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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스트 Sep 13. 2018

[감정 마주 보기] 수치심

관객에 의해 느껴지는 당혹감과 창피함의 기억

우리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럽거나 타인에게 존중받지 못했을 때 수치스럽다는 단어를 씁니다.


초등학교 시절 발표시간에 대답을 하지 못해 우물쭈물 넘어갔던 기억, 모든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했던 순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뒤에서 수군거린다는 느낌. 단적인 예를 들면 위에 적힌 내용들이 수치심을 유발하는 순간들이겠지요.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우리는 혼자 있을 때 넘어져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창피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죠. 속된 말로 쪽팔림을 경험합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오늘밤은 이불킥 예약이 확실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 수치심


수치심(shame)의 뜻은 스스로가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여기에는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 등이 포함됩니다.


수치심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죄책감(guilty feeling)입니다. 죄책감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어도 나 스스로가 뭔가 마음에서 두 가지 감정이 충돌되며 불편하게 이물감을 느끼는 것. 한마디로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이런 죄책감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어겼을 때 나를 괴롭힙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이 있어야지 어느 정도 사회의 선이 형성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들은 참 견디기 힘든 감정입니다. 그래서 죄책감과 수치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감정(social emo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치심의 형성 과정


수치심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자아와 자존감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감정입니다. 수치심은 생애 초기 타인과의 관계 경험에서 발달되는 감정입니다. 


어릴 적 부모가 자녀에 대한 잘못된 표현들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기억이 자녀에겐 성장하면서 심한 수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상급자의 한마디는 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수치심과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죠. 수치심이 내면에 계속 쌓이게 될 때에 함께 자라게 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열등감이나 중독 같은 감정이 생겨납니다. 그 밖의 다양한 역기능적 성향들은 자신을 파괴하고 고통 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대개 우리는 어린 시절에 들었던 자신에 대한 평가나 시선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성장합니다. 부정적인 평가가 곧 자기 자신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하면서 ‘나는 원래 못해, 능력이 없어’라고 잘못 생각하게 됩니다. 문제와 나를 동일시하면서 평생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인식의 굴레를 씌우고 살아가게 됩니다.


가족 심리치료의 전문가인 존 브래드쇼의 책 <상처 입은 내면 아이 치유>에서 수치심은 이렇게 표현됩니다.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들은 수치심 중독을 만들어낸다. 수치심 중독이란 흠집이 나서 위축되고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감정이다. 수치심 중독은 죄책감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죄책감은 당신이 무엇인가 잘못했지만 그것을 다시 고치고 그걸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심 중독은 당신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된 존재라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그저 부족해 보이고 불완전할 뿐이다. 수치심 중독은 바로 상처받은 아이의 핵심이다."



심리학자 거센 카우프만은 사람들이 수치심을 느꼈을 때 보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적인 반응을 말해줍니다.


수치심을 준 사람에게 격노하고 경멸의 감정을 느낍니다.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 : 더 모욕당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 위에서 압도하려고 합니다.

가해자를 과도하게 비난하기 : 가해자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치심은 생산적인 감정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죄책감과 수치심은 많이 닮아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치심과 달리 죄책감은 긍정적인 효과가 도 강한 성격의 감정입니다. 죄책감은 건강한 개인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그 뒤에 따라오는 하나의 대답일 뿐, 개인을 더 바르고 책임감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수치심은 개인을 파괴하며 갉아먹는 감정입니다. 수치심이 감정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경우 본인의 전체 자기 감은 낮아지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통합적 인식, 자신과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 과거의 기억, 사회에 의해 형성된 인식이 점점 낮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수치심은 항상 분노와 격분, 우울과 무기력 등의 감정과 함께 찾아옵니다. 점점 수치심의 깊은 우물로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치심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5가지 방안을 소개합니다.


1. 자기 사랑의 훈련 및 자기 연민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방향은 수치심 극복에 큰 영향을 줍니다. 모든 심리문제가 그렇듯 자기 연민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제일 첫 번째 단계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통을 인정하고 잘못을 받아들이면서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자제하고 대신 자신에게 좀 더 여유 있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죠. 


2. 대화하기

수치심이 나타나는 초기 단계는 죄책감과 고통스러운 지난 감정으로부터 숨어버리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아주 잠깐 해결책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상대가 필요합니다. 치료사나 상담사 혹은 자신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와 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그 주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죠. 말하기만 해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객관적인 통찰력으로 해당 사건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줍니다.


3. 잠깐 숨 고르기

명상은 자신의 상태를 조용히 유지시켜 감정적인 분노나 수치심을 가라앉혀줍니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전에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4. 글쓰기

수치심은 개선되지 않으면 공격성이나 우울증, 기타 정신 질환 및 섭식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이러한 감정을 진정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글을 통해 표현하면 됩니다. 제일 하기 쉬운 방법이지요. 글쓰기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없애면 자신의 마음속에 맴돌던 감정도 함께 증발시킬 수 있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자주 넘어집니다. 운이 좋아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넘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실수와 실패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감정이 타인에 의해서 생성되는 감정이건, 나 스스로에 의한 감정이건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결말도 주인공의 성격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죠. 


수치심은 제일 연약하고 부끄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용기라는 이름의 친구를 만들어 준다면 수치심은 결코 감정의 우물이 아닙니다. 포기하지 말고 연약함을 강인함으로 바꿀 수 있는 주인공이 돼보는 건 어떨까요?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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