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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Dec 15. 2020

나는 사기꾼일까?

똑똑한 사람들의 딜레마, 임포스터 증후군

언제부터인가 임포스터라는 단어가 (인터넷 상)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해서 뭔가 했더니 어몽어스라는 게임에 등장했었구나. 뭐만 하면 너 임포스터지! 그러던데 게임에서 임포스터는 크루원인 척하면서 미션을 방해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크루원들은 임포스터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투표를 통해 한 명씩 제거해 나간다. 


그런데 만약 내가 크루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임포스터일까 의심이 든다면? 

말도 안 되는 감정 같지만 무려 인구의 약 70%가 한 번쯤은 겪어본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경험해 봤고, 지금도 겪고 있는 듯한 ‘임포스터 신드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임포스터 신드롬이란?


Imposter는 사기꾼, 협작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임포스터 신드롬이란, 나의 성취가 단순히 행운 또는 우연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들켜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움을 느끼는 증후군이다. 마치 어몽어스의 임포스터처럼, 자신이 스스로의 능력에 맞지 않는 타이틀이나 그룹에 속해 있다고 느낀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자감부’(근거 없는 자신감 부족)다.

 


사실 이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낮게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중요한 것은 실제 성취 또는 지능과 관계없이 스스로를 저평가한다는 사실. 오히려, 고학력일수록 또는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일수록 임포스터 신드롬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좋은 학교에 가도, 높은 성적을 받아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도, 나 스스로는 그것을 나의 성과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천재' 아인슈타인도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하니.

나의 연구가 받는 과장된 존경이 나를 아주 불편하게 만든다.
본의 아니게 사기꾼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ㄴ어떻게 아인슈타인이 저런 생각을 하지? 누가 봐도 천재잖아?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이런 증후군이 명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위로랄까 용기를 얻는 기분이었다. 나를 나 대신 누군가 분석해서 나한테 설명해주는 기분? 그리고 이런 단어가 있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 중에도 꽤 있다는 거고, 내가 겪는 혼란이 유효하고 근거가 있는 현상이라는 거니까. 참고로, 1978년에 처음으로 이 증후군을 발견한 심리학자 Pauline Clance와 Suzanne Imes는 고학력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으나, 지금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추세다. 외국에서는 유색 인종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임포스터 신드롬으로부터 벗어나기


임포스터 신드롬은 단순한 자신감 부족과 다르다. 누구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무거운 책임을 맡은 상황에서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임포스터 신드롬을 겪는 사람들은 아무리 큰 성취를 해도 밑 빠진 독처럼 좀처럼 자신감이 쌓이지가 않는다. ‘자신감을 가져!’ ‘스스로를 믿어!’처럼 단순한 처방이 큰 소용이 없다. 높은 확률로 더 뿌리 깊은 심리적 문제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임포스터 신드롬을 만들까? 


첫째, 임포스터 신드롬을 겪는 사람이라면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임포스터들’은 자신이 설정한 높은 기준에 못 미칠까 두려워서 할 일을 끝까지 미루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느 한쪽이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이다. 가끔은 일이 잘못되더라도 괜찮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좀 예뻐해 주자!


둘째, 임포스터 신드롬은 실패로 인해 겪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수 있다.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거봐, 못할 줄 알았어. 역시 내 능력은 이 정도밖에 안 돼’가 ‘내가 실패를 하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잘라 버리기 위해 나를 잘 아는 사람과 대화해 보자. 특히,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자신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고, 자신감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포스터 신드롬은 다양한 원인과 양상을 띠기 때문에 전문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전문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하면, 내가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어떤 환경과 성향이 이런 사고방식을 강화시켰는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침내 자기 불신을 끊고 스스로를 더 상냥하고 관대하게 대해 주시면 좋겠다. 


베스트셀러 작가 Valerie Young이 말했듯이, “똑똑한 사람들이 소극적이면 우리 모두에게 손해”이기에.



 

         


참고문헌


Sakulku, J., & Alexander, J. (2011). The Imposter Phenomenon.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Science, 75–97. https://so06.tci-thaijo.org/index.php/IJBS/article/view/521/pdf

Weir, K. (n.d.). Feel like a fraud? American Psychological Asoociation. https://www.apa.org/gradpsych/2013/11/fraud

Irvine, A. (2018, July 10). Imposter Syndrome: A Curse you Share with Einstein. Thesislink. https://thesislink.aut.ac.nz/?p=6630

Clance, P. R., & Imes, S. A. (January 01, 1978). The imposter phenomenon in high achieving women: Dynamics and therapeutic intervention. 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 Practice, 15, 3, 241-247.

 Young, V. (n.d.). The 5 Types of Imposters. Imposter Syndrome. Retrieved December 8, 2020, from https://impostorsyndrome.com/5-types-of-impostors/

 Bunchan, R. (n.d.). Counseling for Overcoming Imposter Syndrome. Rachel Bunchan Psychotherapy. Retrieved December 8, 2020, from https://rachelbuchanpsychotherapy.co.uk/work-career-issues-counselling-london/imposter-syndrome-therapy/

 Weir, K. (n.d.-b). Feel like a Fraud?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Retrieved December 8, 2020, from https://www.apa.org/gradpsych/2013/11/fraud

Morin, A. (2020, May 1). What is Imposter Syndrome? Verywellmind. https://www.verywellmind.com/imposter-syndrome-and-social-anxiety-disorder-4156469#ca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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