴스와 기사를 따라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현지인들 만큼 정보를 빨리 얻기도 어렵고, 만약 감염됐을 시 프로토콜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늘 불안하다.


화산이 자주 폭발하는 코스타리카에 살 때 현지인들에게는 휴대전화 진동 정도인 땅의 진동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몇 달 전 수업 시간에 건물에 화재 경보음이 울리고 모두가 뛰쳐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후에 화재대피훈련이라는 걸 알았지만 일순간 엄청난 공포감을 맛봤다. 한국에서 내가 가르친 학생들도 한국에 무슨 일 터질 때마다 겁나고 불안하고 그랬겠지.


젊고 건강해 위험군에 속하진 않으나 외국인 신분으로 치료받고 격리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고, 직업 특성상 내가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으니 더블 트리플 조심하고 볼 일이다. 4월 초에 마드리드 대사관에 국회의원 선거 재외국민 투표하러 가야 되는데 과연 그때까지 괜찮아질는지.


한국이 감소 추세라 조금 마음 놓나 했더니 이제 유럽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날씨가 아까운 봄이다. 모두 잘 이겨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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