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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Dec 29. 2020

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SNS는 없는 걸까? I

'멘탈톡톡'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민들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보면 온통 근사한 식사와 부러운 외모의 사람들, 아름다운 여행지, 잘나가는 친구들로 가득하다. 피드를 내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 나 빼고 다 행복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한데 어째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걸까? 올해 1~10월 정신건강의학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급증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 속 행복한 세상은 현실이 아니니까. 인스타그램 포스트 하나하나는 정성스럽게 빚어진 이미지다. 나만 해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몇십장의 후보군 중 고르고 골라서, 필터를 씌우고, 재치 있는 문구를 고민하곤 한다. 실제 우리 인생은 수만 가지 오르내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스타그램에는 고(高)점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포장된 고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하이라이트 씬과 나의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며 종종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의 하이라이트 씬을 보고 비슷하게 느낄 수도.


그런데 우리… 왜 이러고 있는 거지? 

SNS에 가장 화려하고 유쾌한 모습만 보이는 것, 언제부터 무언의 원칙이 된 걸까? 어둡고 쓸쓸한 모습조차 #감성 같은 키워드로 포장하게 된 걸까? 


나의 ‘취약성’을 들키기 두려워하는 마음

<마음가면>, <수치심 권하는 사회>, <리더의 용기>의 작가 브레네 브라운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취약점 드러내기 = 나에게 불리한 것'이라는 인식을 꼽는다. 나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찐친(진짜 친구)’에게도 쉽지 않을 텐데, ‘인친(인스타그램 친구)’과 불특정 다수까지 다 볼 수 있는 SNS에서는 오죽할까. 거기다 이미 행복과 기쁨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인스타그램에는 나의 슬픔 따위가 낄 자리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의 취약성은 - 그것이 유독 기분이 안 좋은 날이든, 나만의 마음 아픈 사연이든 - 숨긴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저(低)점을 외면하고 없는 척하기엔 그것은 너무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지지를 얻고, 아픔을 덜어낼 기회를 놓치기엔 너무 아깝다. 우리는 어떻게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건전한 방법으로 다룰 수 있을까?

브라운은 그녀의 책 <마음가면>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두려움, 희망, 고충, 기쁨을 털어놓으면 그 관계에 작은 불꽃이 생성된다. 그렇게 털어놓은 취약점은 주로 어두운 장소에서 빛을 낸다. 나는 이것을 ‘반짝이는 빛’이라고 부른다…(중략)… 이어짐이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네 브라운, <마음가면> 


그녀가 이야기하는 '반짝이는 빛'과 '이어짐'의 역할을 하는 것이 SNS의 진정한 순기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날 것의 두려움, 희망, 고충, 기쁨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왜 몇백 명의 인친과 몇천만 개의 피드를 뒤로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더 많이 힘들어져서 정신과에 가서야 솔직해지는 걸까? 나만 힘든 것도 아니라면서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 들을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 사람의 마음과 정신건강에 대한 경험담을 듣고, 나의 이야기를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나와 같은 듯 다른 서로를 색안경 없이, 건전하게 지지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바란다. 이 바람에서 출발한 작은 공간, 멘탈톡톡을 2편에서 소개하겠다.




                                                                                                                                         To be continued…  


트로스트 앱에서 '멘탈톡톡' 보기

https://app.adjust.com/rd0r0eg      


참고문헌


*서정은, "'코로나블루' 신경정신과 매출 14% 늘었다.", 헤럴드경제, 2020. 12. 16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1216000302)



@editing_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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