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정치경제학> 연재를 준비하며
오랜만에 주어가 "나"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노무사든 보좌관이든 간에 공통점이 있다.
노무사는 의뢰인의 대리인이다.
기본적으로 내 이름을 남길 지언정 나의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
보좌관은 나의 이름도 남기지 못한다.
보좌관은 나의 문체가 어느 정도 섞여있지만, 의원의 어투와 캐릭터에도 어울려야 하고,
나의 문제의식이 들어가 있어도 그것은 의원의 이름으로 나간다.
보좌관이든 노무사든 그런 직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야기를, 그 문장의 주어를 "나"로 시점을 잡아 쓰는 글을 이렇게 마음껏 써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의 일인지.
이제 퇴사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주 정도에는 "멤버십 컨텐츠"를 좀 준비해서 써보려 한다.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북은 멤버십 컨텐츠로 하지 않을 것이다.
멤버십 컨텐츠는 "유료"를 노리고 쓰는 글이다.
유료로, 돈을 받고 쓰는 글을 쓴다고 한다면, 실제로 그 돈은,
거래를 추구하는 "상품"으로서 값어치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이다.
요새 내가 놀라워하는 것은 중앙일보의 "더중플".
굉장히 양질의 퀄리티 높은 콘텐츠들이 넘쳐나는데 3달간 월 2900원의 "커피 한잔 값"으로 모객을 해낸다.
물론 그 다음 달부터는 15000원을 받긴 하지만.
처음에 중앙일보에 다니는 기자들이 "글로 돈 벌어먹는 BM이 여지껏 먹히지 않았는데 이게 되겠냐" 하고 일만 더 늘어나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지면 구독자까지 같이 늘어나고 있고 그 BM도 꽤 생각보단 선전하고 있다고 하더라.
역시 앞으로 점점 더 모바일, 온라인 시대라서 결국 "글"로 벌어먹고 사는 것도 모바일 시대에 맞춰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요는, 모바일에서 글로 먹고 사는 BM이. 생각보다 먹힐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브런치, 카카오도 바보가 아니니까 멤버십을 하는 거겠지. 이 멤버십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는 사실 그저 1포스팅에 1MAU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의 수준일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어쨌든,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새버렸는데.
멤버십 컨텐츠를 뭘로 할 것이냐의 고민.
결국은 "일"이고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의 "길"일 것이다.
직장에 대한 이야기,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이 봤을 때 그래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멤버십 컨텐츠는 완전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감성 컨텐츠같은 건 안 쓰려고 한다.
"유료"면 유료답게, "쌉T"스러운 느낌으로, 사람들의 "Thinking"을 자극할 수 있는 지식컨텐츠여야,
"돈값"하는 거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노무사로서의 정체성으로 멤버십 컨텐츠를 운영할까,
보좌관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멤버십 컨텐츠를 운영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이 경우 내가 쓸 수 있는 컨텐츠는 대략 2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법은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 어느 입법스릴러>, 부제: 좋은 의도는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가
정도가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장의 정치경제학 - 더 자본주의적으로 일하기> 란 제목의 일자리, 경력경로, 노동법 등을 다루는 노무사로서의 컨텐츠가 있을 것이다.
고민 끝에,
일단은 우선. 후자를 연재해보기로 한다.
애매한 위로, 뜬구름 잡는 성공담은 여기에 쓰고 싶지 않다.
회사의 논리를 이해하면서도,
다름아닌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고 키워나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현실 생존전략을 쓰고 싶다.
첫 멤버십 콘텐츠,
"커리어", "경력경로", 즉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 "진로"에 대한 고민은 가장 본질적이다.
그래서 해보려 한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란다고도 쓰지 않겠다.
이건 내가 내 글을 상품으로 "팔아야"하는 게 문제니까.
얼마나 그 유용성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한번, 최선을 다해 써보겠다.