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용84는 누구의 집인가

이부망천 너머, 2부3천의 시대

by 유노유보

후배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이제 나와 학번이 7~8학번 차이나는 친구들도 다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을 것을 고민하고, 집 장만을 고민하고 있었다.

집 장만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레 최근 6.2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야기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나는 자랑아닌 자랑(?)을 했다. 우리 아들 생일이 4월이라서, 2025년 4월까지가 신생아 대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타임이어서 올해 2월에 집을 산 게 진짜 천운이었다고. 이제 서울에서 괜찮은 아파트, 전용 84는 신생아 대출로도 살 수 없게 되었다고. 그런데 이제 전세도 마찬가지 된 거 아니냐고.

다들 비슷한 고민 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새옹지마(?)인 케이스는 또 있었다.
다른 정책대출들은 다 한도가 줄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대출은 한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히 서울의 15평짜리 구축 아파트 전세를 들어갈 수 있었던 케이스도 있었다.

다른 후배는 결혼한 지 좀 됐는데,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합산 8500을 넘으면 안되는데, 둘 다 직장인이면 소득합산이 9천을 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은 4억에서 3억 2천으로 한도가 줄었다. 결국 그 돈으로 집을 사서 갈 수 있는 곳은 강서구 화곡동이나 방화동 빌라나 구축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 금천구나 구로구 쪽 나홀로 아파트, 아니면 부천 쪽으로 가야 한다. 전용 59를 알아봐도 그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이나 다른 것도 다 한도가 줄어서 어떻게 해야 되나 노답이라고 한다.

아이낳을 계획이 있는 후배는 전용 84를 가려면 결국 인천을 가야할텐데, 인천까지 가면 출퇴근이 노답이어서 결국 부천이나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아니면 시흥 이런 쪽으로 알아보고 있고 결국 전용 59나 전용 49정도로 가지 않을까? 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니, 씁쓸했다.

"이부망천",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이건 옛말이다.

대출한도가 줄었고 현금이 없는 부모를 가진 지금의 2030들은 원룸이나 1.5룸, 15평 정도의 투룸빌라에서 사회초년생의 삶을 살려면 부천 정도에 자리잡아야 하고, 전용 59나 전용 84의 괜찮은 아파트에서 신혼 집을 꾸리려면 결국 이제는 인천에 가야 한다.

이부망천이 아니라 2부3천이다.
20대는 부천 30대는 인천.

사회생활하는 2030 직장인들이 연애하기 위해 원룸이 아닌 좀 괜찮은 곳에서 자취하며 통근하려면 결국 부천같은 경기도를 가야 하고,
그들이 결혼하고 좀 괜찮은 아파트 가려면 결국 인천이나 파주 이런 데로 가야 하는 것이다.

(아 물론 거기도 살기 좋다. 내 일터, 기존 삶의 터전이 서울이 아니라면.)

20대나 30대에게 서울은, 감히 세대주로서는 살 수 없는 귀한 땅이 되고 말았다. 세대주가 될 수 있다면, 그건 부모님의 증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증여를 받을 수 없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을 못 받으니 결국 그렇게, "2부3천"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같이 사니까 결국 출산을 최대한 늦게 하게 된다. 그런 것이다.


직주근접이 그렇게 거창한 꿈이었던가.

결혼식을 다녀오고 나서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느낀다.
우리 아이가 있어서 우리 가족이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 정책을 내놓은 금융위 관계자 분들이 너무 부럽다.
나는 못 물려받았지만, 내 아이에게는 금융위 관계자 분처럼 저렇게 용감하고 호탕한 부동산 정책을 써도 끄덕없는, 그런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 거의 불가능해보이지만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니까.
요새는 그런 평범한 욕심과 마음으로, 소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P.S.: 아...혹자는 경기도가 뭐가 문제야?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부럽다.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맞벌이가 아니라 홑벌이로 살아도 충분할 정도로 자녀가 고소득자이거나 아니면 "육아금수저"! 양친 중 어느 한쪽이 아이를 키워줄 수 있는 집인 것이다.
그게 아니면? 베이비시터도 서울이거나 서울에 가까울수록 구하기가 더 쉽다.
한국사회에서는 맞벌이가 이미 60퍼센트에 달한다.
그런데 아직도 꼰대들이 있는 직장에서는 심지어 금요일에도 "어 1시간만 술마시고 가지"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게 실제 1시간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집에 가면 8시 9시인데 애기는 누가 보나?
저출산 어쩌구 이야기할 필요 하나 없다. 저출산을 만드는 건 바로 2030이 아니라 4050 기성세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