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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Mar 14. 2020

스페인의 코로나, 너무 늦었다

이제서야 휴교, 취소, 사재기



이틀 전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600명이 넘었다고 썼는데, 오늘 4000명을 넘겼다. 어젯밤 안달루시아 의회에서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모든 교육 기관에 2주 휴교령을 내렸고, 우리 학교는 오늘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유명 관광지며 박물관이며 다 문을 닫았다.


오늘 아침 9시 땡 하자마자 마트로 달려갔다. 스페인에 온 이래 슈퍼마켓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 처음 봤다. 물건이 없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생필품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사재기의 전조가 보였다. 저마다 제일 큰 카트에 식재료와 생필품이 그득히 쌓여 있었다. 혹시 몰라 파스타 면과 쌀을 하나씩 사러 온 건데 사람들 물건 담는 거 보니 덩달아 조바심이 나, 괜히  하나씩 더 담았다. 지금은 이 정도지만 며칠 뒤에 아예 없으면??


정말 이상한 풍경 하나는 사람들 카트마다 키친타월이 하나씩 들어있더란 거다. 휴지도 아니고 키친타월을 왜...?라는 의문은 휴지 코너를 지나며 풀렸다. 두루마리 휴지랑 갑 티슈가 싹 다 떨어져 있었다. 마침 지난주에 사 놔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나도 키친타월 대열에 끼일  뻔했다. 미국과 호주에서 휴지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싸운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여기도 이럴 줄이야.




이번 화요일만 해도 여기 사람들 코로나는 독감보다 치사율도 낮은데 왜들 그리 호들갑이신지~? 뭐 2주 격리되는 건 귀찮긴 하네 이런 분위기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calm입니다 이러면서. 그 사이 감염자 수는 복리 이자 붙든 1000 단위씩 휙휙 올라갔고 사망자 수도 100명을 넘었다. 이사단이 나고서야 휴교령이 내리고 행사가 취소되고 사재기가 시작되다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나는 걸려도 안 죽으니까 격리하고 말면 된다? 그 말은 꼭 세상에 건강한 젊은이들만 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문제는 '내가 걸리고'가 아니고 '내가 걸린 다음'이다. 감기조차도 걸리면 치명적인 사람들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는 걸.잊어선 안 된다.


스페인 전체 감염자의 절반인 20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온 마드리드는 내일부터 슈퍼마켓 및 약국(생필품, 식료품) 제외한 모든 상점이 3월 26일까지 폐쇄된다 한다


여전히 뉴스와 현실은  다른 차원의 새상인 것처럼 길에는 활기가 넘친다. 내일부터는 좀 달라지길. 지금 스페인에 필요한 건 사재기가 아니라  경각심인 듯.



+ 내용 추가


이 글을 쓴 지 하루 지난 3월 14일 오늘, 스페인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조치는 2주간 지속된다.

오늘 El Pais 신문에 난 기사 제목이 인상적이다.

"마드리드 시민들, 드디어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함"


https://elpais.com/espana/2020-03-13/los-madrilenos-estaban-ya-alarmado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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