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톡톡'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민들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보면 온통 근사한 식사와 부러운 외모의 사람들, 아름다운 여행지, 잘나가는 친구들로 가득하다. 피드를 내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 나 빼고 다 행복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한데 어째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걸까? 올해 1~10월 정신건강의학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급증했다고 하니 말이다.*
인스타그램 속 행복한 세상은 현실이 아니니까. 인스타그램 포스트 하나하나는 정성스럽게 빚어진 이미지다. 나만 해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몇십장의 후보군 중 고르고 골라서, 필터를 씌우고, 재치 있는 문구를 고민하곤 한다. 실제 우리 인생은 수만 가지 오르내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스타그램에는 고(高)점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포장된 고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하이라이트 씬과 나의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며 종종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의 하이라이트 씬을 보고 비슷하게 느낄 수도.
SNS에 가장 화려하고 유쾌한 모습만 보이는 것, 언제부터 무언의 원칙이 된 걸까? 어둡고 쓸쓸한 모습조차 #감성 같은 키워드로 포장하게 된 걸까?
<마음가면>, <수치심 권하는 사회>, <리더의 용기>의 작가 브레네 브라운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취약점 드러내기 = 나에게 불리한 것'이라는 인식을 꼽는다. 나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찐친(진짜 친구)’에게도 쉽지 않을 텐데, ‘인친(인스타그램 친구)’과 불특정 다수까지 다 볼 수 있는 SNS에서는 오죽할까. 거기다 이미 행복과 기쁨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인스타그램에는 나의 슬픔 따위가 낄 자리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의 취약성은 - 그것이 유독 기분이 안 좋은 날이든, 나만의 마음 아픈 사연이든 - 숨긴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저(低)점을 외면하고 없는 척하기엔 그것은 너무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지지를 얻고, 아픔을 덜어낼 기회를 놓치기엔 너무 아깝다. 우리는 어떻게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건전한 방법으로 다룰 수 있을까?
브라운은 그녀의 책 <마음가면>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두려움, 희망, 고충, 기쁨을 털어놓으면 그 관계에 작은 불꽃이 생성된다. 그렇게 털어놓은 취약점은 주로 어두운 장소에서 빛을 낸다. 나는 이것을 ‘반짝이는 빛’이라고 부른다…(중략)… 이어짐이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네 브라운, <마음가면>
그녀가 이야기하는 '반짝이는 빛'과 '이어짐'의 역할을 하는 것이 SNS의 진정한 순기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날 것의 두려움, 희망, 고충, 기쁨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왜 몇백 명의 인친과 몇천만 개의 피드를 뒤로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더 많이 힘들어져서 정신과에 가서야 솔직해지는 걸까? 나만 힘든 것도 아니라면서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 들을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 사람의 마음과 정신건강에 대한 경험담을 듣고, 나의 이야기를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나와 같은 듯 다른 서로를 색안경 없이, 건전하게 지지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바란다. 이 바람에서 출발한 작은 공간, 멘탈톡톡을 2편에서 소개하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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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은, "'코로나블루' 신경정신과 매출 14% 늘었다.", 헤럴드경제, 2020. 12. 16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1216000302)
@editing_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