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온라인 수업 대참사

선생님으로 온라인 수업하다가 학생이 되어 보니

by 열대초록

오늘은 프랑스어 특별 수업이 있엇다.


평소에는 대면 수업으로 하고 있지만 특별 수업이라 그러지 특별히 오늘만 온라인에서 한단다. 구글밋(Google Meet)으로 한다는데 지난 학기 내 수업을 거기서 했고 학생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떤지 궁금했던 터라 잘됐다 싶었다.


수업 직전에 선생님이 구글 클래스룸에 올린 링크를 클릭해 방에 입장했다. 학생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며 화면은 마스크를 벗고 처음 보는 얼굴이 담긴 네모칸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제일 먼저 보여야 할 선생님의 얼굴은 보 온데간데 없고 네모칸에 구글 아이디만 달랑 떠 있다. 카메라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아침에 테스트할 때까지만 해도 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봐라, 컴퓨터를 껐다 켜봐라 정도밖에 없었고 이 두 방법 다 먹히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접속해 보라고도 했지만 수업 자료가 모두 컴퓨터에 있어 안 된단다. 결국 학생들은 모두 얼굴을 공개했는데 선생님 얼굴만 뜨지 않은 채로 수업이 시작됐다. 선생님은 목소리로만 존재하고, 얼굴의 반만 익숙한 같은 반 학생들의 얼굴만 쳐다보는 상황은 어쩐지 어색했다. 다수의 학생들이 있는 온라인 수업에서 보통 학생들은 과부하 문제로 모두 카메라를 끄고 선생님만 켠 채 수업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요상한 상황이다.


선생님의 표정은 못 보고 목소리만 들어야 하는 상황이 전화와 다를 바 없어 나를 포함한 몇 학생들은 수업 지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여러모로 애를 먹었다.


그동안 완전초급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때문에 선생님의 입모양을 못 봐 못해 애로 사항이 많았던 터라, 드디어 오늘은 입모양을 보며 정확한 발음 연습이 가능하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설상가상으로 화면 공유까지 안 되어 선생님은 준비해 온 숫자 복습 활동 자료를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급한 대로 채팅창에다가 복습할 숫자를 열심히 썼는데 구글 밋이 처음인 한 학생은 채팅창을 찾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교재에 있는 활동을 할 때 스페인 학생한테 책 사진을 찍어서 화면 공유를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학생도 사용이 서툴러 결국 하지 못했고, 결국 이 수업의 유일한 외국인인 내가 얼른 사진을 찍어서 화면 공유를 했다.


학생들은 주변 소음과 에코 때문에 음소거를 하고 있다가 자기 순서가 돌아올 때만 마이크를 켰는데 대부분이 말할 때 음소거를 해제하는 걸 깜빡해서 허공에 대고 말했고, 선생님은 수업 내내 'micro!(마이크)'를 외치기 바빴다.


갈수록 대환장 파티였지만 이 순간 누구보다 당황하고 조마조마할 사람은 선생님일 테고, 온라인 수업을 처음 할 때 나도 비슷한 일을 겼었기에 이 상황이 남 일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와중에도 학생의 입장에서 선생님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온라인 수업 때 내 목소리가 어떻게 출력되는지 알 수 없어 평소보다 크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선생님도 안 보이지만 목에 핏대를 섰을 데시벨로 말하더라. 잘 들리는데 크게 말하니 귀도 아프고 부담스러웠다. 오디오에 문제가 없다면 중요한 건 소리의 크기보다는 음질. 평소 크기로 말하되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이 수업뿐만 아나라 그동안 들었던 다른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회의 등을 통해서 느낀 것이다. 교사든 진행자든 그 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프로그램 사용이 미숙하면 좀... 없어 보이더라. 그러니까 권위가 좀 떨어져 보인다는 말이다. 강의실에서 말발로만 수업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이상 교사는 플랫폼의 툴과 온라인 자료 활용에 능숙해져야 한다. 그간 교실에서 돌발상황이 생길 때 사용했던 노하우는 더 이상 온라인 공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코로나 이전과 똑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처럼 온라인 수업이 생긴 이상 우리의 수업도 대면 수업만 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걸 진화의 기회로 여기고 어떻게든 발전해 나가는 수밖에.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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