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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May 06. 2021

2018년 5월 6일의 일기

Facebook, 과거의 오늘 中

3년 전 오늘 쓴 글이 페이스북에 떴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올라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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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점심, 저녁마다 팔이 아프도록 펜대를 굴리고, 아침 7시 반에 나가 밤 10시 반에 집에 오는 토요일과, 아침 7시 반에 나가서 그나마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일요일을 보낸 지 어느 덧 1달이 넘어간다. 


공부라는 건 마치 디스크 조각모음같다. 디스크 조각모음을 한두번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그것 참, 100퍼센트 모으기 참 어렵다. 짜증나서 조각모음 포기하고 안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조각모음을 빨리 하려면 컴퓨터로 아무 작업도 하지 않고 최대한 조각모음 하나만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쉽나. 나는 뭔가를 하려고 컴퓨터를 킨 건데. 그래서 뭔가를 하면 또 조각모음 시간은 한없이 늘어진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쳐도, 늘 빠뜨리는 게 있음을 모범답안과 최고답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언제쯤 100퍼센트의 조각모음을 할 수 있을까. 


밤 8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면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자기 전까지 책을 본다. 물론, 난 조각모음을 하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딴짓을 아예 안하고 온전히 공부만 하는 날은 적긴 하다. 

그래도 늘 여자친구가 동생에게 통화하면서 해준 말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꾸준히 그 날 공부를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야. 최선을 다 한거야.

여자친구는 뒤늦은 수능공부를 하는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지나가듯이 한 말이지만, 그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내게는 그 말을 들은 2달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있다. 그 말 한 마디가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가끔 생각한다. 이게 어려운 게 아닌데. 

병행말고 전업이면 이거 금방 잘할 수 있을텐데. 


그런 생각해서 뭐하나. 

그건 마치 디스크 조각모음할 때 아, 내 하드가 SSD고 CPU가 I7이면 더 빨리 끝날텐데 하고 생각하는 거랑 다를 게 뭐가 있겠나. 내가 조각모음을 하는 건, 나의 현재 조건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그 안에서 최적화를 하고자 하는 건데. 라고 생각을 고쳐먹곤 한다. 나에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애초에 굳이 조각모음 자체를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안되니까 조각모음을 선택해서 최적화를 하려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떤 억울함일수도 있다.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란 책을 보고, 그 제목만 보고 나의 공부가 끝나면 바로 사서 봐야겠다란 생각을 한다. 많은 한국사람들에게, 실제로 "억울함은 나의 힘"이 되곤 할테니까.


하지만 조각모음에 있어서 억울함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스크 조각모음은 마치 운기조식과도 같다. 

공부는 뭔가를 하기 위해 기를 모으는 행위다. 

필살기를 쓰기 위해 기를 모으듯이, 그저 꾸준하고 묵묵하게 나의 기를 모으고, 최적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벽한 최적화를 이룰수록, 나는 더 성능이 좋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발판을 이룩해낼 것이니까.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도 점점 말과 글의 발산이 줄게 된다. 

지금은 내가 필요한 조각들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100%가 언제 될 지 알 수 없지만, 공부라는 것은, 그리고 시험이라는 것은 결국 마지막에 잘 보면 되는 것이다. 100퍼센트라는 때는 사실 영원히 오지 않는다. 내가 마지막으로 치는 시험때까지 꾸준히 공부를 했다면, 그게 100퍼센트의 조각모음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마지막 순간이다. 나에게 여자친구의 그 한마디는 양웬리의 한 마디 만큼의 무게감이 있었다. 나는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꾸준히 하면 될 것이다.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Season 1 "해후" EP 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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