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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Dec 29. 2020

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SNS는 없는 걸까? II

취약함을 드러내는 공간, '멘탈톡톡'

당신의 SNS 친구는 몇 명인가? 

2016년 통계에 의하면 한 사람이 팔로잉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수는 108명이라고 한다.* SNS 세계에서 4년 전은 세기말 통계이니 아마 지금은 두 배, 세 배 이상의 수치를 거뜬히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 


당신의 인친은 모두 행복할까? 

지난 편에도 언급했지만 SNS에는 아름다움, 성취, 유쾌함, 부유함 등 행복을 캡처한 순간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행복할까? 편의상 세기말 통계를 인용하여 당신의 인스타그램 친구가 108명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들 중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감과 불안함을 경험하는 사람은 27명이다. 그리고 그중 4명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만약 글로벌 친구가 많다면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은 그보다 3배 정도 많다.** 

진짜다. 친구 27명의 비하인드 씬은 이렇게 생겼다. 


그런데 아무도, 나 정신과 다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사회적 인식이 나름 개선되었다고 하는데도 내가 정신과에 다니는 것, 혹은 다녀볼까 고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는 아직도 쉽지 않은가 보다. '뭘 그런 걸 광고하고 다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하게 들리는 이 어려움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낳는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정신과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나는 병원에 가야 하는 수준일까? 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간다고 낫기는 할까? 기록이 남으면 어쩌지? 불이익은 없을까? 정신병자 취급받는 건 아닐까? 


용기를 내서 정신과에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대기실은 그 어떤 병원 대기실보다 고요하다. 적막이 흐른다. 같은 치료를 받는 사람끼리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에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이 의사는 내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내가 받는 치료가 효과적인가? 나는 언제까지 이 병원에 다녀야 할까? 약을 먹고는 있는데 끊으면 바로 나빠지는 건 아닐까? 


베스트셀러 제목, 이것도 진짜다. 정신과는 정말 후기가 없다. 


우울하고 불안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고민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문제 아닌가? 어찌나 많은 것들을 혼자서 걱정해야 하는지 숨이 다 막힌다. 어떻게 이렇게 폐쇄적일 수 있는지.. 길을 걸으면 눈에 치이는 게 정신건강의학과인데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완벽한 미스터리의 공간이다. 그래서, 지구인의 심리 건강을 누구보다 앞서 살피고 싶은 트로스트가 멘탈톡톡을 런칭했다.


왜? 이야기 좀 하고 살자고…

트로스트가 새로 런칭한 '멘탈톡톡'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SNS에는 올리지 못하는 비하인드 씬, 그리고 혼자만 궁금해 해 왔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이다. 우리, 서로 이야기 좀 하고 살자.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리고 힘들면 힘든 대로. 


멘탈 talk! talk!
구체적으로 어떤 토크를 할 수 있냐면


첫째,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앞담화

솔직히 중국집 고를 때 리뷰 몇 개를 보는지? 나는 별점 낮은 순, 높은 순 돌려가며 10개는 비교한다. 또 다른 예로 인스타그램에서 맘에 드는 브랜드 계정의 물건을 볼 때, 가격도, 소재도 안 알려주고 'DM 주세요'라고만 쓰여 있으면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데 정신과가 딱 그런 형국이다. 정신과 의사가 제공하는 제한적인 정보(그마저도 위치 정보가 다인 경우가 많다)에 의존해야 한다. 죽음까지도 이르게 하는 정신건강 문제, 나의 고통과 행복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할지 막막한 것이다. 멘탈톡톡의 첫 번째 토크 주제는 본인이 경험해 본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공급자 위주의 오프라인 정신건강 서비스의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자들이 바로잡을 수 있도록!

트로스트 앱 내 '멘탈톡톡' 캡처 이미지



둘째,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정신건강 꿀팁 전파 

우울증, 불안증, 공황, 수면장애 등을 한번 겪어본 사람은 그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 같은 고통을 겪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수준이다. 썩 기분 좋은 훈장은 아니지만, 선배로서, 또 동료로서 나누고 싶은 정신건강 관리 꿀팁이 왜 없겠는가. 혼자 고군분투해서 알게 된 팁들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팁을 눈여겨보며 답답함,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당신이 편안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를 거라는 외로움이 아닐까. 이럴 때 나와 비슷한, 또는 다른 힘듦을 겪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아픔을 아는 사람들에게 듣는 위로는 더더욱 진심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온갖 하이라이트 씬이 난무하는 SNS에 지친다면 이곳에 와서 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멘탈톡톡은 슬픔의 단절로부터 함께 헤쳐 나올 수 있는 응원과 지지의 공간이 될 것이다.



멘탈톡톡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취약함을, 아픔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수록. SNS에 전시한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져 울고 있는 지구인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지구인들의 비하인드 씬이 하이라이트 씬만큼 당당하고 비중 있게 다뤄지기를 소망하며.


트로스트 앱에서 '멘탈톡톡' 보기

https://app.adjust.com/eosbc9q


참고문헌


*김린아 & 한은경. (2016). 인스타그램 브랜드 계정 이용 동기가 이용 만족과 지속적 이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 플로우의 매개 효과를 중심으로. 한국광고홍보학회, 5–39. 

**홍진표. (2016).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조사.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editing_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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