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스트가 읽고 써요
네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몰랐었구나
살다보면, 힘들어도 결국 버텨야만 하는 순간에 마치 내 마음을 망치질하듯 진심이 묵직하게 와닿는 이런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잿빛 가득했던 마음이 점점 맑아지고 이내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었구나' 라고 깨닫는 것만으로 어느 새 기분이 나아지고 살만해집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그런 말들 한마디 한마디가 이 책에 가득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고 허기를 채우듯, 심리적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건 '공감'이라는 말. 굳이 유명 요리사의 화려한 '요리'가 아니어도 우리의 심리적 허기를 채우는 '집밥'처럼 공감이라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는 말은 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잘 설명해주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그 집밥을 더 잘 챙겨먹을 수 있을지, 또 누군가에게 그 집밥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아주 친절하게 그리고 실제 이야기를 통해 마음 뜨겁게 전하고 있습니다.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하다
우리는 바쁘다는 혹은 더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것을 매우 쉽게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버립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돌아보기 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더 애쓰고 에너지를 쏟곤 하죠.
저자는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성'이 없어 공황장애에 걸리기 쉽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자기는 없고 사회적 역할이나 타인으로부터의 기대에만 자기를 맞추려고 하거나, 반대로 부모를 포함해 타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자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점점 나의 삶과 멀어지고, 의존 대상이었던 존재가 사라지거나 자신의 절대적 역할이 사라지면 한 순간 공황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유명 스타들이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것처럼요. 누구나 삶이 나 자신과 멀어질수록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자기 존재에 주목받은 이후부터가 진짜 내 삶
그래서 저자는 일상 속에서 반드시 자기성을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주, 되도록이면 더 많이, 나 또는 타인들로부터라도 스스로가 그 자체로 인정받는 기회를 만들어야한다고 권하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이후에야 사람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안정감 속에서 비로소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진실앞에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봐주고, 타인도 역시 인정해주는 것을 하루 매 끼니를 챙기듯 절대 놓치지 않아야합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
저자는 사람의 존재의 핵심은 감정에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성향, 취향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들은 다 주변적인 것들일 뿐이죠. 가치관과 신념 등은 알고보면 부모님과 타인의 영항이 크게 작용하는 것들이지만 '감정'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감정은 나의 존재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별것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희로애락을 통한 우리의 감정에 더 주목하고 집중해야하고요. 우리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렇게 물어봐야합니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저자는 사람들을 만날 때 종종 이렇게 물어본다고 합니다. 서로 마주하는게 어색해서 또는 시간을 때우려고 묻는 공허한 질문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상대방의 존재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질문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부유해서 또는 권력이 있어서 맞장구를 쳐주는 차원이 아니라, 오롯이 그 사람에 집중하고 공감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수용되는 경험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것입니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진정한 공감은 그래서 힘이 세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복잡한 관계와 일들 속에서 갈등을 겪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나의 존재가 온전히 인정받고 공감받지 못할 때 이런 상처는 더욱 깊어집니다. 그럴 때 그것들을 내 손으로 해결하는 최소한의 방법을 익히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점점 늪이 되고 지옥이 되어감을 저자는 경고합니다. 우리가 군중 속에서도 외로운 것은 어쩌면 나를 있는 그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또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서도 공감을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나부터, 그리고 가능하다면 타인까지도 상처를 알아봐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며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넌 누구니? 지금 네 마음은 어떻니?
그 '한 사람'이 되기위해서 우리는 타인에 공감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진정으로 수용하고 공감해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넌 오늘 무엇을 잘했니? 어떤 성과를 이뤘니? 가 아니라 부모가 어린 아이를 보살펴주듯, 인정과 공감 속에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해주는 것이죠.
이런 경험이 있는 어린 아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게 끝이 아니다. 해결하고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됩니다. 그 힘으로 아이는 건강한 성인으로 커가고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고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과 힘듦 속에서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공감을 통한 치유의 경험이지 않을까요?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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