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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Mar 06. 2021

수습처를 구하기까지

공인노무사 직무개시를 위한 진짜 마지막 관문

이제 수험생활도 끝났으니 틈나는대로 글을 쓰겠다고 했던 다짐도 무색하게,

또 장기간의 잠수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습처를 구하는데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11월과 12월에 수습을 구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다니던 직장은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는 곳이었고, 한 해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구청에 사업예산 결산 등 제출할 것들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으로 양으로 배려를 해주셨던 센터장님에 대한 의리가 있으니)


11월, 12월에 구하나 1월에 구하나 어차피 구직활동은 그게 그거고 똑같이 힘들꺼라고 생각했다.

(청명에 죽나, 한식에 죽나)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들었던 강사님들의 합격자 설명회에서 강사님들이 공개적으로 

"올해는 합격자가 예년보다 많으니 11월부터 일찍 수습을 구하시는 게 좋아요."


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11월과 12월에 더 많이 몰릴 것이고, 그럼 어차피 1월이나 11월이나 수습처 구하는 난이도는 그게 그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결론적으로 11월, 12월 시즌에 예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습처를 구하려고 힘들게 뛰어다녔던 것은 맞다. 아무래도 내가 들었던 강사님들은 두분 다 1타였으니...

 

그런데, 나의 계산에는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다.

공급도 11월과 12월에 더 많았단 사실.


지금 공인노무사회 수습 채용공고 게시판을 찾아보면 명백하다. 

(물론 몇 군데 다 뽑히면 삭제하는 곳들이 있긴 하다.)


11월과 12월에 뽑는 법인들이 1~2월에 비해 더 많았다.


11월 초반에 수습처를 구했다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1월 말에야 다시 수습을 구한 동기의 말을 빌자면,



"11월, 12월에는 원서 넣은 것 3~4개에 1개꼴로 면접보러 다녔는데,  1월 되니까 원서 넣은 거 10개에 1개꼴로도 면접을 못 간거 같아요.



난 1월 3째주부터 수습처를 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어보니 총 34군데에 원서를 냈고, 5군데에 면접을 보러 갔으며, 

3월 2일부터 첫 출근을 했다. 2월 마지막주, 한달 반 정도가 걸려서야 수습처를 확보한 것이다.


2월 셋째주 마지막 4번째 면접에서 탈락한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면접을 진짜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나이때문인가? 라는 절망까지도.

그래서 고민 끝에 채용공고가 나오지 않은 노무법인의 문을 두드렸다.

채용공고 있는 데도 막 떨어지는데, 채용공고 없는 데 떨어져봤자 그게 그거란 생각으로 보냈다.


정성스럽게 메일을 보내놓고 꼬박 하루가 지났다.

뜻 밖의 문자가 와 있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사무실에서 한 4~5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온 이야기부터 진짜 면접질문같은 질문까지.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그게 면접의 일환이었다.


긴 술자리가 끝나고, 대표님과 이야기를 했다. 

내가 내일 점심까지 생각을 해보고, 여기서 근무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경우 결정에 대해 문자를 달라고.


이런 느낌이었달까? (나이가 너무 드러나는 짤방인가 ㅠㅠ)


그리고 이번주, 3월 2일부터 첫 출근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 다음 날 점심에 문자를 보낸 법인이었다.



"수습처는 어떻게든 구하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해준 말이었다. 위로의 말이었겠지만, 그걸 들을 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당장 급한데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남들은 벌써 근무하면서 막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나만 뒤쳐져 있는 느낌.


그런데 저 "어떻게든"이란 말은 이제보니 능동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든" 움직여서 구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매년 합격하는 노무사들은 생길 것이고, 그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1. 빨리 구해라 

2. 포기하지말고 계속 두들겨라. "어떻게든" 계속 시도해라.

3. 채용공고가 나온 곳의 경쟁률은 기본이 30대 1이다. 1월 둘째주 이후부터 경쟁률은 50대 1, 60대 1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

4. 채용공고가 없는 곳의 경쟁률은 둘중 하나다. 0대 1이거나, 1대 1이거나.


어쨌든 드디어 수습을 구했다. 

당분간은 더 바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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